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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pe for Healthy Life 인문학 산책
벚꽃 엔딩

일제히 꽃망울을 터트리는 벚나무 사이로 바람 따라 흩날리는 분홍 꽃잎들이 벌써부터 눈에 아른거리는 4월의 봄. 흐드러진 벚꽃으로 유명한 진해의 벚꽃 풍경 속에는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아픔이 숨어 있다. 꿈결처럼 흩날리는 아름다운 벚꽃과 그에 얽힌 진해의 이야기. 이경(소설가)

언젠가 작고 검은 열매가 똑똑 떨어진 곳에 잘 못 앉은 적이 있었다. 계곡이었고, 돗자리 깔 곳을 찾다가 큰 나무 아래 앉았더랬다. 난 드러누워 하늘을 봤고, 같이 간 사람은 앉아서 책을 봤다. 한 나절을 보낸 후 그만 집에 가려고 돗자리를 걷는데 그 사람의 옷에도 내 옷에도 검붉은 얼룩이 묻어났다. ‘이게 뭐지?’ 물었더니 그 사람이 버찌라고 했다. ‘버찌가 뭐냐’고 또 묻자, 체리라고 했다. 그제야 아름드리 나무를 올려다봤다. 그 나무 이름이 벚나무라고 했다. 벚나무의 ‘벚’이 우리 말 ‘버찌’에서 왔다는데, 그 말도 처음 듣는 거였다. 어째서 버찌와 벚나무를 연결 짓지 못했을까. 벚꽃놀이를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말이다.
벚꽃이 흐드러질 무렵 누구나 떠올리는 장소가 몇 군데 있다. 국회의사당에서 한강변까지 이어지는 여의도 윤중로, 화개천을 따라 쌍계사까지 십리나 이어진다는 십리벚꽃길, 그리고 벚꽃 터널과 ‘로망스 다리’로 유명한 진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