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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pe for Healthy Life 인문학 산책
가을 고독 테라피

우리나라에서 가장 좋은 계절을 하나 꼽으라고 하면 사실 가을이다. 너무 덥지도 않고 너무 춥지도 않다. 그런데 이렇게 날씨가 좋은 가을이 오면 외롭고 쓸쓸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다. 도대체 객관적으로 가장 쾌적한 가을에 오히려 고독을 느끼게 되는 것은 왜일까? 최명기(청담하버드 심리센터 연구 소장)

가을이 외롭고 쓸쓸하다고 느껴지는 이유
인류가 지금처럼 하루 세끼를 먹고 겨울에도 불을 때면서 따뜻하게 지낸 지는 얼마 안 된다. 수렵생활을 하던 때는 겨울이 되면 사냥감이 모두 사라졌다. 게다가 모진 추위가 다가온다. 굶어 죽는 이, 얼어 죽는 이가 부지기수였다. 가을은 겨울이 다가옴을 알려주는 끔찍한 신호일 뿐이었다. 또한 모진 겨울이 다가오는 것에 대해서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하는 불안과 공포의 계절이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오면 마음이 들뜨듯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오면 마음이 가라앉았다. 그러한 선조들의 본능적 감성이 아직도 우리 마음속에 흔적으로 남아있다. 게다가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신진대사에 변화가 일어난다. 가을이 오면 단지 마음만 우울해지는 것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잠을 설치고 입맛이 떨어진다. 체중이 줄어드는 이들도 있다. 반면 일부에서는 마치 겨울잠을 준비하는 것 같은 신체변화가 일어난다. 맛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면서 끊임없이 먹는다. 그러다 보니 체중이 늘어난다. 잠을 자도 자도 피곤하다.

고독을 소중하게 여겨야 하는 이유
고독이라는 감정은 낯설다. 고독한 순간 인간은 육체적으로는 살아있지만 정신적으로는 살아있지 않는 상태를 경험한다. 고통을 당하면 벗어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괴로움에 처하면 눈을 감는 것이 인간의 본능이다. 고독과 외로움을 일단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다. 억지로 사람들을 만나서 일부러 좋은 척하면 기분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육체를 지칠 대로 지치게 하면 생각을 못 할 것이고, 그러면 고독과 외로움도 느끼지 못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밤을 새워 운동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게 억지로 부정하려고 해도 고독과 외로움이 사라지지 않는 경우 차라리 있는 그대로 그냥 받아들이고 견디어내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