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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주의 작은 기적을 기억하는 현장 속으로!
부산서부지사 만성질환자 자조모임

과연 일기 쓰기만으로도 기억력과 주의집중력이 좋아질 수 있을까? 부산서부지사에 모인 인지기능개선 프로젝트 참가자들 역시 12주 전만 해도 이 물음에 반신반의했다. 하지만 12주가 지난 후 그들은 “일기 쓰기야말로 만성질환자에게 꼭 필요한 활동”이라고 입을 모은다. 부산서부지사의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함께하는 자신만만 건강스쿨 : 교육형 자조모임(당뇨병)’ 인지기능개선 프로젝트 마지막 날, 그 결과를 확인해보기 위해 부산서부지사를 찾았다.
기억력을 높이는 수다의 향연
“주3회!” 이게 무슨 외침인가 했더니, 일주일에 세 번 일기를 쓰자는 의미란다. 부산서부지사는 지난 5월부터 당뇨병 교육형 자조모임 참가자들의 건강한 생활습관 형성을 돕기 위해 8주간의 자조모임을 진행함과 동시에 일기 쓰기 프로젝트를 12주간 실시했다. 평균 나이 60대, 게다가 당뇨병이나 고혈압을 지니고 있는 참가자 10명을 보니 일기 쓰기는커녕 하루를 되돌아 보기에도 힘겨워 보인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당뇨 합병증으로 눈이 잘 보이지 않아도, 기억력이 감퇴하여 방금 한 일이 기억나지 않아도 꾸준히 일기를 썼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 이곳 부산서부지사에 모여 서로의 건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자조모임 자체가 참가자들이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모임이지만 영양, 운동, 질환 등 전문적인 부분에서는 코칭이 필요합니다. 작년에 당뇨병 자조모임을 시범 운영하였을 때, 프로그램이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지만 참가자들에게 좀 더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 프로그램이 끝나면 참가자들이 사후관리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면서 보완해야 할 사항이 생겼습니다. 윌리스인지과학연구소와 협력하여 자조모임 참가자들에게 무료로 인지검사를 실시하고 일기 쓰기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도 이 같은 이유지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자조모임의 길라잡이를 자청하고 있는 부산서부지사 이현아 대리(간호사)는 참가자들이 평소 식습관을 스스로 알고, 건강한 식단을 관리하도록 뷔페식으로 6가지 식품군을 준비한 후 참가자 개인에게 적절한 식단을 알려주는가 하면, 일기 쓰기 4주차와 8주차에는 포상 경진대회를 열어 참가자들이 일기 쓰기에 흥미를 잃지 않도록 도왔다. 자조모임의 마지막 날인 7월 29일에 진행된 수료식에서는 결과를 보다 상세하게 설명해주기도 했다.
주의집중력을 향상시키는 일기 쓰기
윌리스인지과학연구소의 일기 쓰기 프로젝트를 도입한 부산지역본부 건강상담센터 유남태 센터장은 “작년 10월 말에 자조모임을 처음으로 경험했는데, 작년의 우수한 프로그램을 좀 더 업그레이드하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다”며 “일기 쓰기 프로젝트를 통해 여러분과 함께 행복하고 건강한 노년 생활을 꿈꾸게 되어 기쁘다”고 감회를 밝혔다. 부산서부지사 윤기순 지사장은 “공단 최초로 일기 쓰기 프로젝트를 시행했다”면서 “자조모임이 끝난 후에도 꾸준히 실행하여 건강한 대한민국 만들기에 한 몫 해주길 바란다”는 말로 자조모임의 마지막을 축하했다. 이어 윌리스인지과학연구소 김갑묵 소장이 7월 29일에 일기 쓰기 프로젝트 전, 후 인지검사 결과를 설명했다. 한 명 한 명 진행한 인지검사는 꽤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왔으며 특히 주의집중력과 기억력 부분에서 두드러진 상승세를 보였다. 김 소장은 “일기를 지속적으로 쓰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일기를 쓰면서 매일매일 해야 할 일을 기억하고 메모했던 노력들이 주의집중력과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준 것 같다”고 밝혔다. 인지검사 결과를 차분히 듣던 참가자들은 12주라는 짧은 시간동안 변화된 모습이 이내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다. 기억력 부분에서 많은 상승세를 보인 이말분 씨는 신기하다는 듯 일기 쓰기만으로도 이렇게 좋아질 수 있냐고 연신 반문한다. 건강 상태 역시 많이 좋아졌다는 이점둘 씨는 “처음에는 했던 일자체가 생각나지 않아 머리를 쥐어짜가면서 일기를 썼어요. 12주가 지나고 나서야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그만큼 효과를 많이 봤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사물을 보면 생각 없이 봤는데 지금은 집중력 있게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당뇨 합병증으로 시력이 좋지 않아 이웃집에 일기 쓰기를 부탁했던 최정자 씨 역시 “쓰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며 지난 12주를 회상했다. 이어 “매일매일 내가 하고 느낀 것 등 중요한 것만 주3회 썼습니다. 똑같은 내용은 최대한 쓰지 않았고요. 특별한 날만 주3회 썼는데, 그러다 보니 기억이 되살아 나는 느낌을 받았어요”라며 일기 쓰기를 진행하면서 기억력이 좋아졌다고 설명한다. 모두가 전체적으로 좋아졌다는 인지검사 결과에 자조모임이 끝나더라도 꾸준히 모임을 갖고 일기 쓰기를 이어갈 거라는 참가자들. 서로가 서로에게 자축의 박수를 쳐주는 내내 함박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12주 동안 일기 쓰기로 작은 기적을 맛본 이들의 건강한 앞날을 기대한다.
글. 서애리 기자 사진. 김나은(holic stud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