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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심한 배려에 대사증후군을 극복할 수 있었어요!

“대사증후군이 뭐여? 뭔데 내가 관리꺼정 받아야 된다는 거여?”
조 여사는 국민건강보험에서 난데없는 전화를 받고 고구마 줄기를 까던 손을 멈췄다. 아무래도 지난 번 받은 생애전환기 건강진단에서 뭐가 나와도 나온 모양인데, 그 대사증후군인지 뭔지 때문에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전화까지 받으니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허리둘레, 혈당과 혈압, 이 3가지 요인이 위험 수치로 나오셨어요. 지속적인 관리를 하셔야 해요.”
“으응….”
조 여사는 건성으로 대답했다. 그거라면 이미 알고 있는 일이었다. 고구마 줄기를 당기면 주렁주렁 달려 나오는 고구마처럼, 이 병이 저 병을 부르고, 저 병이 또 다른 그 병을 부르는 이치겠지. 조 여사는 전화기를 어깨와 귀 사이에 끼워 넣고는 다시 고구마 줄기를 까기 시작했다.
고춧가루를 넉넉히 두르고 간장을 넣어 짭짤하게 지져놓으면 저녁반찬은 일단 이거 한 가지로 됐다. 된장찌개나 끓이고 냉장고에서 오이지무침을 꺼내 놓으면 된다. 영감도 별 불평 없이 숟가락을 들 것이다. 집에 돈이 안 들어온 지가 언젠가. 오늘 고구마 줄기 조림은 조 여사의 조촐한 술상에도 안주로 오를 것이다.
남편이 정년퇴임을 한 후로 조 여사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남편은 빨대를 만드는 공장에서 공장장으로 승진한 바로 다음 해에 정년퇴임했다. 퇴직금은 애들 결혼자금에 보태느라 짬짬이 중간정산을 받아 써서 막상 퇴직했을 때는 얼마 안 됐다. 하루하루 그걸 까먹고 있자니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그동안 혼자서 술을 마시는 습관이 생겼다. 이틀에 한 번 꼴로 냉장고에 남은 반찬을 내놓고 소주를 한두 잔 마셨다.
“나 뚱뚱한 거야, 뭐 하루 이틀 일인가….”
조 여사는 고구마 줄기를 야무지게 벗겨냈다. 벗겨내도, 벗겨내도 말끔하게 벗겨지지 않았다. 건강검진 받을 때 의사에게 혈관질환을 조심하라는 말을 들었다. 혈관이 이 고구마 줄기처럼 눈에 보여서 손으로 깨끗하게 만들 수 있는 거라면 오죽 좋겠느냐만은…. 조 여사는 한숨을 쉬었다.
“어머니, 운동을 꼭 하셔야 해요.”
“돈 들이고 시간 들여서 운동할 여유가 어딨대?”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하셔야 해요. 저희가 도와드릴게요.”
조 여사는 건성으로 대충 그러마,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때뿐이겠지 했는데 그 후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꼬박꼬박 휴대폰으로 메시지가 오거나 전화가 걸려왔다. 짭짤한 반찬에 밥을 많이 먹지 말라느니, 밀가루 음식은 덜 먹고 김치는 잘라 먹으라느니, 국물보다는 건더기 위주로 먹으라느니, 일일이 알려줬다. 살뜰한 딸처럼 챙겨주니 의지가 됐다. 관심 있는 말 한 마디에 의지가 되는 걸 보면 희한한 게 인간이고 인생사다, 조 여사는 혼자 생각에 피식 웃은 적도 있었다.
“어머니, 혈당 체크와 혈압 체크도 필요해요. 자가측정기도 대여해 드리니까 신청해서 사용해보세요.”
이런 것까지 챙겨주나, 싶을 정도로 국민건강보험공단 직원은 세심하게 살펴줬다.
“알려준대로 술도 줄이고 운동도 하고 그랬는데 한 번씩 뒷목이 뻐근해.”
“어머니, 혹시 요즘 스트레스 받고 계신 것 있으세요?”
조 여사는 마음을 짓누르는 것을 털어놓았다. 돈 문제였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주책이지, 싶었다. 공단 직원한테 별 소리를 다 한다….
“구청에 일자리 창출과를 찾아가 보세요.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거에요.”
“그래? 그런 게 있었어?”
조 여사는 구청에서 일자리를 소개받았다. 어린이 집에서 주방을 담당하는 일이었다. 직장에 다니니 운동할 시간을 내기가 빠듯했다. 공단에서 전화가 오기에 그걸 또 얘기했더니 근처 공원에서 ‘건강백세 운동교실’이 있다고 알려줬다. 요즘엔 출근하기 전 일주일에 세 번씩 공원에서 태극권을 배운다. 전문 강사가 나와서 운동 방법도 소개해주고 같이 뛰어주니 활기가 돌았다.
“어머니, 요즘은 어떠세요?”
조 여사는 반찬거리를 다듬다 전화를 받았다.
“일자리가 생기니 얼마나 좋은지 몰라. 돈도 벌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기분이 한결 나아졌어. 여행도 다녀오고 아주 바빠졌어. 고마워.”
“요즘도 밥 반찬 짭짤하게 드세요?”
조 여사는 무심코 간장병을 들다가 내려놓았다.
“아니, 슴슴하게 무쳐먹어. 걱정 마, 걱정 마.”
조 여사는 손사래를 쳤다. 마침 조 여사는 말끔하게 다듬은 고구마 줄기를 한 움큼 쥐고 있었다.
CASE INFORMATION
국민건강보험공단은 대사증후군 위험요인이 1개라도 있으면 개인별 건강정보 및 안내문을 제공하여 건강한 생활실천을 위한 동기를 부여하고, 위험 요인 3개 이상을 보유한 사람 중 희망자에 한해 유선상담, 자가관리지침서 제공, 측정기 대여 등을 통해 생활습관 개선을 유도하는 ‘대사증후군관리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도심 공원 등에서 전문 강사와 함께 배우는 ‘건강백세 운동교실’도 운영 중이다.
글. 이경(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