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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주사 템플스테이
‘나’를 잠시 내려놓는 시간, 산사에서의 하룻밤

도시의 속도감에 지쳐 한 박자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면, 사찰로의 여행을 추천한다. 최근 시작된 새로운 템플스테이 브랜드 ‘아생여당’에서는 힐링 여행으로 적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다. 충북 보은의 법주사는 나를 찾는 여행인 ‘아아我我’ 여행의 대표적인 사찰이다.
‘나와의 대화’를 위해 떠나는 여행
비워내야만 새로운 것을 채울 수 있다. 이는 일상 속에서 하루 종일 쉴 새 없이 몸과 마음을 움직인 현대인들이 가장 원하는 바일지도 모른다.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우리네 현실 속에서 깊은 산사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충북 보은의 법주사로 발길을 옮긴 이들은 저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무엇을 버리고 또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 기대한다. 그리고 그 기대감은 오롯이 내면 깊숙이 잠들어 있는 ‘나와의 대화’에서부터 시작된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최근 템플스테이 패밀리 브랜드인 ‘아생여당’을 만들었다. 위로여행 아아我我, 건강여행 생생生生, 비움여행 여여如如, 희망여행 당당當當 등의 네 가지 주제로 전국 13개 브랜드 사찰을 지정한 것. 그 중에서도 충북 보은에 위치한 법주사는 마음을 위로해주는 힐링 여행을 테마로 한다. 고즈넉한 가을이 시작되는 요즘, 나를 찾는 여행을 떠나보자.
빼어난 자연경관과 무수한 역사가 어우러진 곳, 속리산
충북 보은에 위치한 법주사는 해발 1,058m의 속리산 명당에 자리잡고 있다. 기암절벽이 즐비하고 우뚝 솟은 봉우리가 장관을 이루는 등 최고의 자연경관을 자랑한다. 법주사가 위치한 속리산에는 천왕봉을 비롯해 9개의 봉우리가 있어 원래는 구봉산이라 불렸다. 대한 8경 중의 하나로 손꼽히는 속리산의 별칭은 제2금강 또는 소금강. 그만큼 사계절의 변화에 따른 자연경관과 기암, 기석이 절경을 이룬다. 백두산에서 발원한 산줄기가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으로 뻗어 나가고 그 중간에 속리산이 있으니, 그 절경을 말로 표현하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속리산에 자리잡은 법주사에서 먹고 자는 것 자체가 자연의 정기를 오롯이 받는 것이니 어찌 힐링이 되지 않으랴. 그래서인지 예부터 속리산은 몸과 마음의 병을 고치기 위해 많은 사람이 찾는 명소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법주사의 자랑은 수려한 자연경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보 제5호 ‘쌍사자 석등’, 국보 제55호 ‘팔상전’, 국보 제64호 ‘석연지’ 등을 비롯하여 보물 12점, 지방유형 문화재 22점, 문화재 자료 2점, 천연기념물 2점 등이 있다. 신라 이래로 금산사, 동화사와 함께 3대 법상종 사찰로서 우리나라 문화유산의 보고라 할 수 있다. 무구한 역사를 묵묵히 지켰을 문화유산을 바라보고 있으면 어쩐지 그 역사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귀한 경험을 하게 된다.
나를 위한 위로여행의 대표 사찰, 법주사
속리산 법주사가 특별한 이유는 또 하나 있다. 법주사를 지키고 있는 보관스님이 그 주인공. 보관스님은 미국 유학길에 불교에 귀의한 특이한 이력을 지닌 젊은 엘리트 스님이다. 몇 년 전 한국에 돌아와 법주사에서 지내고 있는 보관스님은 법주사 템플스테이 중 하나인 ‘울화통 캠프’를 기획했다. 이 캠프는 2013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울화통 캠프는 마음에 깊이 쌓인 우울과 화, 불안을 통쾌하고 시원하게 날려버리자는 뜻을 담고 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꾹 참고, 눌러 담아야 했던, 그래서 쌓이기만 했던 무수한 고민과 근심, 울화를 함께 풀어보자는 것. 속리산 계곡으로 내리치는 폭포수의 시원한 물소리, 물고기가 헤엄치는 맑은 계곡, 따스한 햇살이 내려앉은 숲길, 마음을 울리는 처마 끝의 풍경소리까지. 이 모든 것들은 어느새 실타래처럼 엉켜버린 우리의 몸과 마음 속 고민과 근심을 하나씩 풀어주고 보듬어 준다. 법주사의 템플스테이가 위로여행인 아아我我의 대표적인 사찰이라는 소개 글이 잠시 머리에 스치며 고개가 끄덕여진다. 지치고 외로운 순간에 다시 힘을 주는 ‘다 잘 될 거야’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다 잘 될 거야’는 누구나 참가 가능한 상시 프로그램이다. 예불과 나를 깨우는 108배, 스님과의 차 한잔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음악 명상, 불교문화 탐방, 불교사물 체험, 촛불 아래 마음 내려놓기, 새벽예불, 숲 속 걷기 명상 등의 프로그램은 속세를 떠나 스스로를 들여다보며 내면의 평화를 찾아 나서기에 충분한 시간을 준다
속세를 벗어나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물론 그 시작은 핸드폰으로부터의 해방이다. 두 손 안의 족쇄와도 같은 핸드폰은 속세와의 강력한 연결고리이다. 연락을 할 수도, 받을 수도 없게 되면 불안함과 불편함이 공존하지만 어느새 자유로워진 스스로를 발견한다. 속세와의 연결이 끊겼다면 이제 내면에 집중할 시간. 바로 묵언수행이다. 하고 싶은 말을 내뱉지 않고 속으로 삼키는 법은 쉽사리 익숙해지지 않는다. 해탈과도 같은 묵언수행을 하다 보면 목소리 대신 끊임없이 들려오던, 그러나 듣지 못했던 새소리와 공명한 목탁 소리가 들린다. 산사를 떠날 때쯤에서야 내면의 소리에 익숙해지는 것이 아쉬울 정도. 하지만 영 적응되지 않는 것도 있기 마련이다. 발우공양(스님들의 식사)이 바로 그것이다. 발우공양은 ‘한 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스며있고 한 톨의 곡식에도 만인의 땀과 정성, 무한한 노고의 공덕이 담겨 있다’는 공양 발원문과 죽도소리에 맞추어 시작된다. 사찰에는 도량예절, 법당예절 등 수많은 예절이 존재하지만 그 중 최고봉은 단연 발우공양이다. 공양을 하는 동안에는 허리를 굽혀도, 입을 크게 벌려도, 씹는 소리를 내도 안된다. 항상 자신의 발우(식사 그릇)를 가까이 들고 점잖게 먹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스님의 죽도가 여지없이 내 어깨에 닿을지도 모른다. 개인 발우에는 4개의 둥근 그릇이 정갈하게 놓인다. 가장 큰 발우는 밥, 두 번째는 국, 세 번째는 설거지물, 네 번째는 반찬을 담는다. 모든 밥과 반찬, 설거지물까지 자신이 마셔야 하기 때문에 욕심내지 말고 먹을 수 있는 만큼만 덜어야 한다. 발우공양에서 항상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단무지 한 쪽이다. 단무지는 반찬이 아니라 수세미 용도다. 단순히 생각하기에는 어렵지 않을 것 같은 발우공양이지만 음식을 남기는 것이 습관화된 요즘 사람들에게는 꽤 어려운 미션이다.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의 대표적인 108배 역시 발우공양처럼 마냥 쉽지만은 않다. 새벽 3시에 일어나야 하는 것도 물론이거니와 반복되는 동작을 108번하기란 만만치 않다. 108배의 동작은 비교적 간단하다. 두 손을 모으고 왼쪽 무릎부터 땅에 닿도록 무릎을 꿇는다. 양손을 바닥에 대고 머리를 깊게 숙인다. 다시 양손을 뒤집어 하늘을 향하도록 한 뒤, 왼손을 가슴에 올리며 천천히 일어선다. 이 단순한 동작이 108배다. 한 번 한 번 온 마음을 다하다 보면 여지없이 힘겨움을 느낀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몸은 힘든데 머리는 더욱 맑아지는 기분이다. 세상을 살아가며 가졌던 온갖 잡념들이 108번의 반복되는 동작과 함께 사라지는 듯하다. 문득, ‘지금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자지 않으면 꿈을 이룬다’는 말을 철썩같이 믿으며 전진만 거듭했던 경쟁의 시간들이 떠오른다. 더불어 스님의 그윽한 목탁소리와 청명한 풍경소리를 들으며 오롯이 ‘나’에 집중했던 법주사에서의 1박2일이 생각난다. 어떠한 시간이 내 삶에 더 좋은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한 옳다 그르다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법주사에서의 시간은 지금의 나를 위로해줬다. 그 위로의 기운을 고스란히 받은 나는 삶의 행복을 찾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 법주사에선 어떤 템플스테이가?
● 법주사에 가려면?
주소 : 충북 보은군 속리산면 법주사로 406
글. 한채원(여행작가) 사진 제공. 한국불교문화사업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