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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마스터로 다시 태어났다, 개그우먼 권미진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알던 개그우먼 권미진은 보기만 해도 숨이 턱, 막히는 103kg의 거구였다. 그런 그녀가 달라졌다. 살에 파묻혀 있던 콧날이 오똑하게 드러나더니 미인의 상징인 일자 쇄골이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어려서부터 단 하루도 뚱뚱하지 않은 적이 없다던 그녀가 달라졌다.
MBC교양프로그램 ‘기분 좋은 날’에서 진행하는 ‘기적의 100일 다이어트 프로젝트’에서 멘토로 활동하고 있던데
지금 20일 정도 함께 하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합숙도 다녀왔다. 다이어트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권미진식 다이어트 방법을 알려주는 거다. 사실 100일이라는 기간이 단기라고 부를만한 기간은 아니다. 다이어트 마스터로서 무작정 살을 빼라고 하지는 않는다. 건강하게 빼지 않을거라면 뚱뚱하게 사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프로젝트 참가자들에게 3~4년은 봐야 한다고 이야기한 것도 그 때문이다. 보통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유산소 운동부터 하고 근력 운동을 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유산소 운동은 살 빼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기보다 빨리 빼는데 도움이 된다. 대신 요요도 금방 온다. 근력 운동을 해야 지방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근육이 생긴다. 근육이 있으면 많이 먹어도 살이 안 찐다고 하는데 진짜 맞는 말이다. 힘들면 다이어트 잘못 하고 있는 거다. 다이어트는 신나고 즐겁고 건강하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도록 독려하는 것이 내 역할이다.
다이어트 마스터로 활동하다 보면 예전 103Kg의 몸무게였던 과거가 생각날 듯한데
당연하다. 그래서 그들이 지금 어떤 심정인지도 이해된다. 잘 안 우는 성격인데, 얼마 전에 프로그램 녹화를 하다가 4년 만에 눈물을 흘렸다. 얼마나 힘들겠나. 그렇다고 무작정 이해만 하지는 않는다. 혼낼 때는 혼낸다. 참가자들이 “팔이 부러질 것 같아서 못 하겠어요”, 연세가 좀 있으신 분들은 “나이 때문에 못하겠어요”라고 한다. 핑계다. 나이가 많든 적든 다 할 수 있다. 호르몬? 이길 수 있다. 사실 나도 운동 가기 전까지는 정말 운동하기 싫다. 여전히 적응이 안 된다. 10년, 20년씩 운동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라고 하더라. 그래도 막상 운동하고 나면 좋다. 나 역시 다이어트를 할 때 이렇게 좌절하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멘토 역할을 해주는 사람들이 많았다.
개그콘서트 ‘헬스걸’ 코너에서 혹독하게 다이어트를 시켜준 이승윤 씨를 말하는 건가
이승윤 선배는 나에게 일종의 죄책감 같은 게 있다. 함께 극단 생활을 했는데, 저녁에 “치킨 먹을 사람~!”하면 늘 손 드는 사람이 나였으니까. 근데 사실 헬스걸을 하게 된 건 김석현 감독님(TVN 코미디 빅리그 감독) 때문이다. 어느 날 감독님이 내 체중을 물으셨다. 평소에 체중을 잰 기억이 별로 없었는데 마지막에 잰 체중이 88kg정도였던 것 같아서 88kg라고 했더니 거짓말 하지 말라고 했다. 그래서 진짜로 재봤더니 98kg였다. 김 감독님이 100kg되면 이야기하라고 하면서 볼 때마다 만원씩 주셨다. 감독님 볼 때마다 맛있는 거 먹고 있으라고. 사실 그때의 나한테는 어렵지 않은 미션이었다. 남들은 밥 배와 디저트 배가 따로 있다고 하지만 나는 밥 배, 자장면 배, 탕수육 배가 따로 있었다. 그렇게 몇 개월 노력 안 했는데 금방 100kg가 됐다. 문제는 김 감독님이 개콘을 그만두시고 다른 방송으로 가셨다는 거였다.
100kg까지 일부러 찌웠는데, 허무했겠다
전혀 아니다. 지금은 51~52kg을 맥시멈 몸무게로 생각하고 있다. 52kg가 넘을 것 같으면 엄청 관리한다. 지금은 1kg차이도 엄청 크게 느껴진다. 그때의 나는 98kg나 100kg는 별로 차이가 없는 몸무게였다. 그런데 어느 날 누워서 개콘을 보는데 진짜로 내 살에 내가 눌려서 숨이 막혔다.
본인 살에 본인이 눌렸다고? 충격이다
당시만 해도 난 목이 없었으니까. 별로 충격적이진 않았다. 개그우먼이기 때문에 오히려 개그로 승화시켜서 선배들에게 “저 어제 제 살에 제가 눌려서 숨 막혀 죽을 뻔 했어요”라고 이야기했다. 근데 그걸 심각하게 바라본 사람이 이승윤 선배다. 본인이 살을 빼봤으니까 한번 해보자고 하더라. 처음에는 기초체력이 없어서 정말 힘들었다. 러닝머신에서 어르신들이 걷는 속도인 3.8km/h도 힘들었을 정도다. 스쿼트 같은 운동은 꿈도 못 꿨다. 균형이 안 맞으니까 엉덩방아 찧는 게 다반사였다. 103kg때부터 의리로 운동을 도와주고 있는 양성균 트레이너와 정철우 트레이너가 체형교정과 함께 운동법을 알려줘서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주위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스스로 의지도 더 다지게 된 것 같다.
주위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50kg 이상 감량이라는 극적인 변화를 얻었다. 인간승리다. 요요현상은 없었나
사실 난 낙천적인 성격이기 때문에 뚱뚱한 사람들이 은둔형 외톨이가 된다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근데 그런 내가 다이어트를 하면서 요요현상 때문에 대인기피증을 겪었다. 그때 가족들이 엄청 고생했다. 한껏 예민해져 있었다. 사춘기를 겪은 적이 없던 난데, 그때 사춘기를 겪었다. 한마디로 악당. 헬스걸을 하면서 목표 체중이었던 58kg을 달성한 후 부산으로 여행을 갔는데, 3일 만에 10kg가 쪘다. 처음 겪는 요요는 정말 충격 그 자체였다. 근데 ‘내일부터 다시 다이어트해야지’ 라고 6개월 동안 질질 끌었다. 오롯이 혼자 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됐다. 다른 70kg대의 사람들은 날씬해 보이는데 같은 70kg대인 나는 괴물로 보였다. 사람 만나기도 싫어서 5개월을 그렇게 은둔형 외톨이로 지냈다. 초조하고 조급한 마음에 원푸드 다이어트도 했는데, 금세 요요가 왔다. 섭식장애, 폭식증, 거식증까지 걸려서 심리치료도 받았다.
건강하지 못한 다이어트의 부작용을 몸소 느낀 셈인데, 어떻게 극복했는지
어릴 때부터 일기를 썼다. 다이어트할 때도 마찬가진데 처음 시작한 날 쓴 일기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그때부터 혼자 했다. 우선 58kg까지 빼자고 했고 그 이후에는 욕심이 생겨서 50kg까지 뺀 거다. 다이어트라는 게 단순히 살을 빼는 게 아니다. 스스로를 사랑하고 건강과 행복한 인생을 위해 기존의 안 좋았던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하는 거다. 그래서 다이어트 100일 프로젝트를 한다고 하면 가장 중요한 날은 101일째인 셈이다. 100일 동안은 주위에서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그들이 없는 101일째부터가 진짜 다이어트가 시작되는 날이다. 본인의 의지와 꾸준함이 요구되는, 다이어트가 진짜 내 생활 속에 깊숙하게 자리 잡는 날. 나는 그걸 요요를 겪고 난 다음에 깨달았다. 그러다 보니 운동법이나 다이어트 식단 같은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공부도 하게 됐다.
권미진식 운동법 외에도 다이어트 식단 레시피가 화제가 되고 있는데
다이어트를 할 때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가 먹는 문제다. 평생 샐러드만 먹을 수는 없으니까. 나는 치킨도 먹어야 하고 피자도 먹어야 한다. 다이어트한다고 음식을 가리거나 하지 않는다. 먹고 싶다고 무작정 참는 것도 한계가 있고. 그래서 어떻게 먹을까를 고민했다. 저칼로리로 먹으면 되겠다 싶었다. 피자가 먹고 싶으면 피자 도우 대신 또띠아를 깔아서 피자를 만들고, 네거티브 칼로리가 있는 토마토로 김치를 담가 먹는 식이다. 원래도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다이어트 식단을 만들면서 음식 궁합이라든지 요리법에 관심을 더 갖게 됐다. 글 쓰는 것도 좋아해서 하나 둘 레시피를 적다 보니 나만의 다이어트 레시피가 생겼다.
벌써 책도 2권이나 출간했고, 전국으로 강연도 다니고, 다이어트 마스터로도 활동하는 등 다이어트로 인해서 개그우먼 권미진의 인생이 많이 바뀐 느낌이다
103kg이었을 때 내 꿈은 하나였다. 단점이라면 단점인 뚱뚱한 체형을 장점으로 승화시켜 내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 뚱뚱함을 나만의 무기로 만드는 것. 103kg 개그우먼 권미진은 그랬다. 그런데 58kg 개그우먼 권미진은 ‘뚱뚱함’이라는 무기가 사라져서인지 어딘가가 애매했다. 애매해진 내 모습에 당황하고 있을 때, 어떻게 살 뺐냐고 주위에서 많이 궁금해 했다. 하나 둘 이야기해주다 보니 어느 순간 내가 책을 쓰고 있고, 강연을 하고 있었다. 개그 무대에 서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즐거움을 찾게 됐다. 그래서 요즘은 ‘전방위 아티스트’라고 불러 달라고 한다.
이미 멀티 아티스트 느낌이 물씬 난다. 그래서인지 다이어터들에게 롤모델로 꼽히기도 하는 것 같고. 마지막으로 다이어트 마스터인 권미진만의 노하우를 전한다면
다이어트할 때 롤모델이 있으면 확실히 도움된다. 나는 현실에서 롤모델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과거의 나를 보고 자극받았다. 아이러니하게 롤모델이 없던 나였는데, 정작 많은 다이어터분들은 나를 롤모델로 삼더라. 내가 164cm에 50kg으로 평균이다. 현실적인 롤모델로 적당하다. 다이어트는 평생 하는 거다. 평생 할 수 있는 식단,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하다. 하루 세 끼를 다 먹어야 한다. 잘 먹으면서 빼면 살 처짐과 노화가 덜하다. 다이어트는 조급하게, 빨리빨리 할 수 있는 게 절대 아니라는 것을 늘 가슴 속에 품고 있어야 한다. 나 같은 경우도 근력운동을 할 때 무게를 적게 하고 횟수를 많이 하는 편이다. 그리고 해독주스를 식전에 마셔서 식사량을 조절한다. 흰 쌀이라든지 설탕은 최대한 먹지 않는다. 칼로리를 일일이 계산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칼로리는 사실 의미가 없다. 오히려 그런 것들이 스트레스가 된다. 평생 칼로리를 계산하면서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권미진식 다이어트의 노하우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결국 건강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처럼 평생 꾸준히 할 수 있는 건강한 생활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글. 서애리 기자 사진. 최재인(the studio jane) 장소협찬. 더 화원(서울 강남구 신사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