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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건강의 비결이에요!!
딸바보 정웅인 아빠바보 정세윤

참 달라졌다. 1999년 드라마 ‘은실이’ 종영 기념식장에서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신인 연기자였고 자유로운 20대 청춘이었다. “한잔 더 하자”며 2차를 강권하던 그는 이제 “세 딸이 보약이지요. 아무리 촬영이 힘들어도 세 딸만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요”라는 세상에 둘도 없는 딸바보 아빠가 됐다. 요즘 드라마에서, 예능에서 맹활약하며 대세로 떠오른 정웅인(44)이다.
 
세상에 둘도 없는 딸 바보, 정웅인
‘한국판 수리 크루즈 아빠’, ‘믿고 보는 배우’, ‘하루에도 극과 극을 오가는 연예인’, ‘세상 어디에도 없는 세 딸바보 아빠’, ‘국민 악역’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기 시작한 연기자 정웅인. 그는 요즘 SBS 주말극 ‘끝없는 사랑’에서 권력의 정점에서 정치적 대립관계에 있는 사람들을 고문하고 무자비하게 탄압하는 안기부 박영태 실장으로, 그리고 MBC 주말 예능 ‘일밤-아빠! 어디가?’에선 큰 딸 세윤이와 함께 여행을 하는 친근한 아빠로 시청자와 만난다. 양극단의 모습이다. “일요일에는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제 모습에 시청자들이 혼란스러울 것 같아요. 물론 딸들도 어려서 아빠의 연기자라는 직업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해 드라마 속 모습과 제 실제 모습을 혼란스러워 할 수 있고요. 올해 학교에 들어간 여덟 살 세윤이는 아빠의 직업이 연기자라는 것을 조금 이해하고 학교에 가서 아이들에게 ‘우리 아빠 너무 착한 사람인데 악한 연기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해준대요. 대견하지요.” 정웅인의 딸 세윤이는 어려서부터 미국 할리우드 스타 톰 크루즈와 케이티 홈즈 부부의 딸 수리와 비교가 되며 화제가 됐다. 이 때문에 세윤이를 ‘한국판 수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최근 정웅인은 세윤이와 함께 MBC 주말 예능 ‘아빠! 어디가?’에 나온다. “처음 주말 예능 출연을 결정했을 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세윤이가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고 무엇보다 세윤이가 평소 접하기 힘든 시골 풍경을 보거나 캠핑 등을 하며 많은 추억을 쌓을 수 있어 너무 좋아요. 둘째 소윤이가 촬영 날이면 따라 나서려고 해서 애를 먹지만요.” 그의 말을 들으며 세윤이가 아빠처럼 연기자가 되겠다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을 던지자 “여배우로 산다는 것이 많이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반대할 것 같아요. 하지만 본인의 의사가 중요한 거겠지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세윤의 이야기를 전하는 그의 입가에 미소가 가시질 않는다. “가족이 자신의 버팀목이자 삶의 의미”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정웅인. 어느새 그는 20대 신인 때의 자유스러운 모습 대신 든든한 가장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정웅인
국민 악역 or 든든한 가장
정웅인은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로 ‘국민 악역’이라는 수식어가 붙더니 높은 인기를 누린 MBC 드라마 ‘기황후’와 SBS 드라마 ‘끝없는 사랑’에서 연속해서 악역을 맡았다. 연기자로서 지속적인 악역은 부담일 터. “전 일하는 것이 좋아요. 특정한 이미지의 캐릭터는 연기력으로 보완하고, 확장하고 변신하면 돼요. 하지만 일을 못했을 때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너의 목소리가 들려’ 출연 전 몇 개월 동안 일하지 못해 대출받아 생활한 적이 있어요. 말은 못하고 너무 힘들었지요.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인데요. 일할 수 있음에 너무 기뻐요.” 그의 말에 가슴이 먹먹해 온다. 그의 부인 이지인(32) 씨도 “오빠(정웅인)가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 들어가기 전 연출자들께 전화해 작품을 하고 싶다는 말을 하는 모습에 가슴이 너무 아프고 속상했다”고 말한 적 있다. 정웅인, 그는 그렇게 변해있었다. 연기를 할 수 있다면 그것이 자신과 가족을 위한 것이기에 악역 이미지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가장으로 말이다. “우리 집은 다섯 여자가 있어요. 어머니 정진숙 여사, 우리 집을 지키는 뿌리 깊은 나무 아내 이지인, 그리고 세 보석 세윤(8) 소윤(5) 다윤(3)입니다. 힘들다가도 집에 들어가면 힘이 나요. 제가 힘든 것보다 가족이 힘들어 하는 것을 더 못 보겠어요. 주연보다 일을 많이 할 수 있는 조연이 좋다고 농담처럼 말하는 것도 가족 때문이지요.” 가족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드러내는 정웅인에게 아내 이지인 씨가 방송에서 “남편은 정말 잘 도와준다. 남들에게 이야기하면 다들 깜짝 놀란다”라고 말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그렇게까지 잘 하지 못해요. 성격이 자상한 편이 아니에요. 그런데 애들과 될 수 있으면 많이 놀아주려고 해요. 사람들이 저에게 애를 많이 낳아서 애국(愛國)한다고 하지만 저 애족(愛族)이에요. 아이가 하나 있을 때와 둘이 있을 때 그리고 셋이 있을 때는 전혀 달라요. 아내가 많이 힘들긴 하지만 아이들이 많으니 정말 좋아요.”
 
정세윤
정웅인의 다섯 여자, 가장 큰 보약이자 건강을 지키는 원동력
드라마 촬영과 예능 출연이라는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정웅인에게 영화나 드라마 작업을 하면 식사나 수면을 규칙적으로 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건강을 해치기 쉬운데, 건강을 지키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느냐고 물었다. “저는 운동을 하지 않는 편이에요. 먹는 것 좋아하고요. 최근 들른 한의원에서 음식 조절을 하라고 해서 이제는 과식하지 않고, 저의 체질에 맞지 않는 음식은 가급적 먹지 않으려고 해요. 음식 조절을 하니 몸이 훨씬 가벼워졌어요.” 그는 “일을 많이 하면 힘든 게 아니라 건강해져요. 그리고 어머니, 아내 그리고 세 딸 등 다섯 여자가 저의 가장 큰 보약이자 건강을 지키는 원동력이에요. 다섯 명을 보면 걱정이나 힘겨운 일들이 사라져요”라고 힘주어 강조한다. “연기자로서 인정받고 활발한 활동을 하는 저의 모습에 어머니도 아내도 정말 좋아해요. 아이들도 신나하고요. 제가 연기자로서 열심히 하는 모습은 가족들에게도 건강과 행복의 원천인 것 같아요”라고 덧붙인다. 정웅인은 화려한 주연으로 스타의 삶을 살아온 연기자는 아니다. 1996년 영화 ‘미지왕’으로 연기를 시작한 뒤 드라마 ‘은실이’, ‘파도’ 그리고 시트콤 ‘세 친구’, 영화 ‘두사부일체’ 등 코믹한 캐릭터에 발군의 연기력을 선보이며 대표적인 코믹배우로 우뚝 섰다. 이후 드라마 ‘오작교 형제들’처럼 일상이 묻어나는 배역도 진정성 있게 표현하는 연기자로 진화했다. 이제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드러내는 악역 배우로 시청자와 만나고 있다. 정웅인은 캐릭터와 연기력의 스펙트럼을 서서히 그리고 튼실하게 확장해왔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그의 연기를 믿고 보는 것이며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에서 진정성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물론 어느 순간 그의 이미지가 악역으로 굳어져 배역의 제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하지만 정작 정웅인은 걱정하지 않는다. 캐릭터 분석을 잘하고 연기력만 담보되면 관객과 시청자들은 그것이 악역이든 코믹한 캐릭터이든 간에 몰입하기 때문이란다. 드라마와 함께 앞으로는 영화 작업을 많이 하고 싶다는 정웅인은 한 장면에 나오더라도 대중에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배우, 그리고 ‘정웅인이 연기하면 다르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제가 60, 70대가 되어도 ‘꽃보다 할배’ 같은 프로그램에서 찾아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꽃보다 할배’에 출연한 이순재, 박근형, 신구, 백일섭 선생님은 수십 년 동안 그리고 현재에도 왕성한 연기활동을 하고 존경받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어요. 그래서 그 선생님들이 ‘꽃보다 할배’에 나오는 이유를 곱씹어서 생각하려 해요. 저 역시 그런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가족과 연기를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라고 거듭 강조하는 정웅인에게 꼭 그런 배우가 될 것이라는 덕담을 하면서 두 가지 모습을 떠올려본다. 15년 전 만났던 겁 없고 자유로운 신인 연기자 정웅인의 모습과 30년 뒤 70대가 된 그가 큰 딸 세윤이의 아이와 함께 TV에 나와 ‘할배! 어디가?’에 출연하는 모습을.
글. 배국남 기자 사진 제공. 설악워터피아, SBS, 장차앤코, 현대약품 버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