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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pe for Healthy Life 두 발로 행복 여행

예언은 틀렸다. 작년의 먹방・쿡방 열풍에 이어 올해는 집을 꾸미는 집방이 대세가 되리라는 전망은 보기 좋게 어긋났다. 집방의 시청률은 지지부진하다. 벌써 폐지된 프로그램도 있다. 작년만큼 대단한 화제를 모으진 않지만, 요리·먹방 예능은 여전히 미디어를 장악하고 있다. <냉장고를 부탁해>, <쿡가대표>, <집밥 백선생>, <수요미식회>, <백종원의 3대천왕>, <맛있는 녀석들> 등 수많은 음식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미각을 자극한다. 백종원, 최현석, 황교익 등 음식 전문가들은 TV만 틀면 나온다. 왜 사람들은 이토록 먹방・쿡방에 열광할까? 전중환(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진화심리학)

인간, ‘요리하는 동물’로 진화하다
요리 평론가들은 먹방・쿡방 열풍을 이렇게 설명한다. 너무나 바쁘거나 궁핍해서 우아하게 식사할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 TV에서 출연자들이 근사한 음식을 만들고 먹는 모습을 보며 대리 만족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일리가 있는 말이다. 다만, 왜 하필이면 남이 요리해서 먹는 광경이 나에게 기쁨을 주는지 좀 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수학을 포기한 연예인이 기초부터 씨름해서 마침내 미적분을 풀게 되는 ‘수학 예능’(?)은 없다. 그런데 왜 요리와 담쌓은 연예인이 백선생의 지도로 마침내 봉골레 파스타를 만들게 되는 요리 예능은 인기를 끄는가?
답부터 먼저 말하자면, 인간은 ‘요리하는 동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다른 동물들과 달리 인간은 음식을 날로 먹지 않는다. 인간은 식재료를 1) 갈고 썰고 두드리는 등 물리적으로 가공할 뿐만 아니라 2) 불로 익혀서 먹는다 (대개 ‘요리(cooking)’라 하면 후자의 가열 조리를 뜻하지만, 이 글에서는 전자의 물리적 가공까지 포함하는 넓은 의미를 뜻한다).
과학책이나 박물관에 보았던 조상 인류의 얼굴을 떠올려 보시라. 앞으로 돌출된 큰 턱, 억센 치아, 두꺼운 뺨이 기억날 것이다. 현대인의 얼굴과 비교해 보라. 인류의 진화 역사는 음식물을 씹고 소화하는 능력이 지속적으로 감소해온 역사였다.

진화심리학자에게 
들어보는 ‘먹방에 열광하는 
 대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