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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김희란 기자
건강검진 체험수기 공모 우수상 건강검진으로 50에 철들다 글 남기홍

건강검진의 불신 그리고 건강의 적신호
저는 사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건강검진을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2000년쯤에 건강검진을 처음 받았을 때 저는 30대 중반이었습니다. 검진 장소는 동사무소 2층 회의실에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혈액검사, 가슴 X레이, 소변검사, 키·몸무게·시력 측정, 젊은 의사의 간단한 문진 등으로 검진이 이루어졌습니다. 의사는 키, 몸무게 등을 묻고 규칙적인 운동과 금주, 금연을 권했습니다. 의례적인 말이었습니다. 검진은 그것으로 끝났고 2주 후쯤 집으로 검진 결과가 우편으로 배달되었습니다. 검진 결과는 모두 정상이었습니다. 건강에 아무 이상이 없어 다행이었지만 건강검진이 영 성의가 없고 형식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학창 시절 건강기록부에 기록하기 위해 받던 신체검사와 별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정도 검사 가지고 무슨 큰 병이 들었다면 발견이나 할 수 있겠나’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후 저는 아내와 아이 둘을 키우며 열심히 살았습니다. 2년에 한 번씩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정기검진을 받으라는 안내문이 날아왔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바쁘기도 했고 몸에 별 이상도 없었으며 아직 젊어서 건강에 자신 있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첫 건강검진에 대한 불신이 크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세월은 물처럼 빠르게 흘렀습니다. 큰아이가 대학입시를 치르던 2013년이었습니다. 집안에 고3이 있으면 가족 모두가 노심초사하지요. 집안의 모든 분위기가 입시생에게 맞춰져 있고 아내도 온 정성을 다해 큰아이를 뒷바라지했습니다.
그해 여름, 제 몸무게가 이유 없이 줄기 시작했습니다. 네댓 달 사이에 체중이 근 10㎏이 줄었습니다. 마침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건강검진을 받는 해였습니다. 우선 건강검진부터 받아 볼까 하다가 결과가 안 좋으면 어쩌나 싶어 아이의 입시나 끝난 다음에 받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미처 가족들에게 말도 꺼내지 못하고 제 마음속에 큰 고민 하나가 생겨났던 것입니다.

행복 뒤 찾아온 어두운 그림자
큰아이의 입시가 끝나고 합격자 발표 날까지 시간이 참으로 더디게 흐르는 것 같았습니다. 30년 전 제 입시 때 발표를 기다리면서도 이렇게 초조하지는 않았던 듯합니다. 드디어 합격자 발표 날, 마우스를 수백 번 클릭한 끝에 오후 6시 직전 합격을 확인했습니다. 친지와 가까운 분들로부터 많은 축하전화를 받았고, 한 일주일쯤 기쁨을 만끽한 후 저와 아내는 같이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습니다. 거주 지역에서 가까운 건강검진센터가 있는 병원을 찾았습니다. 첫 건강검진 때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공복에 혈액검사, 소변검사는 물론 위내시경 검사까지 체계적인 검사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위내시경 검사가 처음이라 긴장했지만 견딜 만했습니다.
2주쯤 지나 검진센터로부터 검진결과에 대한 전화를 받았습니다. 저는 당뇨병이 의심된다는 것이었고 아내는 간 수치가 높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공복혈당이 206mg/dL, 아내는 AST 73U/L, ALT 124U/L이었습니다. 재검을 권하셔서 며칠 후 재검을 받았지만 저와 아내는 수치상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의사는 저에게 식이요법과 유산소 운동을 권했고 아내에게도 운동과 체중감량을 권했습니다. 저는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는 것이 좋겠다 싶어 종합병원을 찾아 내분비 계통 전문의를 만나 진료받기 시작했습니다. 체중감소도 당뇨로 인한 것이었고, 병을 이제야 발견했지만 적어도 몇 년 전부터 서서히 진행되었을 것이라고 의사는 소견을 밝혔습니다.
저 자신이 꽤 건강하다고 생각했는데 당뇨병이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선 아파트 단지 내의 헬스장에 등록하고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당뇨에 대해 잘 알아야겠기에 관련 서적을 몇 권 사서 독파했습니다. 운동과 식이요법만으로도 당뇨는 어느 정도 고칠 수 있고 완치가 어렵긴 하지만 잘 관리하면 합병증 없이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운동은 규칙적으로 꾸준히 하면 되는데, 그 식이요법이라는 것이 참으로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평소에 즐겨 먹던 음식들은 대부분이 당뇨에 좋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고지방 음식을 피해야 하고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해야 하며, 당류가 많은 음식을 삼가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