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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김희란 기자
제1회 본인부담상한제 체험수기 공모 최우수상 좌절에서 일으켜 준 선물 ‘본인부담상한제’글 조지연

불길한 예감 그리고 어머니의 사고
2014년 4월 5일 오전 8시 40분, 휴대전화에 뜬 지역 번호를 본 순간 불길한 예감이 스쳐 지나갑니다. 슬픈 예감은 왜 틀리지 않는 걸까요.
“여기 거제 ◯◯병원입니다. 어머니께서 등산가셨다가 다치셔서 응급실에 오셨는데, 많이 위급한 상황이라 부산에 있는 대학병원으로 모셔야겠습니다. 어머니 상태가 많이 위중하시니 마음의 준비를 하고 계세요.”
갓 100일을 넘긴 둘째가 밤낮이 바뀌어 지난 밤에도 새벽녘에야 잠이 들어 무거워진 눈꺼풀로 하품하고 있던 저는 이 순간이 꿈인지 현실인지 앞이 까마득했습니다. 지금도 전화를 받던 순간이 생생히 떠오릅니다.
저희 어머니께서는 20여 년 전 ‘후종인대골화증’ 진단을 받으셨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수술을 권유했지만 어머니는 사는 게 바쁘고, 당장 죽지 않는 병이라 하시며 수술을 미루셨습니다. 목을 다칠 일이 뭐가 있겠느냐고 하시면서 말입니다.
그 날 산에서 넘어지시며 한참을 구르셨다고 하십니다. 경추에 크게 충격이 갔고, 어머니는 충격을 흡수해줘야 할 근육인 인대가 뼈처럼 굳어있었기 때문에 경추 쪽 신경이 더 큰 충격을 받아 신경 손상이 훨씬 심했고, 그에 따른 사지 마비도 심각했습니다.
대학병원 응급실에 누워계신 엄마를 본 순간 참고 참았던 눈물이 흘렀습니다. 온몸이 마비되어 얼굴도 돌릴 수 없던 엄마가 겨우 눈물 가득 고인 눈을 돌리시고는 저를 쳐다봤습니다.
“엄마 괜찮아? 엄마 살아야 해, 살아만 있어. 살아만 있으면 되는 거야.”
응급 수술을 받는 8시간 동안 정말 살아계시게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잃어버린 어머니의 웃음
“지금으로써는 치료법이 없습니다. 앞으로 걷지도 못하고 일어나 앉기도 힘드실 것 같습니다. 남은 평생 침상에서 생활하셔야 합니다. 손상된 신경이 퇴화하면서 엄청난 고통을 느끼시게 될 겁니다. 정신적으로 우울증도 염려됩니다. 지켜보는 가족들이 많이 힘들 겁니다…”
수술 전, 의사 선생님께서 하셨던 무시무시한 말들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살아계시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늘 에너지 넘치고, 호탕하게 잘 웃으시며 다른 사람 도움받는 걸 싫어하셨던 어머니. 무슨 일이든 당신 스스로 해내시고 손끝 야무지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웠던 저희 어머니는 이제 다른 사람 도움 없이는 발가락 하나 움직이실 수 없게 되었습니다. 처음 두 달여, 대학병원에서 수술 후 회복과 각종 검사를 할 때만 해도 ‘어머니는 일어나 앉으실 수 있을 거야’라며 기대를 놓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의사 선생님의 권유로 급성기 1년여 동안 재활전문병원에서 집중 재활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재활전문병원에서 처음 3개월, 어머니는 좋아질 수 있다는 희망으로 열심히 치료받으셨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차도가 없는 몸 상태와 혼자의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현실에 좌절한 어머니께서는 불면증으로 잠을 못 이루시고 선망증상으로 딸인 저를 종종 못 알아보시곤 했습니다. 결국 정신의학과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