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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짊어져야 했던 현실과 경제적 압박
처음 ‘살아계시기만 하면 된다. 다른 건 어떻게든 내가 참아내고 견뎌내겠다’라고 생각했던 저도 조금씩 지쳐갔습니다. 무남독녀 외동딸인 저는 10년 전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어머니께 남은 가족은 저뿐이었기에, 어머니와 관련된 모든 일은 혼자 처리하고 결정해야 했습니다.
남편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병원에서 연락이 오면, 생후 4개월 된 둘째 아이를 둘러업고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카 시트에만 앉히면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를 달래며 병원 오고 가는 길에 서러움이 북받쳐 참 많이 울었습니다. ‘의논할 형제가 한 명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혼자인 제가 유난히 서러웠습니다. 그런 저에게 또 한 가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은 경제적 상황이었습니다. 집중재활치료를 받는 1년 동안 매달 300여만 원의 개인 병간호비는 큰 부담이었습니다. 수시로 찾아오는 저혈압 쇼크로 집에서 모실 수 없는 상황이기에 남은 평생을 계실 병원에 지급해야 하는 병원비와 어머니께 필요한 물품비, 생활비까지…. 매달 통장에서 빠져나갈 돈의 압박에 앞이 막막했습니다. 고심 끝에 어머니께서 혼자 사셨던 집을 처분했습니다.

어머니가 재활병원에 입원하신 지 5개월쯤 지나 병원비를 계산하러 갔습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120여만 원이 이상이 나올 거로 생각하고 신용카드를 건네는 제게, 원무과 직원은 “14만 원 결제하겠습니다”라고 합니다. 전 114만 원을 잘못 들었나 싶어 “114만 원이에요? 이번 달은 좀 적게 나왔네요?”라고 했더니 “아니오. 본인부담상한제 우선 적용되어서 이번 달은 비급여 부분만 결제하시면 됩니다. 이전 대학병원에서 쓰신 금액은 내년 7월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개인 보험료 등급에 따라 정산해서 돌려 드릴 거예요”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날 원무과 직원의 말은, 병원에서 처음 들은 희망적인 말이었습니다. 병원 의자에 앉아 ‘본인부담상한제’를 검색해 원무과 직원의 말이 사실인지 한참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병원비 걱정 없이 어머니를 더 오래 모실 수 있다는 희망에 그날 집으로 돌아오며 얼마나 안도했는지 모릅니다.

좌절을 딛고 용기를 준 본인부담상한제
올해 7월, 어머니를 집과 가까운 재활요양병원으로 모셨습니다. 다른 이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하실 수 없는 어머니께 꼭 필요했던 병간호도 병원의 공동 간병인 제도로 병간호비 부담을 덜 수 있었습니다. 또한 지난 8월, ‘본인부담상한제’ 적용으로 남편 건강보험료 등급에 해당하는 급여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비용을 모두 환급받았습니다. 정말 이제야 숨이 쉬어집니다. 제가 이런 혜택을 받는다는 것은 단순히 경제적인 상황이 조금 나아진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무에게도 도움 청할 곳이 없던 저에게 주어진 선물이자 희망과도 같습니다. 그 희망이 좌절해있던 저를 일으켜 세워주고 용기를 줍니다.
사실 어머니의 건강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습니다. 누워만 계시다 보니 오히려 합병증은 더 늘어갑니다. 하루하루 야위어 가는 어머니를 뵙는 일은 여전히 아프고 힘듭니다. 그렇지만 살아계십니다. 언제든 보고 싶을 때 찾아가서 뵐 수 있고, 손잡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더 자주 가고, 더 많이 안아드릴 겁니다. ‘본인부담상한제’와 같은 의료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게 해주시고, 기댈 곳 없던 저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갑자기 닥친 사고와 불행에 저처럼 좌절하는 분이 있다면 본인부담상한제 제도를 빨리 알게 되어 좌절을 딛고 용기를 낼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