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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썰매장의 추억
박수빈(경남 통영시)

어릴 적부터 물을 정말 좋아했다. 바다에 가면 해가 질 때까지 나오지 않았고, 눈이 오면 온종일 밖에서 눈사람을 만들거나 눈싸움할 친구들을 찾아다녔다. 고향 통영에서 눈을 보기란 매우 어려웠다. 일 년에 기껏해야 한두 번이었으니 눈은 아주 반가운 손님 같았다.
겨울 방학, 눈을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방학을 맞아 서울 삼촌 댁에 가게 된 것이다. ‘그곳에서는 눈을 실컷 볼 수 있겠지?’ 삼촌 댁에 도착한 다음 날, 아침에 눈을 떠 곧바로 창문을 열었다. 나무마다 눈이 쌓여 온통 새하얀 풍경에 입이 귀까지 걸렸다. 꿈만 같았다.
그날 삼촌은 눈썰매장에 데려다주셨다. 처음 가본 그곳이야말로 천국이나 다름없었다. 자박자박 내리는 눈은 더욱 설레게 했다. 겁이 많아 엄마와 함께 썰매를 탔다. 춥기도 하고 조금은 무서웠지만 처음 경험해본 즐거움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썰매를 타고 내려오는 순간의 짜릿함을 위해 오르막길을 오르는 여정은 즐겁게까지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갈 때는 리프트를 타고 내려오기로 했다. 혹여 떨어질까 무서워 바를 꼭 붙잡았는데, 발밑으로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에 두려움까지 사라졌다. 그런데 내려오던 중 기계가 멈춰버렸다. 눈이 펑펑 내리던 날, 콧물을 훌쩍거리며 20여 분간 공중에 멈춰있었다. 줄줄 흐르는 콧물과 눈이 섞여 내렸다. 그 모습에 이모와 엄마 그리고 나는 서로를 보며 한참을 웃었다. 눈이 내리는 날이면 그때가 떠오른다. 새하얀 세상에서 그때의 동심을 다시 느낄 수 있을까. 어릴 적 눈썰매장에서의 기억은 어른이 되어 미소 지을 수 있는 추억이 되었다.

 
눈이 앗아간 인연
김기학(경기도 평택시)

군 복무 시절, 아끼는 후임병으로부터 한 여자를 소개받았습니다. 그렇게 춥다는 군대의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다는 희망이 저에게 생긴 것입니다. 홀로 외롭게 겨울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마냥 기뻤습니다. 소개를 받은 그녀와 편지로 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서로 생각이 잘 통했고, 서로에 대해 호감이 생겨 휴가를 나가 복귀 전날까지 만남을 이어갔습니다. 다음 휴가에 만남을 약속했고, 저는 그때 고백을 하기로 다짐했습니다.
복귀 후에도 서로 편지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워갔습니다. 다음 휴가를 손꼽아 기다렸고, 긴 기다림 끝에 특별 포상 휴가를 받게 되었습니다. 기쁜 소식을 그녀에게 알리고 만날 약속 날짜를 정했습니다. 그녀를 만나기 이틀 전. 부대에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은 눈이 오면 낭만적이고 아름답다고 좋아하는데 군인들에게 눈은 그냥 눈일 뿐 기쁘지 않습니다. 눈이 내리면 제설 작업이란 고행의 시간을 며칠에서 몇 주 동안 해야 합니다. ‘하필이면 휴가 이틀 전에…’ 눈이 너무도 원망스러웠습니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것처럼 눈은 하염없이 내렸습니다. 그녀와의 약속을 생각하며 안절부절못하던 저는 눈이 그치기만을 애타게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눈은 멈추지 않았고, 폭설로 인해 부대는 몇 주간 고립이 되어 휴가를 나가지 못했습니다. 몇 주 후, 저는 그녀에게 ‘연락도 없이 약속을 어긴 못된 놈’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녀에게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을 잘 설명해달라고 후임병에게 부탁했지만, 눈 때문에 휴가를 못 나온 것이 이해가 안 된다는 그녀의 싸늘한 대답만이 돌아왔습니다. 결국, 그녀를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때는 눈이 얼마나 원망스러웠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고 나니, 한편으로는 눈 때문에 엇갈린 그 사랑이 고맙기도 합니다. 그 눈 때문에 지금의 아름답고 착한 아내를 만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죠.

독자 여러분의 따뜻한 글을 기다립니다

<h-well 문학 콩쿠르>에서는 독자 여러분의 가슴 따뜻한 글을 기다립니다. 2016년 1월 주제는 ‘시작, 새로운 출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월은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고 새롭게 시작하는 달입니다. 생애 첫 모험이나 나눔의 시작, 두려움으로 시작한 나의 첫 도전기 등 두렵지만 설레는 출발점 ‘시작’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채택되신 분께는 소정의 상품권을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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