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보기
PDF다운로드
퀴즈
인쇄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배경
NHIS h-well 문학콩쿠르
잊지 못할
나의 소중한       스승

평생의 추억을 쌓는 십대 시절의 학교생활. 함께 공부하고 웃고 놀던 친구도 소중하지만, 미래를 준비하는 학창시절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의 존재는 무엇보다 소중한 기억이 될 것이다. 잊지 못할 나의 소중한 스승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정리 편집실

 
우리가 들었던
에디뜨 피아프의 노래
주영미(전북 익산시)

"너 이름이 뭐냐?" "네? 주영미인데요." "너 지난 번 핸드볼 할 때 보니까 근성있더라. 마음에 들었다."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날 것 같은 무서운 선생님이셨다. 그런데 그 선생님께서 어느 날 수업에 들어와서는 다짜고짜 내 이름을 물어보셨다. 이유인즉슨 봄 체육대회 때 핸드볼 경기 심판을 보셨는데 나의 행동이 꽤 인상적이셨다는 것이다. 평소 조용하던 내가 정당하지 못한 행동에 대해서 끝까지 조목조목 항의를 한 것을 보신 선생님이 내게 관심을 갖게 되신 것이다.
담임 선생님도 아니셨는데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반드시 동네 공중 전화로 선생님께 전화를 한 후 공부를 하라고 체크하셨고, 공부하다 지치면 선생님 자리로 불러서 아무 말씀 없이 노래 한 곡을 틀어주시며 내 마음을 다독여주셨다. 그 덕분에 난 선생님 같은 사람이 되겠다는 꿈을 꾸었고, 그리고 사범대학에 입학했다.
대학에 들어간 지 4년 후 난 모교로 교생실습을 나갔다. 선생님을 찾는 내 눈에 교무실 한 쪽 구석에 고개를 옆으로 툭 떨어뜨린 채 몸을 비스듬히 하고 앉아 계시는 낯선 분이 들어왔다. 분명 얼굴은 선생님이 맞는데 여고 시절 그 당당하고 차돌같았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선생님, 저 영미에요. 주영미. 기억하시죠?"하고 선생님께 인사를 드리는데 선생님께서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셨다. 선생님의 달라진 모습에 당황해하고 있는 나를 옛 선생님이 데리고 나갔다. "아직 소식 못 들었구나. 몇 년 전에 강선생님께서 교통사고가 나서 몸이 좀 안 좋으셔. 많이 놀랬나보네. 그래도 너가 이렇게 찾아줘서 많이 좋아하시겠다." 교생실습을 하면서 선생님 곁에 자주 있어 드렸다. 내가 선생님께 할 수 있는 게 뭐 특별한 게 있겠는가? 그저 그 때처럼 노래 한 곡 함께 듣는 것 말고는. 지금 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아마도 선생님께서 나에게 준 최고의 선물일 것이다. 나의 직업이 천직이라고 생각하니까. 아이들을 가르치고 그들과 함께 웃고 우는 그 시간 속에서 난 혼자가 아닌 선생님과 늘 함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때 우리가 들었던 에디뜨 피아프의 노래와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