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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iness of Senior 시니어 갤러리
상상력이 더해진 자연, 
생동하는 작품이 되다 생태공예가 박병일 작가

이제 막 땅에 떨어진 솔방울이, 죽은 나무껍질이 주인공으로 발탁됐다. 더 이상 가지를 뻗어 올리거나 꽃을 피우지는 않지만 그 자체로도 충분하다. 생태공예가 박병일 작가의 손을 거쳐 곧 새로운 생명력을 얻을 테니. 유효기간 다한 자연으로 작품활동을 하는 그의 작품세계를 만나본다. 정은주 기자 자료제공 박병일

1 다람쥐_ 오리나무 열매로 몸통을 만들고 오동나무와 대나무로 다리를 붙인 후 개잎갈나무열매 피로 꼬리를 표현한 다람쥐
2 사슴벌레_ 대나무의 마디와 가지를 이용해 만든 사슴벌레
3

부엉이_ 솔방울 두개와 피스타치오피, 목련꽃피, 오동열매 등을 이용해 만든 부엉이

퇴직 후 다시 찾은 예술가의 꿈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재발견해내는 안목이 대단하다. 게다가 손끝까지 야무지다. 머릿속에서 대체 어떤 연상 작용이 일어나기에 자연의 재료 몇 개로 살아 숨 쉬는 듯 정교한 생물들을 만들어 내는지, 박병일 작가의 작품을 보면 신기하기까지 하다.
박병일 작가가 처음부터 자연과 예술의 접목을 시도한 건 아니다. 고등학교 때 입시조각을 하며 유럽 유학을 꿈꿀 만큼 예술에 대한 애정이 깊었지만 당시만 해도 해외로 가는 게 쉽지 않던 때라, 이후의 삶은 평범했다. 그러다 생태공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퇴직 후인 2010년부터다.
과정은 마치 운명인 듯 자연스러웠다. 나무 이름, 풀 이름을 알고 싶어 공부를 하다 숲 해설 봉사활동을 시작했고, 숲에서 남는 시간 동안 나무들을 주워 하나 둘 사물을 만들다보니 여기까지 오게 됐다. 수십 년 전 일이긴 해도 입체조각을 했던 감각도 한몫했을 터. 자동차 회사에 근무하며 가슴에만 담아 두었던 예술적 본능이 한 순간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 거다.
요즘 그의 이름 앞에는 항상 생태공예가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생태공예란 쉽게 말해 죽은 나무나 식물의 껍질 등 자연의 재료를 이용해 자연의 생물을 만드는 작업인데, 아직 대중들에게 익숙한 예술은 아니지만 그의 작품을 본 사람들은 열이면 열 기발함과 정교함에 탄성을 터뜨리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