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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힐링타임
건강검진 체험수기 공모 장려상  건강검진, 
건강한 삶을 위한 첫걸음 글 신영애(경남 거창군)

권유받은 대로 바로 다음 날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큰 병원을 방문하였고, 신장 기능이 20%도 안 남은 만성신부전이라는 진단을 받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단시일 내에 투석을 해야 할 것이라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전 정신을 차릴 수 없었습니다. 전날 의사선생님의 소견이 틀렸을 수도 있다는, 혹은 크게 대단한 문제가 아니길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다르게, 더 심각한 결과를 듣고 나니 마치 사형선고를 받은 것 같았습니다. 그동안 열심히 살아온 대가가 이런 것인지 세상에 나 혼자 덩그러니 버려진 느낌…. 갑자기 너무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고, 죄 없는 의사선생님조차 원망스러웠습니다. 병원을 나와 약국을 가야하는데, 평소 약국 위치를 잘 알고 있었음에도 이리저리 헤매며, 결국 지나가는 사람에게 위치를 물어 겨우 약국을 갈 수 있었습니다.

녹록치 않은 만성신부전 환자로서의 삶
고혈압의 합병증으로 신장 기능이 안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진작 알았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답하기만 했습니다. 남편과 딸아이들, 제 동생들 모두가 제가 투석을 하게 되면 기꺼이 신장 이식을 해주겠다며 눈물 나도록 고마운 위로를 해주어 슬픈 내색을 할 수 없었지만, 속으로는 어두운 터널을 혼자 걷고 있는 것처럼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원래 매사에 긍정적인 사람이었지만, 그때만큼은 모든 게 허무하고 슬프기만 했습니다.
그러다 아무 대책 없이 체념만 하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되었고,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번쩍 들었습니다. 계속 이렇게 우울해하고만 있을 때가 아니다, 건강검진이 아니었다면 더 이상 손도 쓸 수 없는 지경에 가서야 알게 됐을 수도 있는데, 지금이라도 알게 된 것은 어쩌면 나에게 기회가 온 것이라 여기고 감사하며 극복해내자고 말입니다. 그러나 만성신부전 환자로서의 삶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동안 아무렇지 않게 해오던 생활습관들을 모두 바꿔야 했습니다. 특히 식생활 습관을 바꾸는 것이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그동안 건강식으로 알아온 식품들, 제가 좋아하던 음식들은 모두 조심해야 할 음식이더군요. 전문 영양사에게 영양 교육을 받았지만, 도무지 음식을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아 흰 쌀밥에 콩나물 무침 정도만 안심하고 먹었습니다. 그나마도 잘 먹지 않아 체중은 8~10kg 줄어 거울 속 내 모습은 더욱 초라해졌습니다. 먹는 것이 거의 없는데다 철분약을 먹다보니 변비도 심해지고, 삶의 질이 많이 떨어졌습니다. 매일같이 잘 극복해보자 마음은 먹어보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무심코 받은 건강검진, 그리고 발견된 신장 이상
저는 현재 50대 중반으로 40대 초반, 비교적 젊은 나이 때부터 고혈압을 진단받아 오랫동안 약을 복용해왔습니다. 어머니도 젊으신 나이에 고혈압을 진단받았지만 지금까지 합병증 없이 잘 지내오셨기에 저도 약만 잘 먹으면 되는 것으로 여기고 특별한 관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2013년 11월, 조금씩 겨울의 한기가 몸으로 느껴지기 시작할 무렵, 저에게 다가온 시련은 한겨울 매서운 한파보다 더 날카로웠습니다.
평소 무관심하게 방치해뒀던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보내주는 건강검진 안내문을 무심코 보게 되었고 이번에는 한번 건강검진을 받아보자 해서 검진기관을 방문했습니다. 그렇게 건강검진을 받고, 그 결과를 들을 겸 또 골다공증 예방을 위한 칼슘약 처방도 받을 겸 의원을 방문했던 저는 의사선생님에게 예상치 못한 결과를 듣게 되었습니다. 신장 기능이 매우 불량한 상태인데 지금까지 모르고 이렇게 방치를 했냐며 어서 큰 병원에 가보라고 말입니다.
예상치도 못했던 선생님의 말씀에 당혹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 지금껏 신장 건강에는 전혀 관심도 없었을 뿐 아니라 신장과 관련해서는 어떤 증상도 느껴본 적이 없었기에 처음엔 선생님의 말씀을 믿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평소 친절하고 자상한 모습만을 보였던 의사선생님의 단호하고 강한 어조에 저는 정녕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신장 기능이 불량하다니. 신장 기능이 안 좋다는 게 무슨 말인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인지, 오만가지 걱정과 불안에 다리에 힘이 풀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너무나 멀게만 느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