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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pe for Healthy Life  남다른 건강법
누가 먼저 그 잎을 떨어뜨렸나
가을 명곡 고엽의 기원을 찾아서

가을의 대표주자는 단연 <Les Feuilles Mortes>다. 혹은 <Autumn Leaves>다. 이브 몽땅, 에디트 피아프, 앤디 윌리엄스, 에릭 클랩튼 등 반세기가 넘는 지난 세월 수많은 가수들이 불러왔고, 지금까지도 재즈의 새내기들이 해석하기를 마다치 않는 스탠더드의 정석이다. 북미 유럽에서만 히트한 것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가레하(枯葉)’로, 한국에서는 ‘고엽’으로 통한다. 이름을 부르는 방식은 저마다 다르지만 의미는 똑같다. 말 그대로 죽은 잎사귀, 즉 낙엽이다. 사랑의 소멸을 떨어지는 잎으로 비유해 노랫말로 썼다. <고엽>은 사물로부터 인간의 감정을 읽어내는 어느 시인의 기록이었다. 시인은 죽은 잎사귀만 본 것이 아니다. 죽은 것과 다름없었던 음악가를 만났고, 그 죽음을 삶으로 바꿔놓았다. 이민희(음악평론가)

19세기 초반, 헝가리
<고엽>은 헝가리에서도 사랑받는 노래다. 헝가리에서는 <Hulló levelek>로 불리는데, 역시나 낙엽을 뜻한다. 헝가리인에게는 조금 더 특별한 노래일지 모른다. 작곡가가 헝가리 출신이기 때문이다. 이름은 조제프 코스마로, 한때 그는 클래식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로 명성을 얻었지만 한동안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국가가, 그리고 전쟁이 그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어놨기 때문이다.
부다페스트 태생의 조제프 코스마는 사진가, 지휘자 등 유럽 각지에서 왕성하게 활동해왔던 친척들 틈에서 성장했다. 예술에 열려 있던 가풍 덕분인지 그도 일찍 예술에 눈을 떴다.

다섯 살부터 피아노를 연주하기 시작해 열한 살에 창작 오페라 악보를 썼다. 연주는 물론 해석과 창작에 두루 두각을 나타냈던 그는 헝가리의 긍지와 같은 민족 음악가 벨라 바르톡과 같이 활동했고, 곧 교육을 강화하고자 1928년 베를린으로 넘어갔다. 거기서 동료 뮤지션 릴리를 만나 결혼한 뒤 아내의 친구와 인맥이 닿아 극작가 브레히트와 어울리며 유랑 극단에 참여하기도 했다. 더 배우고 더 많이 경험할 수 있었던 시간은 그리 길게 가지 못했다. 파시즘 시대가 열렸고, 독일은 본격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유대인이었던 그는 도망치듯 1933년 파리로 갔다.

예술가를 구원한 예술가
그러나 프랑스마저도 안전하지 않았다. 1940년 나치 독일은 프랑스를 5주 만에 점령했고, 색출된 유대인 조제프 코스마에게는 가택연금 명령이 떨어졌다. 전쟁은 그의 손과 발을 묶었다. 프랑스 북부 알프스 자락에 갇힌 그는 모든 창작 활동을 금지 당했다. 그러나 그는 결과적으로 작곡할 수 있었다. 프랑스에서 얻은 인연 덕분이다. 그는 문학계 및 영화계에서 두루 활동하는 시인 자크 프레베르를 만났고, 예술가 동료의 집요한 설득 끝에 다시 피아노 앞에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