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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iness of Senior 시니어 갤러리
거친 손으로 솜씨를 이어
아름다운 쓰임을 만들다 홍성 댕댕이장 백길자(충남무형문화재 제31호)

씨줄과 날줄이 엮인다. 덩달아 추억도 함께 엮인다. 그렇게 만들어진 채반이며 바구니는 사소한 기억 한 톨도 빠져나갈 틈 없이 참으로 촘촘하고 야무지다. 돌이켜보니 어느덧 50여 년. 언제 시간이 이렇게 지났나 싶은데 거칠어진 손마디를 보니 고개가 끄덕여진다. 댕댕이덩굴로 만든 생활공예는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솜씨, 백길자 댕댕이장의 이야기를 담았다. 정은주 기자 진행 협조 백길자 댕댕이장

추억이 고스란히 담긴 댕댕이
이름부터가 재밌고 친근한 댕댕이는 들풀의 일종이다. 그리고 백길자 씨는 그 댕댕이로 53년 동안 생활공예품을 만들어 온 무형문화재다. 오랜 세월을 견뎌온 묵묵함이 댕댕이와 꼭 닮았다. 만들어진 모습은 수수하지만 공예를 시작하려면 댕댕이를 구하는 것부터가 예삿일이 아니다. 예전에는 산에서 어렵지 않게 채취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큰 풀에 치여 죽지 않은 댕댕이가 드문 데다 산도 너무 우거진 탓이다.
바구니 실타래나 잃어버리기 쉬운 단추 등을 넣는 반짇고리, 짝 잃은 양말 등을 넣어두는 바구니로도 손색없다. 크기가 다양해 물건들이 섞이지 않게 보관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

모자 직접 쓰기 위해 만든 모자다. 바람이 솔솔 들어와 여름철에 쓰면 아주 시원하다. 댕댕이는 장신구를 만드는데도 훌륭한 재료가 된다.

게다가 한소끔 삶아낸 다음 볕 좋은 곳에서 하루 정도 말려 넝쿨 줄기 눈을 일일이 제거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그러니 손톱은 늘 가시덤불 같은 모양새. 매끈한 댕댕이를 만들기 위해 희생해야 할 게 참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게는 댕댕이만한 즐거움이 없다. 평생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까닭이다. 시집갈 때 친정아버지가 만들어 넣어준 댕댕이 바구니는 여전히 부엌의 터줏대감인데 40년도 더 됐지만 모양이 예전 그대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