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이 지난지도 어언 한 달이 지났건만 아직도 쌀쌀하다. 지난해 10월 밭에 마늘 놓은 것을 끝으로 '시티파머'들은 사정상 '베란다파머'로 변신했다. 베란다에서 시금치, 부추, 미나리, 상추 등을 가꾸면서 유난히 일찍 찾아온 강추위 때문에 적잖이 고전했다. 하지만 죽은 것 같은 씨앗에서 나온 어린 싹의 끈질긴 생명력을 통해서 화초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신비함을 느꼈다. 3월, 아직은 춥고 무서리가 내리는 날도 있다. 그래도 씨앗을 묻어두면 싹이 나오고 때가 되면 풍성한 열매를 주는 작물이 하나 있다. 기르기도 아주 쉽다. '완두'가 그것이다.
내가 텃밭을 시작한 것은 작년 봄, 완두를 심으려고 '텃밭 백과'를 펴보니 서리가 아직도 하얗게 내리는 '3월 하순'에 파종한단다. 설마하며 미루다 4월에 씨앗 집에 갔더니 "아직도 안 심었어요? 씨는 벌써 다 팔렸는데요."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