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5세인 변양진 할머니(가명)가 쓰러진 것은 5년 전이었다. 화장실에서 나오다가 미끄러져 허리를 다친 뒤, 몸을 거동하는 것이 어려웠다. 40여 년 전 남편을 잃고 고무대야 장사로 딸과 아들 둘을 키우며 닳고 닳은 몸이지만, 그래도 지체장애를 앓는 아들과 밥해 먹고 함께 살 수는 있었는데, 그 조그만 사고 이후 몸뚱이가 말을 듣지 않았다. 이제 정신도 희미해진다. 나이를 여쭈니 "딸보고 물어봐야지. 난 잘 몰라"라고 하신다.
딸 김영숙(58세. 가명) 씨는 일찍 남편을 여의고 딸 둘을 홀몸으로 키워왔다. 무슨 일을 하면서 자녀들을 키웠느냐고 묻자. "여자 몸으로 아이 둘을 키우느라 도둑질과 살인을 빼고는 이것저것 가리지 않았죠."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래도 딸들이 번듯한 사위를 만나 시집가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손주도 생겼다.
이제 좀 편안하게 시간을 보낼까 했는데 영숙 씨의 노모가 쓰러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