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간장 : 그러면 스스로 적당히 조절하면 될까요?
닥터 쿨 : 네, 맞아요. 연말이라 모임을 피하기도 어려우니 아예 술을 배제한 모임으로 준비하는 것도 방법이지요. 천천히 음미하며 좋은 술을 마시는 것도 고려해볼만하고요.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해독할 수 있을 정도의 양만 지켜서 먹는 것이랍니다.
닥터 쿨의 조언은 정간장씨에게 큰 도움이 됐다. 술을 아예 마실 수 없으면 어쩌나 은근히 걱정하기도 했는데 천천히 조절을 잘 하라고 하니 사회생활을 포기할 이유도 없었다. 다만 고기와 소주라는, 전통의 메뉴는 피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한 잔, 두 잔 하다 보면 본인의 생각과는 달리 분위기에 휩쓸려서 과음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 직원들 중에도 젊은 사람들이 많겠다, 정간장 씨가 생각해 낸 것은 질적인 변화. 닥터 쿨과 상담한 다음 날, 정간장씨는 직원들 앞에서 '우아한 송년회'를 선포했다. 영화부터 미술관, 와인, 칵테일까지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다. 제각각 개성대로 아이디어를 내는 직원들을 보며 이 많은 요구사항을 어떻게 정리할지 난감했지만 하나하나 보니 정간장씨 보기에도 제법 재미있어 보이는 것이 많다. 결국 이번 송년회는 저녁과 영화를 즐기고 가볍게 맥주를 마시는 것으로 결정. 회사가 아닌 다른 모임에서도 요령껏 주량을 조절하고 닥터 쿨의 조언대로 물도 자주 마셨다. 원샷을 고집하지 않는 것도 크게 바뀐 점.
유달리 : 웬일이에요? 요즘 술자리가 그렇게 많은데도 맨정신으로 들어오네?
정간장 : 어허, 나 정간장이야. 술 따위에 그렇게 쉽게 질 것 같아? 술보다야 내 몸과 마음이 소중하지.
유달리 : 어쨌거나 다행이네요. 또 작년마냥 연말 내내 콩나물국만 먹어야 하나 걱정했는데. 몸도 덜 피곤해보이고.
정간장 : 당신하고 닥터 쿨 선생님 덕분이지.
정윤아 : 아~, 그래도 뭔가 재미 없다. 아빠 술 드시면 들어오실 때마다 선물 하나씩 사와서 좋았는데.
정간장 : 하하, 선물이야 맨정신에도 살 수 있는 걸.
정인성 : 그러면 뭐해요. 맨정신일때는 엄마한테 혼날까봐 카드 꺼내지도 못하시면서.
유달리 : 맨정신으로 산 선물도 환불 가능합니다. 꿈 깨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