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B

본문영역

컨텐츠 영역

군대
이야기

이번 달 [문학콩쿠르] 주제가 ‘군대 이야기’였던 만큼 엄청나게 많은 군대 시절 에피소드들이 쏟아졌다. 그 중 가장 애틋했던 사연와 재미있었던 사연 두 개를 소개한다.

컨텐츠 이미지

조카의 곰신

-

조카녀석은 군 입대 전에 1년 넘게 사귄 여자친구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얼굴 한번 보자 해도 안보여 주더니, 결국 군입대 후 훈련병 수료식에 찾아온 녀석의 여자친구를 처음으로 볼 수 있었지요. 앳되고 발랄한 모습이 누가 봐도 사랑스럽더군요. 그 후 가족들 식사자리에 초대도 하고, 가끔은 고무신 거꾸로 신지 말라는 무언의 압력으로 작은 선물을 보내기도 했답니다. 그렇게 알콩달콩 시간이 흐르던 어느 날, 휴가를 나온 조카가 직업군인이 되기 위해 부사관에 지원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단기사병을 거쳐 장기복무가 가능해지면 나쁠 것 없겠다는 생각에 가족들은 내심 조카의 결심을 반겼지요. 하지만 어린 여자친구 입장에서 볼 때 마냥 달가운 소식만은 아니었겠지요. 그래도 “오빠의 결심이라면 믿고 기다려야죠”라고 말하는 모습이 어찌나 기특하던지요. 임관식에는 식구들과 조카의 여자친구도 참석했습니다. 제복을 차려입은 부사관들의 임관식은 생각보다 화려하고 멋졌습니다. 처음 보는 광경이 신기해서 조카 여자친구에게 “이런 거 처음보지?” 했더니, 생각지도 못한 대답을 하더군요. “사실, 이전 남자친구가 공군이었는데 직업군인 한다고 해서 임관식을 본적이 있어요. 그런데 오빠도 갑자기 직업군인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순간, 당혹스럽기도 했지만 어색함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그럼 공군, 육군 만나봤으니 마지막으로 해군까지 만나봐야 하는 거 아냐?”라며 애써 농담으로 웃어 넘겼는데,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답니다. 그런데 말이 씨가 된다는 옛말이 틀리지 않았을까요? 얼마 지나지 않아 조카커플의 이별소식이 들려왔고, 2년 넘게 달달했던 연애사를 끝내며 조카는 덤덤하게 사진과 편지, 선물들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너무도 덤덤해서 더 덤덤해 보이지 않던 그 모습이 한동안 안쓰럽게 제 맘 속을 헤집어 놓았습니다. 남녀 사이의 이별이야 당사자들만 아는 이유가 있겠지만, 어째 그날 제 농담이 화근이 된 것만 같아 맘이 더 아프고, 진짜 해군 남자친구가 생긴 건 아닌가 하는 멍청한 생각도 이따금 들었지요. 그래도 무덤덤한 척 하는 조카를 위해 쿨하게 한 마디 건넸습니다.
“조카님! 군대에서 고무신 거꾸로 신는 애인 경험 한번 없으면 그게 군인인가?
사내 연애도 나쁘지 않아. 여군도 멋있잖아!”

이현정(인천 남동구)

컨텐츠 이미지

방위가 어때서!

-

제가 운영하는 회사의 사훈은 첫 번째 “군대 이야기 하기 않기!” 두번째 “군대에서 족구한 얘기하지 않기!”로 정했습니다. 직원들과 한두 번 밥을 먹고 술을 마시다 보면 자연스럽게 군대 얘기가 나오면서 군대에서 너무 힘들어서 죽고 싶었다는 말과 또 입대하는 날부터 제대할 때까지 날짜만 세면서 지냈다는 말을 할 때면, 저는 28년 전 ‘방위’로 근무해서 군대에 대한 추억보다는 매일 어머니께서 “오늘은 도시락을 무엇으로 싸야 할까?”하시면서 고민하시던 기억만 남거든요. 또 부모님께서 남동생 군 면회를 가시는 날에는 그 시절 귀해서 먹지 못했던 치킨이나 바나나를 싸가지고 그 멀리 강원도 철원까지 가시던 모습이 어찌나 부럽던지, 어머니 몰래 치킨을 몰래 꺼내먹기도 했습니다. 동생이 휴가 나올 때면 용돈을 많이 쥐어주면서 밤늦도록 놀다 오라고 하시던 모습에 질투가 나기도 했습니다. 저한테는 매번 ‘일찍 들어와라, 술 먹지 말라돈’,을 ‘아껴써라’ 잔소리만 하시던 부모님이 동생의 휴가나 면회를 갈 때면 하나라도 더 챙겨주지 못해 안달이 나는 모습이 싫었어요. 그런데 사회에 나와서도 술을 마시고 밥을 먹다 보면 군대이야기가 빠지지 않고 나와서 제가 회사를 운영하고부터는 아예 그렇게 정한 것입니다. 물론 직원들은 제가 없을때 군대 이야기를 할 테지만 제 앞에서는 할 수 없으니 그걸로 위안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들어온 신입직원이 ‘공익근무요원’으로 군생활 한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습니다. 왠지 든든한 뒷배가 생긴 것 같고, 같은 입장에서 군대얘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생긴 것 같 아서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이미 사훈을 그렇게 정해버린 터라 반가운 내색을 차마 할 수가 없었어요. 요즘은 수많은 고민을 합니다. 기분좋게 직원들과 술 한잔하면서 “사훈을 바꾸면 어떨까?”라는 말을 꺼내고 싶지만 쉽사리 말을 꺼낼 수가 없더라고요. 방위와 공익으로 제대한 사람들이 군대에 대한 에피소드를 꺼내 놓으라고 하면 책으로 쓰라고 날밤을 새도 못할 만큼 그런 일들이 은근히 많은데 말을 할 수 없는 게 아쉽기만 하네요. •

조중환(경기 파주시)

tip
[독자 문화살롱]으로 개편됩니다
그동안 <문학 콩쿠르>와 함께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해당 칼럼은 9월호부터 [독자 문화살롱]으로 개편됩니다. [독자 문화살롱]은 독자 여러분의 ‘내 인생의 영화, 드라마, 책, 음악, 공연’ 등 문화 경험에 대한 사연을 나누고 추천하는 칼럼입니다. 인상 깊게 본 영화나 드라마, 책 등을 소개하고 소감이나 가장 좋았던 장면, 당시 추억 등을 자유롭게 공유해주세요. 채택되신 분께는 소정의 상품권을 드립니다.
원고분량 200자 원고지 4매 이내(A4 반 장 이내, 10point 기준)
원고마감 없음(상시)
원고 보내실 곳 (26464) 강원도 원주시 건강로 32 국민건강보험공단 홍보실 정기간행물 담당자 앞(성 함, 주소, 우편번호, 전화번호 꼭! 적어 보내주세요)
E-mail 접수처 webzine@nhis.or.kr
정리 :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