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B

본문영역

컨텐츠 영역

그때도, 지금도
고마운 당신

<건강보험> 독자들이 보내온 ‘고마운 사람’에 대한 이야기는 그 고마움의 크기만큼이나 뭉클하고 가슴 찡하다. 굶주린 시절, 혹은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절 손을 내밀어준 사람과의 소중한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컨텐츠 이미지

빚을 갚는 마음으로

-

부모님께서 사고로 돌아가시고, 고등학생인 나와 초등학생인 내 남동생 둘만 남게 되어 한동안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어 나라의 도움으로 살아가야 했었다. 화재로 집이 전소되어 살 집이 꼭 필요하던 차에 영구임대아파트가 당첨되었다.
보증금이 290만원 이었는데, 일부분인 50만원과 예치금 15만원, 합 65만원을 18일까지 관리소에 입금해야 했다. 당시 학생인 내가 돈을 구할 만한 곳은 없었고, 수급비가 매달 20일에 나오기에 아파트 관리소 측에 20일까지 입금할 수 있게 해달라고 사정했지만 안 된다고 했다.
답답한 마음에 입금마감을 1주일여 남기고 늘 상담을 해주시던 동주민센터 복지사님을 찾아갔다.
그곳에서도 뾰족한 방법이 없을 거란 걸 알았지만, 그 복지사님께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위안이 되었었다. 입금 마지막 날까지, 돈을 구하지 못해서 임대아파트를 포기하려던 순간, 복지사님께서 전화가 와서는 개인적으로 후원을 해주고 싶으시다고 하셨다.
“이 돈을 갚지 않아도 되지만 꼭 갚고 싶다면 돈 대신에 공부를 해서 복지공무원이 되어 너도 네가 받은 도움을 사람들에게 돌려주는 사람이 되라”고 하시며, 그게 몇 배를 갚는 길이라고 하셨다. 그 복지사님의 도움으로 무사히 입주를 하였고, 몇 해가 지난 지금 나는 작은 동네 동주민센터의 사회복지직 공무원이 되어, 그때의 진 빚을 갚으며 살고 있다.
결혼하시면서 이민을 가셔서 연락이 끊겼지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김미혜 복지사님, 저는 지금 복지사님의 도움으로 이 자리에 있습니다.
도와주신 사랑의 마음, 이제는 제가 전하며 살고 있습니다.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보고 싶습니다.

박윤진(경기도 동작구)

마음만은 풍성하던 시절

-

달동네라고 이름 지은 곳에서 단칸방에 일곱 식구가 모여 살 때의 일이다.
그 시절에는 모두가 어려웠기에 그러려니 하고 살았지만 명절 때만 되면 고민이었다.
차례를 지내기 위해 시부모님과 시동생들이 올라오는데 좁은 단칸방에 다 잘 수가 없어서였다. 날이 따뜻하면 마당에 평상이라도 펴놓고 자련만 날씨가 추울 때면 어쩔 수 없이 차례만 지내고 다른 친척집으로 모셔야 했다.
그런 우리집 사정을 안 옆집 승민이 엄마가 설 명절을 앞두고는, "그러지 말고 우리집에서 애들 자게 해. 우리는 시골에 내려가니까. 빈방 뒀다 뭐해?" 하는 것이 아닌가.
얼마나 고마운지 몰랐다. 아무리 친하게 지내는 이웃이라 해도 자신도 없는데 방을 쓰라고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을 알기에 주저하는 내게, "아이고 걱정말아. 훔쳐갈래야 훔쳐갈 것도 없어. 하하하" 하면서 웃음으로 내 걱정과 미안한 마음을 덮어주었다. 그때부터 명절 때만 아이들을 며칠간을 승민네서 지내게 했다. 마당을 함께 쓰기에 따로 아이들을 보살필 필요도 없이 내 방처럼 사용하면서 며칠간을 편히 지낼 수 있어서 시부모님과 시동생들을 다른 친척집으로 모시는 번거로움과 미안함을 덜 수 있었다.
아무리 어려운 시절이라고 해도 마음만은 이렇게 풍성하던 시절이었다. 내 방까지 타인에게 아무 조건 없이 내어줄 정도로 후한 인심 때문에 그 어려운 시절을 견디며 살아올 수 있었다.
지금은 좀 떨어져 살지만 여전히 한번씩 만나면서 좋은 인연으로 지내고 있는데 생각해보니 그때의 그 고마운 마음이 새록새록 피어나는 것 같다.
승민 엄마, 내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알지?
올해가 다 가기 전에 맛있는 밥 먹자. 연락할게! •

한재옥(서울시 은평구)

컨텐츠 이미지

tip
독자 여러분의 따뜻한 글을 기다립니다
<h-well 문학 콩쿠르>에서는 독자 여러분의 가슴 따뜻한 글을 기다립니다. 2017년 1월 주제는 ‘부러웠던 혹은 부끄러웠던 기억’입니다.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지만 어린 시절, 친구들이 모두 가지고 있었지만 나는 가질 수 없었던 물건, 외상값을 갚지 못해 부끄러웠던 기억 등 어려운 형편으로 인해 얼굴을 붉혔던 사연을 보내주세요. 채택되신 분께는 소정의 상품권을 드립니다.
원고분량 200자 원고지 4매 이내(A4 반 장 이내, 10point 기준)
원고마감 2016년 12월 15일
원고 보내실 곳 (26464) 강원도 원주시 건강로 32 국민건강보험공단 홍보실 정기간행물 담당자 앞 (성함, 주소, 우편번호, 전화번호 꼭! 적어 보내주세요)
E-mail 접수처 webzine@nhis.or.kr
정리 :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