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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으로 얻은 꽃중년
25년간 몸과 옷에 찌든 담배 냄새

담배를 처음 만나게 된 계기는 대학졸업 직전 실연을 당하면서 생긴 상실감 때문이었다. 스트레스를 해소하는데 좋다고 주위의 친구들이 권해서 시작했다. 처음에는 목이 아프고 가래가 끓어 힘들었는데 차츰 익숙해지면서 담배를 피우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스트레스가 날아가버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것은 니코틴이 중추신경계에 작용하여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 분비를 증가시켜 행복감과 긴장완화 증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농도가 떨어지면 긴장, 초조, 불안 증상을 보이고 계속 일정농도를 유지하고자 하는 욕구가 지속적으로 생기므로 한 시간 간격으로 담배를 찾게 되고 그 찰나의 행복감 때문에 담배는 치열하고 고단한 삶 속에서 꿀맛 같은 휴식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후 한 해 두 해 지나가면서 점점 담배가 나의 일상생활에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고 25년간 몸과 옷에는 항상 찌든 담배 냄새가 배어있었다.

가족의 만류와 사회적 억압에도 늘어만 가는 담배

10년 정도 담배를 피우고 나니 치아와 잇몸이 변색되어 미관상 좋지 않았으며 치아도 약해져서 계속 치료를 하고 스케일링을 6개월 주기로 해야 했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난 뒤에도 담배를 계속 피웠는데 그때는 아이들 앞에서만 피우지 않으면 된다고 알았다. 이후에 담배 피운 손으로 아이를 만지면 유해물질이 그대로 전달된다는 것을 알고 크게 놀라 후회를 했는데 다행히 애들이 별탈 없이 자라줬지만 지금도 미안함은 남아있다. 그리고 아내가 간호사여서 금연강사로 활동했는데 금연강사 남편이 담배를 피운다고 핀잔했으나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담배를 피웠다. 축구를 하거나 달리기를 하면 가슴이 찢어지는 것처럼 통증이 느껴졌고 등산을 가면 낙오하기 일쑤였다. 호흡기가 약해져서 감기에 자주 걸렸다. 장거리 여행을 할 때는 기차가 시간이 짧게 걸렸지만 담배를 못 피워서 고속도로 휴게소에 정차하는 고속버스를 일부러 선택해서 가기도 했다. 음주회식을 하게 되면 담배가 더 구수하게 느껴져서 평소보다 1.5배이상 더 담배를 피웠고 다음날 숙취도 심하고 술도 늦게 깼다.
직장에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상사에게 보고하러 갈 때 담배냄새를 싫어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양치질을 하거나 구취제거제를 써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했고 아이들도 담배냄새 싫다고 담배 끊으라고 야단이었다. 2014년에는 무기폐 증상을 진단받아 정밀검사를 한 결과 임상적으로는 아직 특별하지는 않으나 금연을 권고 받았다. 2015년 새로 이사간 아파트도 집에서 담배를 피면 윗집으로 연기가 올라가서 민원이나 다툼의 소지가 있으므로 실내흡연을 제한하였다. 담배 피우기가 매우 불편하고 귀찮아졌음에도 꿋꿋이 담배를 피웠다.

탈모 수술로 금연을 결심하다

그동안 담배를 끊기 위해 니코틴 패치, 니코틴 껌, 이침요법도 시행해보았으나 담배를 끊을 수 없었고 잇몸에 끼워서 니코틴을 흡수하는 스누스도 사용해보았는데 용량조절이 어려워 급격한 피로감의 부작용으로 더 이상 할 수가 없었다.
흡연자의 70~80%는 금연을 원한다. 나도 금연을 원하는 흡연자였고 흡연기간이 점점 늘어나면서 대사성질환 즉 고혈압, 고지혈증이 생기고 흡연을 하는 동안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탈모가 쉽게 진행되었으며 얼굴색도 어둡고 칙칙해서 다른 사람들이 간에 무슨 문제가 있느냐고 물어볼 정도였다. M자형 남성탈모로 내 나이보다 나이가 많이 들어보였고 탈모는 다른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므로 가발을 써볼까 모발이식 수술을 해볼까 고민을 하고 있었다. 큰맘 먹고 모발이식을 하는 피부과에 진료를 갔는데 모낭의 생착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모세혈관의 혈류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 수술 일주일 전부터 수술 후 3개월까지는 금연과 금주를 권장했다. 머리카락 한 올에 약 1,200원이라고 생각하니 담배를 머리카락이 생착이 될 때까지만이라도 중단해야 되겠다고 결심했다.

금연지원정책으로 금연보조제 지원 받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금연을 위한 정신과 약인 챔픽스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약값이 고가라 사는데 부담스럽고 사기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때마침 2015년 2월 말부터 정부의 금연지원정책 시행으로 챔픽스가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금연치료 지정병원에서 처방받아 구매를 할 수 있게 되었다. 금연치료 병원에서 2015년 3월 11일 처음 챔픽스를 처방받아 담배를 피면서 0.5㎎부터 시작했다. 처음 3일간은 별 차이를 못 느끼다가 4일차부터 담배 맛이 싱거워지면서 흡연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때 챔픽스를 복용하면 알코올 감수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사전공지를 받지 못해 음주회식에 참가했다가 평소와 동일한 양의 음주를 했는데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이 취해 귀가하는데 혼이 나기도 했다. 또한 가벼운 부작용으로 쉽게 잠이 들지 못했고 자면서 꿈을 여러 개 꾸는 것이 있었다.
2주차에는 약을 1㎎으로 늘려서 복용을 했다. 6일차부터는 완전히 금연을 했다. 3주차부터는 담배를 피우고자 하는 욕구가 가끔 불쑥불쑥 생겼으나 그때마다 목캔디 같은 휘산기능이 있는 사탕과 은단, 생수를 먹으면서 고비를 넘겼다.
4주차부터는 복용량이 많아서 금연욕구가 점점 줄어들었다. 그리고 금연에 대한 자신감이 점점 생기고 전반적인 몸의 컨디션이 좋아져서 아침에 기상시간이 빨라져 아침운동을 꼬박꼬박하게 되었다. 2주 간격으로 처방전을 받고 약국에 약을 사러 가면 약사 선생님이 늘 응원해주셨는데 나와 비슷한 시기에 금연치료 프로그램을 시작한 사람들이 대부분 중도포기하고 30%정도 성공하는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다. 약 자체가 담배를 끊게 해주는 것이 아니라 금연의지를 지속시켜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보조제 개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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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지 아니라 질병으로 보는 접근 필요

흔히들 금연은 개인의지로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새해가 되면 금연열풍이 불었다가 작심삼일로 끝나는 경우를 종종 보아오곤 하는데 내가 경험한 바로는 금연을 개인 의지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질병의 개념으로 접근하고 치료를 해야 한다는 의식이 확산되어야 한다고 본다. 단순히 개인의 의지박약 문제로 볼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관심을 가지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판단된다.
금연 후 6개월이 지나니 얼굴색이 밝아지고 이식한 모발들이 생착이 잘 되었다. 고맙게도 공단에서 금연치료 프로그램을 하면서 소비한 돈을 보상해주었고 금연이 확인되면 10만 원도 지급해준다고 하였다. 특히 매월 금연상담사께서 전화로 금연유지를 할 수 있도록 응원해주기도 하였다.
1년이 지나고 나서 이식한 머리는 훌륭하게 생착이 되었고 얼굴색도 좋아져서 10년은 젊어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고 있다. 따라서 사회생활에도 자신감이 생기고 생각도 긍정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항상 달고 다니던 기침, 가래가 없어져버렸다. 금연 이후 체중이 8Kg정도 증가하였으나 운동과 다이어트를 병행해서 줄여나가고 있다.

금연 1년 후, 건강을 되찾고 꽃중년으로 거듭나

2010년 대장내시경을 했는데 대장의 색깔이 붉은색이 아니라 회색이라서 의사선생님께 문의결과 HEAVY SMOKER여서 그렇다고 했다. 금연 1년 후 지난 4월 대장내시경결과 대장이 원래의 색깔을 되찾아 매우 기뻤다. 그리고 달리기, 등산, 계단오르기 할 때 가슴이 뻐근하거나 호흡하는데 힘들지 않다. 지금은 흡연자가 내 옆에 와서 말을 하면 담배 냄새 때문에 역겨움을 느끼기도 한다. 결혼 후 20여 년간 그런 역겨운 냄새가 나한테서 계속 났을 텐데 참아준 집사람에게 고맙고 미안했다. 이제 담배를 끊은지 15개월이 지나가는데 아들에게 의지가 굳건한 아빠, 떳떳한 아빠가 되어서 좋다. 나는 담배를 피우면서 아들에게는 너는 피워서는 안된다고 하는 것은 교육 효과도 없을뿐더러 당당하지 못한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건물 구석 흡연공간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중년 남성들이여! 금연으로 건강과 젊음을 되찾아 꽃중년으로 거듭납시다. •

금연치료 지원사업 금연성공사례 체험수기 응모 :  우수상 박성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