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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이민 갔던 국민도 다시 돌아오게 한 의료비 경감정책
시어머니의 대장암 진단으로 상심한 가족

2015년 3월 둘째 아이를 학교에 처음 입학시키고, 제 생활은 병아리같은 아이를 보살피는 기쁨과 활력으로 들떠 있었습니다. 그렇게 꿈같던 3월을 보내고 나니 문득 ‘시부모님께 너무 소홀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소 며느리를 편하게 대해 주셨는데도 불구하고 그날은 웬일인지 불안한 마음에 전화 다이얼을 눌렀습니다.
언제나 다정한 목소리로 전화를 받던 어머니의 목소리가 좋지 않았습니다. 요즘 통 몸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전에는 없던 잔변감, 복통, 거기에 혈변까지. 놀란 저는 남편과 바로 상의해 서둘러 어머니의 병원 진료를 예약했습니다. 마침 시댁 우편함에 공단에서 진행하는 대장암 검사 안내장이 배송되어 있었고 그 길로 가까운 병원에 예약을 하고 진료를 받게 해드렸습니다. 병원에서 대장 검사를 마치고 담당의를 만났는데 안색이 너무 어두웠습니다. 정말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들었습니다. 시어머니께서는 벌써 대장암이라고 하면서 서둘러 대학 병원 예약과 동시에 진료를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걱정하며 눈물 흘리는 어머니를 붙들며 위로도, 그렇다고 같이 울 수도 없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가족이 이 힘든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오로지 그 생각뿐이었습니다.

건강보험, 진료비 고민에 빠진 가족을 구하다

가장 가깝고 유명한 병원은 신촌 세브란스병원이었습니다. 남편과 저는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큰 병은 비용도 많이 들어가는데 우리에겐 그리 큰 여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다 어머니께서 들어 놓으신 사보험을 알아보니 실제 암 치료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한 금액이었고, 생각했던 것보다 아주 적은 금액이어서 우리에게 별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 보였습니다.
앞으로 수술도 수술이지만, 입원실에 쓰일 비용과 각종 치료 및 검사비용 그리고 약 값, 비싸기로 소문난 항암제들까지 계산해보니 아픈 시어머니도 걱정이지만 우리 앞에 놓인 통장과 그로 인한 금전적인 생활의 타격을 미리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알아보니 암은 우리나라 4대 중증질환으로 포함되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입원 후 초음파 검사를 했는데 생각했던 금액보다 훨씬 적게 나와서 다행이다 싶어 문의해보니 역시 중증질환의 경우 혜택이 확대되어 환자 부담금이 5% 밖에 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시어머니께서 병을 얻어 자식된 우리들은 너무나 속상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현실적인 것으로 걱정하는 우리들의 모습이 왠지 불효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참 어려웠는데 이렇게 막상 혜택을 받고 보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표적항암제 급여 항목에 추가돼 ‘구사일생’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 중에 집안에 암 환자가 생기면 기둥뿌리가 뽑힌다는 말이 있지요. 매달 몇 백 만원에 이르는 치료비를 가족들이 대느라 빚을 지거나, 집을 팔거나 아니면 이사를 가게 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말입니다. 우리 같은 평범한 서민들은 그 치료비를 미처 감당하지 못한 채 결국 치료를 포기하고 마는 가정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기에 잘 알지도 못하면서 미리 겁을 먹었던 것이겠지요.
시어머니는 대장암 환자로 수술도 수술이지만 항암과 동시에 표적 치료를 해야 한다는 의사의 소견이 나왔습니다. 표적 치료란 기존 항암제와 달리 유해한 암 세포만 찾아 공격하는 기특하고 신기한 치료제라고 합니다. 시어머니의 발병 전에는 표적항암제는 비급여로 주사 한대에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에 이르는 고가의 약인데, 마침 하늘이 도왔는지 급여 항목으로 추가되어 아주 저렴한 가격에 치료를 받으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실감하는 치료비 부담 ‘무료’에 가깝다

서류로는 환자 부담률이 5% 낮아 졌다고 하지만 실제의 부담률의 실감은 무료에 가까웠답니다. 왜냐하면 표적항암제는 치료 한 번에 500만원에 호가 하는데, 시어머니 부담은 10만~20만 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가족은 표적항암제에 큰 기대를 두고 있었습니다. 기존 항암제들은 독성이 너무 강해서 수술과 스트레스로 지쳐 있는 암환자에게 투여하면 면역이 떨어진 상태라서 부작용만 심하지 실제 병이 호전되는 느낌을 받을 수 없는 까닭이지요. 그러나 이 희망의 표적 항암제는 치료 효과와 동시에 생명 연장의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암 환자 및 가족의 유일한 희망입니다. 그 고마운 약을 지원받을 수 있다니 너무나 고마웠습니다. 시어머니가 주로 쓰는 표적 항암제는 ‘아바스틴’과 ‘얼비툭스’라는 약입니다. 이 약들은 대장암에 바로 침투되어 집중적으로 치료할 수 있고 단순 생명 연장이 아닌 완치를 목적으로 하는 치료라고 설명을 들었습니다. 표적 항암제의 국가 지원은 우리 시어머니나 가족들에게 삶의 희망을 선물했습니다. 지금도 시어머니는 의사와 상담 하면서 꾸준히 정기적으로 이 약들을 투여하고 계시고 현재 완치는 아니지만 정상 생활을 이어가는 기적적인 모습을 보이고 계십니다.

‘본인 부담 상한제’로 진료비 돌려받다

게다가 진료비에도 상한제가 있다는 사실을 이번 기회에 알게 되었습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연락이 왔는데 초과 금액이 있다며 돌려 준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본인 부담 상한제’ 라고 설명하며 작년 부담한 병원비가 어머니가 부담해야 할 병원비에서 초과되었다며 나머지 금액을 모두 돌려 준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파서 병원비 걱정에 만날 한숨만 쉬었던 우리 가족에게 이러한 소식은 또 다른 희망을 보는 듯 했습니다. 시어머니께서 수술을 하시거나 내원해서 주사를 맞고 치료를 받아야 할 때에는 반드시 입원을 해야 했습니다. 치료를 마치고 어머니를 모시고 입원 수속을 밟는데 6인실은 이미 다 채워진 상태여서 부득이하게 4인실로 옮겨야 한다는 이야길 들었습니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6인실과 4인실의 금액 부담 차이는 엄청난 것이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6인실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거나 다른 어떤 방법이 없는지 매달렸습니다. 그런데 마침 2014년도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6인실에서 4인실까지도 확대된다는 안내를 들었습니다. 병을 얻어 지치고 힘든 가족과 환자에게 경제적인 부담까지 덜어주는 정말 물 샐 틈 없는 건강보험 지원에 다시 한번 또 감사를 느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시어머니께서는 병원에 가실 때마다 매번 초음파 검사를 받으며 병의 호전도를 체크하고 있었습니다. 본래는 20만 원이 넘는 검사인데 중증질환자로 많이 나오면 5만 원 가량의 검사비를 지불했습니다. 만약 어머니께서 조금 더 일찍 아프셔서 이 같은 지원들을 하나도 못 받았더라면 그 고가의 치료비를 우리가 어떻게 감당했을까 상상하면 정말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다양한 혜택으로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게 해준 ‘건강보험’

다양하고 폭 넓은 건강보험 지원으로 우리 시어머니와 가족들은 치료에만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절약된 치료비로 시어머니께서 좋아하시던 음식들을 사드리고, 투병에 필요한 각종 용품도 마련해 드리게 되어 효도하는 것 같아 뿌듯합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온 가족이 어머니를 모시고 여행도 다녀왔습니다. 만약 이러한 건강보험 혜택이 없었더라면 지금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집 팔고 빚 내서 치료하다가 지쳐 치료받는 어머니께 드시고 싶은 것, 가고 싶으신 곳에 모실 수 있었을까요.
주변에서 자주 물어보는 질문이 있습니다. 집 안에 암 환자가 있는데 어떻게 버티느냐고요. 그럴 때마다 이야기 해줍니다. 우리나라 건강보험 혜택이 정말 좋다고요. 각종 뉴스 기사들을 보면 앞으로 더욱 확대되고 좋아질 것이라고요. 올해는 시범 운영이라고 하지만 내년부터 차츰 범위를 넓힌다는 간병인 서비스까지 기대 된다고 말이죠.

시련 속 가족을 지켜준 건강보험제도

시어머니께서는 지금 인터넷 암환자 카페에서 활동하고 계십니다. 그곳에서 지금 막 암 통보를 받고 시름에 쌓인 사람들, 환자 가족들을 진심으로 걱정하며 글로써 상담하고 계십니다. 때로는 당신 발로 직접 아픈 사람들 병원에 찾아가 손 잡아 주며 기도도 해주시고, 맛있는 음식 사먹고 힘내라며 작은 돈을 보태시기도 하십니다. 그곳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그 동안 어떻게 치료에 집중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비용을 어떻게 감당했는지 라고 합니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설명해 주며 이런 저런 정보를 들려주고 계십니다. 당신도 아프면서 남을 돌아보는 마음은 어디에서 비롯 되었는지 생각해보면, 힘든 치료 과정에서도 우리 가정이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유지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가난이 문지방을 타고 들어오면 행복은 대문 밖으로 나간다는 말이 있지요. 저희 가족의 힘든 시련 와중에도 우리를 도와 주는 4대 중증질환 특혜와 상급병실 및 선택진료 혜택으로 흔들리지 않았기에 가능한 일일 겁니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제도에 대해 상식이 전무했던 우리가 이번 기회에 알고 혜택을 받아 보니 이제껏 냈던 건강보험료가 정말 고맙고 보배로웠습니다. 이 에피소드를 쓰며 지난 날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시어머니께서 완치하시려면 아직 더 시간이 흘러야 하지만 든든히 버텨주는 건강보험이 있어서 걱정 없습니다. 앞으로도 날로 번창하며 무궁한 건강보험 복지 혜택의 길을 기대해봅니다. •

국민의료비 경감정책 체험수기 : 우수상 강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