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년간 인문서 시장의 최대 화두 중 하나는 단연 ‘청춘’이었다. 그 원조 격의 책은 지난 2007년 출간돼 화제를 불러일으킨 우석훈의 ‘88만원 세대’였다. 이 책은 당시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청춘 세대의 경제적 피폐함을 고발함으로써 신자유주의의 격랑을 뚫고 나아가는 대한민국 사회에 경종을 울려주었다. 그 후로 엄기호의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2010), 한윤형의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2013) 같은 책이 나오면서 스스로를 ‘잉여’, 곧 할 일 없이 남아도는 인생으로 규정하는 청년 세대의 좌절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런데 출판기획자로서 필자의 머릿속에는 ‘이들 청춘이 과연 하늘에서 떨어진 세대인가’라는 의문이 맴돌았다. 20대의 근원에 드리운 10대의 그늘을 파헤치지 않고는 그들을 온전히 정의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인 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