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4년 서울을 떠나 화성에 터를 잡고 흙과 자연을 지기(知己) 삼아 노후생활을 하고 있는 차배근(73세) 서울대 명예교수. 서울대 출신으로 언론정보(커뮤니케이션)학 박사로 후학을 양성하며, 숱한 저작을 집필하고 한국언론학회 회장도 역임했던 차 교수가 도심의 편리한 삶을 마다하고, 노후 인생터전으로 선택한 화성의 시골생활이 무척 궁금했다.
“논농사를 450평(약 1,500㎡) 남짓 직접 짓는데 여섯 가마니(80㎏짜리) 정도 수확해서 대부분 자식들에게 보내고 나머지는 우리가 먹지요. 그리고 건강에 좋은 거라면 다 심어요. 배추, 무, 들깨, 토란 등 밭작물과 블루베리, 매실 등 유실수도 가꾸고요.”
차 교수 내외는 화성의 땅을 지난 1984년부터 구입하기 시작했다. 당시 생존해 있던 부친이 이북 실향민 출신이라 묘자리를 한 번 구해보라는 얘기를 듣고 이곳저곳 수소문하다 지인으로부터 현재의 화성땅을 소개받았다. 알고 보니 이 지역이 연안 차씨 집성촌이었고 보기에 좋아서 별장 하나 짓고 살자 했는데 서울서 내려올 때마다 사람들이 땅을 사라고 하는 통에 책 인세로 받은 돈으로 야금야금 사들이기 시작했다. 그리곤 2007년 낙향했다.
“하루 종일 아주 바빠요. 일어나면 일거리가 많지요. 아침에 운동 삼아 산책하고 식사하고 오전에 잠시 책 좀 보다가 오후에는 농사일을 보고. 밤에는 집필하고 책 읽느라 바쁘고요.”
집 앞에 조성한 잔디 정원에는 차 교수 내외의 개인적 취향을 드러내는 시설들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전통 솥가마와 화덕, 에스키모 이글루(얼음집)를 닮은 반원형의 벽돌식 미니 사우나실이 한쪽에 들어서 두 딸의 가족들이 내려오면 애용한다고 한다. 또한 밭 옆에 자연 용천수를 이용한 연못이 있어 농사철에는 농업용수 걱정이 없다고 차 교수는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