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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너무 억울한 이야기

지금은 웃어 넘길 수 있지만 당시에는 답답하기만 했던, 살면서 가장 억울했던 에피소드. <건강보험> 독자들이 보내온 ‘억울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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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돈다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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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를 비롯하여 아버지, 엄마는 돈이 생기면 이불 속이나 장롱 위에 보관해두시곤 했다. 어느 주말 아침, 조용했던 집안에 난리가 났다. "아이구~세상에! 내 돈이 어디로 갔을까나?” 할아버지의 우렁찬 목소리가 한숨과 함께 흘러나왔다. 잠시 후, 얌전하게 방안에서 만화책을 보며 뒹굴거리고 있던 내게 불똥이 떨어졌다. "할아버지 돈에 손댄게 바로 너지? 장롱위에 할아버지가 돈다발을 올려두셨다는데…그 돈 어쨌어?” 아버지의 황당한 추궁에 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엄마에게 구원의 눈길을 보냈지만 허사였다. 왜냐면 얼마전 엄마의 지갑에서 동전 몇개를 슬쩍하여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던 일이 들통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억울했다. 내가 아무리 간이 크다한들 어찌 할아버지의 돈다발을 슬쩍 할 수가 있을까? 난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억울함을 호소했고, 할아버지 팔에 매달려 도움의 손길을 간절히 바랐다. 아니나 다를까… 할아버지의 나즈막한 목소리가 내 귀를 파고들었다. "그만해라~애가 아니라는데… 내가 길에서 잃어버린 게지, 아마 내가 망령이라도 났나 보구나.”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억울한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아니 더욱 더 커져만갔다. 평소 건강하시던 할아버지를 치매 환자로 만들면서까지 혐의를 벗어난 것도 석연치 않았다. 어린 탐정이라도 된 듯 난 할아버지가 기거하시던 방을 이잡듯이 뒤져보았다. 먼지를 뒤집어쓴 채로 장롱위에 올라가 보고, 누렇게 눌어붙은 장판 바닥을 뒤집어도 보았다. 그러나 할아버지의 돈다발은 어디에서도 나타나질 않았다. 그 후로 몇달이 지난 어느날, 우연히 난 천장 위에서 쥐들이 신나게 경주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랬다! 할아버지의 돈다발 도둑은 바로~ 쥐들이었다. 아버지께 말씀드리자 무릎을 탁! 치시며 쾌재를 부르셨다. 아버지는 곧장 장롱위로 올라가 뚫린 천장으로 팔을 집어넣어 쥐똥이 가득한 천장안을 더듬거리셨다. 아! 거기에 쥐들이 열심히 뜯어 먹다 만 지폐들이 있었다. 할아버지께 쥐 이빨 자국이 선명한 지폐들을 보여드리자 할아버지는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시며 칭찬해주셨다. 난 할아버지의 돈을 찾았다는 기쁨보다 억울한 누명을 벗어서 정말정말 기뻤다.

김옥희(대전시 중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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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고생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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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근무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이었다. 탑승한 106번 시내버스를 동부네거리에서 하차한 뒤 횡단보도를 건넜다. 그리곤 H 제과 건물의 아래 벤치를 지나는데 스마트폰 하나가 주인을 잃고 혼자서 우두망찰하고 있었다. ‘저걸 그냥 두었다간 누군가가 훌쩍 집어가서 팔아먹을 지도 몰라!’ 라는 생각에 그걸 주워들고 집에 왔다. 그리곤 Y지구대(구 파출소)로 전화를 걸었다. “네, 000 순경입니다.” “제가 잠시 전 스마트폰을 습득했어요. 한데 주인을 찾아주려 했으나 비밀번호 잠금장치가 돼 있어 주인이 누군지를 통 모르겠어서 전화했습니다. 이런 경우 저는 어쩌면 좋지요?” 그러자 경찰관은 “스마트폰의 주인이 위치추적을 하게 되면 자칫 선생님이 절도범으로 몰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서둘러 지구대로 가지고 와서 신고를 하라고 했다. 통화를 마친 뒤 투덜거리며 벗어던졌던 옷을 도로 입었다. 이윽고 도착한 지구대. 습득한 스마트폰을 건네자 경찰관은 용지를 내주며 나의 인적사항에 이어 정보제공 동의서까지를 받았다. ‘빌어먹을, 내가 무슨 범죄 용의자라도 되나? 대체 이런 건 왜 쓰라는 거야?’ 어쨌든 스마트폰의 지구대 반납(?)으로 인해 혹여 절도범이 될 수도 있었을 상황에선 모면했다는 생각에 마음은 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대가 요청한 나의 인적사항 등의 기록 요구는 분명 흡사 절도범에 준(準)하는 불쾌감을 유발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아울러 어제의 경우처럼 습득과 절도의 어떤 교차로(交叉路)는 앞으론 주인을 잃은 스마트폰을 보더라도 못 본 척 해야 한다는 교훈까지 얻기에 충분했다. •

홍경석(대전시 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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