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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이민 갔던 국민도 다시 돌아오게 한 의료비 경감정책
급성백혈병으로 하늘나라로 간 큰아들

지금은 먼 하늘나라로 가고 없지만 1년 1개월 반 동안 급성골수성백혈병으로 아팠던 큰아들과 더불어 다섯 번이나 병원에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아픈 아들보다 의료비 걱정으로 우리 가족이 울고 웃으며 치료 중 겪었던 사연을 들려드리겠습니다.
항공대학교 2년에 재학하다가 공군에 입대한 큰아들이 수원 제10전투비행단에 배치 받고 3개월 만에 급성뇌수막염 의심으로 국군수도병원으로 이송되어 검사한 결과, 급성백혈병으로 군병원에서는 초과하는 병이라 치료가 곤란하다고 하여 서울성모병원에서 위탁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군부대의 항의대대에서 급성뇌수막염 증상이라는 공군원사의 전화를 받았는데 ‘국군수도병원에서 치료하면 1~2주일 후에는 금방 회복되니까 별일 아닐 거야’라고 안일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혈액검사 결과를 본 국군수도병원 군의관으로부터 들은 소식은 급성백혈병이라고 하더군요. 갑작스럽게 닥친 군의관의 통보에 우리 부부는 오진이 아닐까 의심했습니다. 여태 아이를 키우면서 감기는 물론, 잔병치레도 거의 없었거든요.

백혈병으로 집을 날린다는 말은 옛말

급성백혈병이라는 병이 아주 무서웠습니다. 분당 국군수도병원에서 강남에 있는 서울성모병원까지 1시간 30분 이송하는 중에도 백혈구 수치가 무려 7천이나 올라 14만7,000이나 되었으니까요. 정상인의 백혈구 수치가 4,000~10,000 사이라는데 무려 14배나 높았던 거죠. 서울성모병원에 도착하여 백혈구 수치를 10만 이하로 낮추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하여 바로 3시간에 걸쳐 혈액투석을 했던 큰아이가 하는 말이 “투석하기 전까지는 머리가 묵직하고 멍했는데 지금은 개운하고 정신이 맑아요 엄마!”이 한마디에 마음은 불안하지만 좀 안심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서울성모병원에서 다시 실시한 혈액검사결과 급성골수성백혈병이 확진되었고, 보호자만 따로 불러 1시간에 걸쳐 급성백혈병에 대한 설명과 함께 들은 말은 우리 부부에게 청천벽력이었습니다. 확진과 동시에 일반 암과는 달리 급성백혈병은 암4기로 본다고 하더군요. 더군다나 이 병은 고액암이라 병원비도 엄청나고 치사율도 높아서 까다롭고 힘든 항암과정이 반복될 거라고 예고했습니다. 백혈병을 한 종류로만 인식하고 있던 저는 네 종류나 된다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병에 무지한지라 인터넷과 주변인들의 말을 종합하며 큰아이에게 조금이나마 희망이 되는 소리만 전달했습니다. 워낙 긍정적인 아이라 의학이 발달하여 예전처럼 힘들지 않고 골수이식하면 낫는다는 주변인과 의료진의 말에 본인이 걸린 병을 받아들이고 치료에 전념하였습니다.
응급실에서 2인실로 올라가 입원하여 바로 치료가 시작되었지만, 군부대 원사로부터 4일 초과 상급병실료와 비급여 일부, 선택진료비, 이식공여자비, 이식비 및 치료중에 발생하는 약제비 중 신약이나 희귀약등은 위탁치료라 지원이 안 된다는 말에 완치율도 낮은데다가 4개월 후, 병가로 제대가 예정되어있는데 평생 병원을 다니며 치료받아야 할 큰아이의 장래와 더불어, 형편이 어려워 아이 앞으로 들어놓았던 보험들을 모두 해지하여 당장 목돈이 없는 저희 부부에게 매주 중간정산을 해야 하는 병원비는 이중고의 고통이었습니다. 고액암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대부분의 치료과정의 70~80%정도가 비급여 항목이라 더욱 난감하였죠. 그래서 백혈병 환자가 있는 집은 병원비로 집을 날린다는 옛말이 있었나 봅니다.

미국서 성공한 사업가도 한국으로 돌아오다

그때, 고가의 의료비 걱정으로 고민하는 저에게 같은 병실에 입원에 계시던 할아버지의 말씀은 정말 천금과 같은 보배였습니다. 1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할아버지의 표정과 말씀이 생생합니다. “젊은 엄마 너무 걱정 하지마! 그래도 우리나라는 미국하고 달라. 내가 미국으로 젊었을 적에 이민 가서 아이들 다 키우고 평생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건강하게 살다가 갑자기 만성림프모구백혈병 판명을 받고 미국서 치료하려고 했는데, 아 글쎄 내가 거기서 자수성가한 사람이라 웬만큼 먹고 산다고 자부하는데도 병원비가 너무 비싸서 감당을 못하겠더라고! 그런데, 큰아들이 한국은 옛날 같지 않고 매년 국민의료비 경감정책을 하고 있어서 국민들에게 의료비 지원이 잘되어 있고 미국만큼 크게 병원비 걱정 안 해도 되니 돌아가시라고 해서 내가 다시 왔잖아! 거기다가 의료진도 선진국 수준이라 웬만한 병은 다 완치된다니까. 아무 걱정 말고 아이 치료에 전념해야지~. 다 키워놓고 아이 포기할거야?”이 말씀에 정신이 번쩍 들더군요. 아내 되시는 할머니도 조용조용 저를 다독이며 타이르셨습니다.

4대 중증질환 산정특례 적용으로 공단 지원 95%

할아버지의 말씀이 옳았습니다. 입원한지 5일 만에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제 아들 민균이가 4대 중증질환이라 산정특례에 적용되어 의료비 지원되는 급여항목에서 5%만 환자부담이고 나머지 95%는 공단에서 지급한다고 하더군요. 일반인은 20% 부담이라는 말에 저는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여태 병·의원을 다니면서도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이런 혜택을 누리는지도 몰랐던 거죠. 이러한 사연을 병원 휴게실에 모인 백혈병환자 보호자들과 이런저런 정보를 교환하며 얘기했더니 우리 아이와 동갑이라며 늦둥이 대학생 아들을 둔 어머님의 말씀에 거기 모인 엄마들과 보호자들이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습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기초생활수급자인지라 일반 서민보다 의료비를 엄청 적게 내는데도 병원비뿐만 아니라 약제비가 부담이 되어 진료 후 처방전을 가지고 약국 문을 여는 게 겁났다는 거예요. 그런데 아들이 산정특례자가 된 후 아무 생각없이 이름을 불러 약국에서 계산을 하려고 데스크 앞에 섰더니 약사가 “500원 나왔습니다” 하는데 잘못 들은 줄 알고 가만히 있었대요. 약사가 아이이름이 맞냐면서 다시 한 번 “500원만 내시면 되요”라고 하는데 항상 2~3만원이 넘게 나오던 터라 카드만 들고 갔다가 그날따라 동전 하나 안 가지고 가서 단돈 500원을 못 내고 “다시 올께요”라고 말하는데 당신 손이 부끄러웠다면서 우리나라 의료정책이 이렇게 좋아졌으니 다들 안심하라고 하더군요.
이틀 후, 아들은 무균실 병동으로 올라가 47일 동안 본격적으로 1차 항암치료를 받았고, 보통은 퇴원 후 집으로 돌아가 한 달 동안 쉬면서 체력을 회복하여 다시 입원하고 2차 항암치료를 받겠지만, 군에서 제대를 하지 못한 아들은 퇴원 후 국군수도병원으로 돌아갔습니다. 군병원이라 면회시간도 자유롭지 못해 일주일에 한두 번밖에 못 갔지만 아들은 우리를 무척 반겼습니다.

진료비 때문에 치료 포기하는 가족 설득

어느 날, 위탁병원의 외래를 받고 군병원에 도착하여 입원실로 올라가려던 우리는 이상한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제 아들처럼 국군수도병원에서 백혈병이라는 판명을 받은 군인이었는데 할머니와 아버지가 막무가내로 “우리는 집에 돈이 없어서 병원비를 부대에서 다 대준대도 골수이식비가 없어서 치료를 못받으니 포기한다”고 하면서 군인의 손목을 양쪽에서 잡아끌며 집으로 돌아간다는 조모와 아버지를 보았던 것입니다. 부대관계자가 만약 이대로 아들을 데려가면 탈영이라며 막아서고, 의료진들도 쫓아와서 말렸지만 아버지의 절규는 비참했습니다.
죄인처럼 가만히 고개만 숙이고 소리 없이 뚝뚝 바닥에 얼룩져 떨어지는 아픈 군인의 눈물. 힘없이 끌려가는 무거운 발걸음. 마치 본인의 생명을 포기한 모습이었습니다. 이때, 백혈병도 얼마든지 좋은 약과 치료가 개발되어 나을 수 있다며 말리는 의료진의 말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동병상련의 안타까움으로 아이를 포기하지 말라고 저도 거들었죠.
“할머니, 아버님! 여기 있는 저희 아이도 같은 병으로 지금 치료 중인데, 제대 후 군부대 지원이 끊기고 나서가 걱정이시라면 의병제대 후에도 우리나라에는 암이나 심장, 뇌혈관으로 병 치료 시에는 의료비 지원사업이 있어서 본인부담이 5%밖에 안되고 고가의 항암제나 약제, 초음파, MRI검사 같은 영상검사들도 의료급여 혜택이 있어서 걱정하시는 것만큼 많이는 안 나옵니다. 이식비나 입원비도 백혈병이나 암을 지원하는 단체들이 많아서 문의하시면 상담 후 최고 2천만원까지 의료비를 단체에서 직접 병원에 납입해 줍니다”라고 조목조목 말해드렸습니다. 여러 사람들과 실랑이를 하던 두 분이 제 말에 겨우 진정을 하시고 몇 번이고 제 말이 사실인지 주변에 물어보고 확인하시더니, 다행스럽게도 의료진의 안내를 받으며 진료실로 되돌아갔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다른 국가와 달리 국민이 자부담해야 하는 의료비의 혜택이 아주 잘 되어 있다고 자부합니다. 저도 이 정책으로 혜택을 톡톡히 누린 한 사람으로써 국민의료비 경감정책에 힘쓴 여러분께 감사에 말씀을 올립니다. 이민 갔던 사람도 다시 되돌아오게 만든 정책인데 아주 훌륭하지 않습니까? 앞으로도 더욱 많이 보강해주시고 개선 해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국민의료비 경감정책 체험수기 : 최우수상 이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