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리 여사에게 정기 건강검진을 받을 시기가 찾아왔다. 연초부터 규칙적인 운동과 균형 잡힌 식단으로 건강을 챙겼기에 유달리 여사는 "이까짓 검사 안 받아도 난 건강해"라며 자신만만했다. 다른 사람들은 긴장한 얼굴로 자신의 진료 순서를 기다린 반면, 유달리 여사만은 늠름해 보일 정도였다. 게다가 검진 항목이 하나둘씩 늘어나자 그녀는 이 모든 과정이 귀찮게 여겨졌는데…. 바로 그때, 유달리 여사는 검진을 담당한 의사에게서 청천벽력과 같은 말을 듣는다.
다른 건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자궁암으로 보입니다.
네? 제가 암이라고요?
네. 건강검진이 아니었다면 알아차리기도 힘들 만큼 작은 크기의 암세포가 있습니다. 유달리 씨처럼 암 발생
초기에 발견할 경우, 거의 완치가 가능하니 너무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이고, 듣고 싶은 말만 들린다고 했던가? 집에 온 유달리 여사의 머릿속에는 계속 "자궁암입니다"라는 의사의 말만이 맴돌고 있다. "거의 완치가 가능합니다"라는 의사의 이야기는 기억에서 사라지고 그녀는 밑도 끝도 없이 우울해졌다. 도저히 암 선고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엄마의 흐느낌을 들은 딸 윤아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엄마, 무슨 일 있어요?
윤아야, 엄마가… 암에 걸렸어. 우리 예쁜 윤아 커서 시집가는 것도 봐야 하는데,
우리 윤아 불쌍해서 어쩌나…. 흑
뭐…뭐라고요? 안 돼, 말도 안 돼요! 나 시집 안 가고 엄마랑 오래오래 살 거란 말이예요~.
너, 세계 3대 거짓말이 뭔지 알아?
그게 뭔데요?
첫째 장사꾼이 밑지고 물건 판다는 말, 둘째 노인이 빨리 죽고 싶다는 말, 셋째 처녀가 시집 안 간다는 말.
이게 다 거짓말이래.
거짓말 아니예요! 전 정말 엄마랑 오래오래 같이 살거란 말이예요~.
그날 저녁 윤아를 통해 온 가족에게 유달리 여사의 암 선고 소식이 전달됐다. 이후 집안은 침묵과 흐느낌이 반복됐다. 한 마디로 비통한 분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