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연휴가 끝난 지 4일째를 맞이했다. 할머니의 엄포가 있은 때문인지 정 씨네 남자들은 군말 없이 매일 같은 반찬에도 불구하고 밝은(?) 미소를 지으며 먹고 있다. 다만 윤아의 원성은 커져만 갔다.
무엇보다 윤아의 새해 목표 1순위는 '날씬하고 건강한 몸매 유지하기'였는데 이를 위해서는 기름진 음식을 피해야 했다. 그런데 명절음식만 먹다보니 윤아는 포만감이 커서 이젠 운동하기도 귀찮아졌다. 그래도 식사 때가 되어 윤아는 어쩔 수 없이 식탁에 앉았다.
평소에 기름진 피자나 햄버거는 잘 먹었잖아. 이번 기회에 인스턴트 음식 그만 먹고 한식으로 입맛을 적응
시키는 건 어때?
피자 먹었을 때는 오빠도 공범이었으면서, 흥!
꾸역꾸역 잡채며, 갈비며, 조기며, 식혜로 배를 채운 윤아가 식사를 마치고 자기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비명소리가 들렸다. "엄마야!" 그 소리를 듣고 유달리 여사와 인성이가 윤아의 방으로 곧장 들어갔다.
어떡해! 일주일 만에 3kg이나 쩠어.
그래도 어쩌겠니? 남은 음식을 버릴 수는 없잖니? 이미 갈비도 간을 재워 놓은 게 많아서
당분간은 먹어 치워야
하는데.
그 사이 체중계에 올라선 인성이도 탄성을 내뱉었다. "아~아."
거봐, 평소 살이 잘 안 찌던 오빠도 몸무게가 늘었잖아. 이래 가지고 오빠가 짝사랑하는 언니한테 말이나 붙일
수 있겠어?
쉿!
너 좋아하는 여자애 있니?
그 얘긴 그만! 엄마, 만날 기름진 음식만 먹다보니까 몸도 둔해져 운동도 못하겠고, 일상이 게을러져. 우리 내일
부터 딴 거 먹으면 안 돼? 아니야, 나 이제 집에서 밥 안 먹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