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iN 02월호 magazine
Magazine 20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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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행복한 마지막에 대하여

최근 잘 사는 것(웰빙, Well-being) 뿐만 아니라 잘 죽는 것(웰다잉, Well-dying)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안락사 논쟁에서 시작한 웰다잉은 연명의료 결정법 개정안이 지난해 1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올 3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더욱 화제다. 연명의료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 웰다잉을 둘러싼 아름답고 행복한 마지막에 대한 이야기.
박지영 기자
감수 오범조(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삶과 죽음,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

삶과 죽음은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숙제다. 잘 사는 것만큼 아름다운 맺음도 중요하다. ‘잘 사는 것’ ‘잘 늙는 것’ ‘잘 죽는 것’은 인생에서 크게 의미를 두고 곱씹어 볼 만한 심오한 주제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살아있는 동안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고 싶은 바람이 있다. 나아가 삶의 마지막 순간이 초라하거나 고통스럽지 않기를 바라는 욕심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우리의 바람과 다르게 흘러갈 때가 많다. 외국에는 ‘100세, 그리고 7일’이라는 속담이 있다. 100세까지 살다가 7일만 아프고 세상을 떠나면 좋겠다는 사람들의 바람을 담은 말이다. 이와 비슷한 바람을 담은 말로 우리나라에는 ‘9988234’라는 말이 있다. ‘99세까지 88하게 살다가 2~3일만 앓고 죽는다’라는 뜻이다. 속담처럼만 된다면 좋겠지만 우리는 대부분 늙어가면서 병이 들거나 쇠약한 상태가 되고, 건강하지 못한 상태가 지속되다가 대부분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연명의료 결정법과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최근 연명의료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 키워드는 웰다잉을 대표한다. 지난해 2월부터는 ‘연명의료 결정법’(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의 시행으로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한 연명의료 중단 즉, 존엄사가 가능하게 되었다. ‘존엄사법’으로도 불리는 연명의료 결정법이 본격 시행된 후에는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기로 한 환자가 2만 명을 넘어섰다.
연명의료결정제도란 불치병을 앓고 있는 말기 환자나 죽음을 눈앞에 두고 있어 임종을 준비 중인 환자가 더 이상 무의미한 치료를 받지 않고 자연적으로 죽을 수 있도록 선택하는 제도를 말한다. 심폐소생술이나 인공호흡기 착용, 또는 혈액투석 및 항암제 투여 등 의학적 시술처럼 별다른 치료 효과 없이 임종과정만을 연장하는 연명의료를 더 이상 받지 않도록 하는 권리를 환자에게 부여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법에서는 환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방법을 다음으로 정의한다. 첫 번째는 말기환자 혹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 본인이 담당 의사를 통해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인데, 이 계획서에서 나중에 임종과정에 이르게 되면 연명의료를 중단해 달라는 의사를 밝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19세 이상의 성인이 향후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가 되었을 때를 대비하여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법에서 정하는 등록기관을 방문하여 작성 및 등록하는 것이다. 문제는 앞서 말한 것처럼 환자의 의사를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을 때인데, 이에 대비해 법은 두 가지 방법을 마련해 두고 있다. 먼저 배우자나 직계존비속 등 환자가족 2명 이상이 일치하여 환자가 전에 임종과정에 이르렀을 때 연명의료를 중단하기를 원했다고 진술하면, 이것을 환자의 의사로 간주한다.
다음으로 이런 방법으로도 환자 의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가장 문제되는데, 이때는 환자가족 전원의 동의로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하다. 여기서 환자 가족이란, 기본적으로 배우자와 직계존비속을 말한다. 지금까지는 직계존비속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아, 손주나 증손주, 조부모가 있는 경우에는 이들 모두의 동의가 필요했다. 이들 모두의 동의를 얻으려면 다소 불합리한 측면이 있었다. 그래서 이를 간소화해 배우자와 부모·자녀 등 1촌 이내의 직계 존·비속으로 가족의 범위를 좁혔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중단할 수 있는 연명의료도 크게 확대해 시행을 검토 중이다. 복지부는 중단할 수 있는 연명의료를 대통령령으로 정해 임종기에 접어든 말기 환자의 생명을 무의미하게 연장하는 각종 의료시술을 중단하도록 할 계획이다. 복지부가 현재 검토 중인 연명의료 중단 대상은 회복할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행해지는 체외생명유지술(심장이나 폐순환 장치), 승압제(혈압 높이는 약) 투여, 수혈 등 의학적 시술이다.
또 1월부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문서로 작성한 사람들이 평소 이를 증명할 수 있도록 지니고 다닐 수 있는 등록증이 함께 발급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에서 의향서를 작성할 때 등록증 발급도 함께 신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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