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B

본문영역

컨텐츠 영역

보장성 강화 특집 3. 치매국가책임제

INTRO
엄마,
나를 잊지 말아요

돌이켜보면 6년 전, 엄마가 67세가 되었던 해였습니다.
밥솥에 얌전히 들어있던 TV 리모컨을 발견했을 때,
뜬금없이 주문도 하지 않은 비싼 물건이 집으로 왔을 때,
외출하러 나와서는 처녀시절 살던 고향집에 가자고 했을 때,
우리는 그저 그럴 수도 있다고,
건망증이 좀 잦아졌을 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엄마는 한 해 한 해 달라졌습니다.
금새 들었던 이야기를 잊었고
문득문득 당신의 자식들을 낯설어 했으며
가끔 남편인 아빠도 잊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매일 아침 온 동네를 돌며
닿지 못할 고향집을 찾아 배회합니다.

죄책감에 눈을 질끈 감으며 문도 이중 삼중으로 잠가보고
돌아가며 엄마를 돌보는 시간도 정해봤지만
엄마의 병세는 날로 깊어졌고 우리는 지쳐갔습니다.

그러다, 지난해부터는 아침에 엄마를 맡기고
퇴근길에 엄마와 함께 귀가하는 주야간보호시설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마음 편히 일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만나니 가족들 사이도 훨씬 좋아졌어요.
이렇게라도 더 오래 엄마와 함께하고 싶습니다.

엄마, 우리를 기억해줘요.
나를 잊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