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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속 보물,
학창시절의 친구

뒤돌아보면 아련하고 기분 좋은 추억이 가득한 학창시절. 특히 그 시절 함께 어울리던 친구들과의 추억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이다.
<건강보험> 독자들의 마음 속에 소중하게 간직되어 있는 학창시절 친구와의 추억을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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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친구 어머니께서 주신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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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시절, 점심시간만 되면 말없이 사라지던 한 친구가 있었다. 아이들과 같이 점심을 먹지 못하니 자연스레 어울릴 시간도 없었다. 그랬던 친구가 어느 날 하교시간에 문득 자기 집에 같이 가지 않겠냐고 제의를 했다. 조금 의아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거절할 수는 없어 같이 가게 되었다. 예상대로 전형적인 산동네 그 중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다 쓰러져 가는 슬라브 집이었다. 아버님께선 몸이 편찮으신지 몸져 누워 계셨고, 어린 동생 세 명이 올망졸망 방안에서 장난감을 갖고 놀고 있었다. 누워계신 아버님께 인사를 드렸지만, 말씀도 못하시는지 그냥 목으로 끄덕이시기만 할 뿐이셨다.
친구는 이것 저것 과자랑 음료수를 내 왔는데, 동생들이 그걸 보고 달려들자 그 친구가 “형 친구 거야드. 리건지 마”라고 호통을 쳤다. 나는 괜찮다고 동생들 먹으라고 했다. 아마도 누가 오면 대접하려고 고이 간직했던 것이 아니었나 싶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의 어머님께서 오셨다. 인사를 하자, 친구 어머님은 약간 놀라는 눈치셨다.
친구 어머님은 오래간만에 데려온 아들의 친구가 반가우셨는지 김치전도 부쳐주시고, 친하게 지내고 자주 놀러오라며 이런 저런 말씀을 나에게 건네셨다. 저녁 때가 되어 집에 가려고 하자, 가려는 나를 붙들고 수세미며 행 주, 고무장갑 등 이것 저것 챙겨주시며 부모님께 갖다 드리라고 말씀하셨다. 시장에서 파셔야 되는 것 같아서 사양을 했지만, 많이 남으니 괜찮다고 하셨다. 그날 이후 나는 어머님께 자초지종을 말씀드리고 도시락 두 개를 싸서 그 친구와 함께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다행히 친구들과 점심식사를 함께 하니 점차 잘 어울리기 시작했고 쾌활해진 친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회생활 하면서 진정한 친구를 만들기 힘들다고 생각될 때 그 친구와의 우정을 새록새록 떠올려 보게 된다. 인연이라 생각된다면 친구 되기를 주저하지 말고 그 사람의 친구로 남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된다는 것, 학창시절 그 친구와 친구의 어머님이 주신 소중한 교훈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유재범(서울시 성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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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아직도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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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다닐 때 공부하기를 싫어했던 친구가 하나 있었다. 시골에서 부잣집으로 꼽히던 과수원 집 딸이던 그 친구는 공부 말고는 다 잘했다. 나와 성격도, 얼굴도 체형도 비슷해서였는지 서로 많이 닮았다고 얘기 듣는 걸 좋아했었다. 가을이면 그 맛있는 사과를 가방에 넣어 가지고 와서 나에게 주었다. 그 친구 가방에는 계절마다 과일이 바뀌어 들어 있었다. 딸기 철에는 딸기가, 여름에는 참외가, 가을에는 사과와 밤이 들어 있었다. 고등학교를 가지 않은 그 친구와 연락이 끊긴 적이 있었는데 수소문해보니 대전에서 학교 다니는 오빠들 밥을 해준다는 소식이 들렸다. 전화도 없었고 주소도 잘 몰라서 연락할 수가 없었는데이 나가들어 결혼하고 나니 더욱 연락할 길이 없었다. 남편 직장 따라 옮겨 다니다가 대전으로 오면서 친구의 친정으편로지를 보냈는데,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대전에서 오빠들 밥을 해주면서 집 근처에 있는 인쇄소에 다녔는데, 그때 만사난람과 결혼하고 인쇄소 사장님 부인이 되어있었다. 어찌나 반갑던지 밤을 새워도 할 말이 많았다. 서로가 사는 집가을 보니 사는 모습도 정말 비슷해서 둘이 너무 놀랐던 기억이 난다. 화초를 많이 키우고 살림이 단출한 게 너무 비슷했다. 늙으면 남편보다 친구가 더 좋다더니, 나도 요즘 30여 년 월급 타다가 나를 먹여 살린 남편보다 친구가 더 좋아지려고 한다. 남들은 오십도 넘은 지금이 뭐가 좋으냐고 해도 모르는 소리다. 매일 친구의 카톡이 기다려지고 길고 긴 전화 수다가 기다려진다. 여전히 손이 큰 친구는 과일을 친정에서 우리 집으로 나른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으면 그냥 그 옛날처럼 맛있게 먹어만 주면 된다고 한다.
지금도 사과를 한 입 가득 넣고 씹으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요즘 나는 친구 덕분에 소녀가 된 느낌도 가끔 든다. 생각해 보면 소녀가 늙었을 뿐이다. •

전혜향(대전시 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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