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B

본문영역

컨텐츠 영역

그 시절,
가장 부럽고 부끄러웠던 일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다! 어린 시절, 친구들이 모두 가지고 있었지만 나는 가질 수 없었던 것, 어려운 형편 때문에 얼굴을 붉혔던 기억 등
<건강보험> 독자들 가슴 한 켠에 자리한 부러웠던, 그리고 부끄러웠던 사연을 들어보자.

컨텐츠 이미지

나도 엄마가 있었으면 좋겠다

-

친구에게 전화해 어디냐고 물으니 친정에 가는 길이라고 한다.
요즘 친정 부모님이 편찮으셔서 차로 두 시간 거리를 일주일에 서너 번 간다고 한다.
얼마 전에는 친정부모를 모시고 젓갈류를 사러 어시장에 다녀왔다 한다. 또 친정부모 힘드실까봐 수시로 농사일을 돕고 김장까지 했더니 허리가 아프다는 투정에도 나는 마냥 부럽다.
친정 이야기는 나에게 있어 치명적 약점이다. 친정 부모님 생신이라 이달은 적자라는 말도 일주일에 여러 번 가느라 힘들어 죽겠다는 것도 나에게는 꽃노래로 들린다. 나는 엄마가 일곱 살 때부터 안 계셨다. 차라리 헤어진 엄마라면 언젠가는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있을 텐데 돌아가신 엄마는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었다.
어린 시절 동네에서 늦은 밤까지 숨바꼭질이나 줄넘기를 하며 놀다 보면 친구들은 하나 둘 엄마의 손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불러 줄 사람이 없었다. 맨 끄트머리에 남아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갔다.
학교를 다녀오면 친구들은 대문을 들어서기도 전에 엄마를 불렀다. 나는 적막만 흐르는 집에 그림자처럼 들어갔다. 아무도 없는 집에서 어린 나이에도 밥 차려 주는 엄마가 없어 찬밥에 물 말아 밥을 먹었다.
내게 엄마가 있다면 수십 번 수백 번 생각해도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나의 큰 소망은 자식들에게 짐이 되지 않을 때까지 오래 사는 것이다. 벌써 아이들이 미성년자는 벗어났으니 절반은 성공한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돈 많은 사람도 유명한 사람도 아닌 엄마가 있는 사람이 제일로 부럽다.

박현(안양시 동안구)

컨텐츠 이미지

내 하나뿐인 신발

-

국민학교 1학년 때였는지 2학년 때였는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학교 운동회 전날이었다. 나는 다음날 꼭두각시 춤을 춰야 했고 동작들을 까먹지 않으려고 머릿속으로 되뇌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다. 학교에서 받은 저고리 등 모든 것은 준비된 상태였다. 운동회 아침이 밝았다. 날씨는 너무 좋았다. 그러나 나는 꼭두각시 춤을 춰야 한다는 긴장감에 아침밥도 제대로 못 먹었다. (그 정도로 소심했던 것 같다.) 빠진 게 있나 없나 보고 저고리도 잘 챙겨서 학교에 가려던 참에 엄마가 말했다. “우현아 어떡하지, 엄마 신발 빨아놓고 연탄불에 말려놨는데 방향을 잘못둬서 굽이 다 녹았네…” 엄마가 하나밖에 없는 내 신발을, 하필 운동회 전날 빨아 놨던 것이다.
나는 신발을 보고 눈물이 났다. 엄마한테 “어떻게 이걸 신고 학교에 가냐”며 울며불며 투정을 부렸다.
엄마는 “지금 마땅히 신발 살 곳이 없으니 일단 그냥 신고 가라”며 나를 달랬다. 나는 흐르는 눈물을 삼키며 달아빠진 신발을 신고 학교에 갔다. 운동장에서 꼭두각시 춤을 추는데 뒤에 있는 친구들이 혹시나 내 신발을 볼까봐 얼마나 뒤통수가 따가웠는지 모른다.
운동회를 마치고, 굽이 다 녹아 뾰족한 신발을 신고 나는 서둘러 집으로 왔다. 새 운동화 한켤레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은 아내와 함께 그 운동화 이야기를 하며 웃을 수 있지만 그 시절, 소심했던 나는 내 하나뿐인 운동화가 그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다. •

이우현(서울 도봉구)

tip
독자 여러분의 따뜻한 글을 기다립니다
<h-well 문학 콩쿠르>에서는 독자 여러분의 가슴 따뜻한 글을 기다립니다. 2017년 2월 주제는 ‘졸업과 동시에 맛봤던 사회의 쓴 맛!’ 입니다. 학교졸업 후 달라진 세상에 대한 느낌, 성인이 되었다는 생각에 저지른 실수, 사회 첫 진출에서 생긴 에피소드 등을 보내주세요. 채택되신 분께는 소정의 상품권을 드립니다.
원고분량 200자 원고지 4매 이내(A4 반 장 이내, 10point 기준)
원고마감 2017년 1월 15일
원고 보내실 곳 (26464) 강원도 원주시 건강로 32 국민건강보험공단 홍보실 정기간행물 담당자 앞 (성함, 주소, 우편번호, 전화번호 꼭! 적어 보내주세요)
E-mail 접수처 webzine@nhis.or.kr
정리 :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