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의 어느 날, 여느 날과 다를 바 없이 퇴근해 집에 들어선 박정숙 씨(44세)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듯했다. 믿었던 남편이 결코 하지 말아야할 선택을 한 것이다. 급히 병원으로 이송해 다행히 최악의 상황은 막았으나 극약을 들이킨 남편은 여전히 위중한 상태였다. 응급실에서 이틀을 보내고 중환자실로 옮겼다. 든든했던 남편이 무너진 것에 마음을 추스를 겨를도 없이 박 씨에게 또 다른 고통을 안긴 것은 다름 아닌 순식간에 눈덩이처럼 불어난 병원비였다. 중환자실에 며칠 있는 동안 병원비는 400여만 원으로 늘었고, 회복하기까지 앞으로 얼마나 더 늘지 모를 일이었다. 특히 박 씨는 자살을 시도한 남편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더 절망스러웠다. 건강보험공단에 급여제한여부 조회제도가 있다는 것도 그즈음 알게 됐다.
“남편이 쓰러진 것도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에서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병원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되니까 정말 암담했어요. 당장 눈앞이 캄캄했죠. 그러다 병원에서 급여제한여부 조회를 신청하면서 희망이 생겼습니다.”
박 씨는 딸과 함께 건강보험공단 인천중부지사를 찾아 김종민 과장을 만났다.
김종민 과장은 보험급여2파트에서 상해요인조사 업무와 급여제한조회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병원에서 보내온 급여제한여부 조회 확인서를 받은 그는 박 씨와 그녀의 딸을 만나 그간의 전후 사정을 묻고 이야기를 들었다.
“자살을 시도했다고 하면 대개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박 씨도 그런 생각을 하고 많이 좌절하고 힘들어하셨죠. 그런데 자살시도자의 경우 지침에 의해 상해요인 조사를 진행하더라도 보호자 등과의 면담을 통해 원인을 살피고 듣는 게 우선입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한 씨의 경우는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 요인이 컸다고 봅니다.”
건강보험공단은 2007년 6월부터 자살시도자에게 대외적으로 정신질환 경력 및 정신질환의 의사 소견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급여를 제한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으로, 자살시도자 본인 및 가족에게 또 다른 고통을 발생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내재적 정신질환’이 인정될 경우에는 건강보험을 적용토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