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동이 채 트지 않은 시각, 무거운 몸을 겨우 일으키는 이숙자 씨. 오늘은 큰아이의 중간고사 날이라 마음이 더 급하기만 하다. 주방에 들어서니 끝도 없이 펼쳐지는 일, 일, 일. 가족들 아침 식사 준비에 남편의 와이셔츠 다림질까지. 아이들과 남편이 집을 나서고 나면 집안은 그야말로 난장판이다. 싱크대를 점령한 설거지거리부터 처리해야겠다 싶어 고무장갑을 서둘러 끼는 이숙자 씨. 하지만 큰 접시를 들자마자 손마디에 느껴지는 찌릿찌릿한 통증에 그만 접시를 놓치고 만다. 이숙자 씨뿐만 아니라 손가락이나 손목의 통증을 호소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주부 관절염이다. 손가락이나 손목이 뻣뻣하게 굳고 콕콕 쑤시는 통증, 그리고 손가락 마디가 부어오르거나 뒤틀리는 등의 변형이 일어나면 손가락 관절염을 의심할 수 있다. 이는 손가락 관절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자주 발생하는데, 뼈를 싸고 있던 연골이 닳아서 생기는 퇴행성 질환중 하나다. 특히 손은 인체 관절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부위로 그에 따른 자극으로 이러한 질환이 생기는 것이다.
집안일이 어느 정도 끝났다는 생각이 든 이숙자 씨는 점심이 훌쩍 넘어서야 소파에 앉는다. 이제서야 밖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느낄 여유가 생긴 것이다. 그런데 아차, 학부모 모임이 있었지! 서둘러 씻고 화장을 하는데 아무리 화장을 덧입혀도 붉어진 얼굴을 가릴 수는 없다. 요즘 이숙자 씨는 안면홍조 때문에 적지 않게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생리 날짜도 불규칙하고, 불안하고 우울한 기분까지 들어 혹시 갱년기 증상은 아닌지 걱정이 커져만 간다. 여성이 나이가 들면 몸의 여느 부분과 마찬가지로 난소도 노화된다. 노화가 되며 기능이 떨어지면 배란이나 여성호르몬의 생산이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 폐경인데, 대개 40대 중후반부터 시작된다. 폐경기의 가장 흔한 증상은 생리의 불규칙, 안면홍조, 발한, 피로감, 불안감 등이 있다. 특히 여성으로서의 역할이 끝났다는 상실감에서 오는 우울증 때문에 많은 여성이 힘들어 한다.
한껏 차려 입고 학부모 모임에 참여한 이숙자 씨. 그런데 그나마 안면이 있는 석희의 어머니가 보이지 않는다. 다른 학부모의 말을 들으니 유방암으로 수술해서 입원 중이라는 것이다. 그날 학부모 회의의 화두는 당연 ‘유방암’. 유방 통증을 호소하는 엄마부터 이미 수술을 받았다는 엄마까지. 요즘 피곤할 때마다 유방이 뭉치는 듯한 느낌을 받는 이숙자 씨는 겁이 덜컥 난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여성의 유방암 증가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갑상선암 다음으로 우리나라 여성들이 가장 흔하게 걸리는 암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09~2013년의 유방암 증가율 통계에 따르면 2009년 약 8만 8천명에서 2013년의 경우 약 12만 3천명으로 매년 1만 명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폐경기 이후의 여성 환자가 70% 이상인 서양과 달리 우리나라는 70% 이상이 폐경기 이전의 젊은 환자들이다. 다행히 유방암은 조기 검진을 통해 일찍 발견하면 완치율이 80%가 넘을 정도로 예후가 좋은 편이다. 유방암의 증상은 자가 진단을 통해 충분히 알아낼 수 있으니 몸에 대한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온 가족이 저녁 식탁에 둘러앉은 시간. 하지만 오늘도 큰딸은 다이어트를 핑계로 밥을 남긴다.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렇듯 남겨진 딸의 밥을 처리하는 이숙자 씨. ‘이러니 아무리 운동을 해도 살이 안 빠지지!’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잘 입던 바지는 아예 맞지 않게 되어버렸고, 처녀적에 줄기차기 입었던 비키니도 먼 나라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남성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여성의 복부비만도 심각한 수준이다. 여성의 경우는 80㎝(31인치) 이상이면 복부비만으로 판정한다. 여성의 복부비만은 남성과는 달리 하체, 특히 둔부에 피하 지방이 많이 축적되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폐경 이후 내장지방이 증가해 복부비만이 생기고 남성 복부비만과 같은 수준을 보이는데, 이때 비만 관련 질환들도 급격히 증가한다. 때문에 올바른 생활습관과 규칙적인 운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