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이마시고 내뱉는 흡연의 쾌감이, 들이마시고 내뱉는 호흡의 고통이 되었습니다.” 지난해 보건복지부에서 선보인 금연 광고의 카피다. 광고 속 영상에서는 즐겁게 가족과 함께하던 한 가장이, 담배를 피우다 결국 호흡 보조 장치에 몸을 맡기고 숨쉬기도 괴로워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모습은 담배의 해악을 보여주는 일면에 지나지 않는다. 영상 속 주인공처럼, 특히 40대 이상의 중년 남성들이 흡연으로 인한 질병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 한순간의 즐거움이 주는 평생의 고통, 어떤 것들이 있을까?
술과 더불어 중년 남성들의 곁에서 ‘절친’이 되어주는 것이 바로 ‘담배’ 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함께하며 기쁨을 극대화하 고 우울함을 달래준다. 담배의 주요 성분 중 하나인 니코틴은, 흡연을 통 해 체내 혈액 속으로 1/4가량 흡수되고 단시간 내에 신경을 자극해 기분 을 고양시킨다. 인체는 한번 이런 기분을 맛보면 그 효과를 유지하기 위 해 일정한 양의 니코틴 용량을 채우자는 신호로 보내고, 그에 따라 자연 히 담배를 손에 들게 한다. 심지어 술을 마시게 되면 담배를 피우고 싶은 욕구가 커진다. 담배를 끊을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 중독성에 있다.
미국의 암협회와 각계 전문가들이 공동 발간한 저서
폐암은 지난 2014년 대한암협회가 한국인의 대표 사망원인인 암에 대해 보고된 암 관련 각종 데이터들과 사회적 파장도 등을 고려해 위암, 대장암과 더불어 꼽은 3대 암 중 하나다. 또한 통계청의 2013 년 사망원인 조사에서 남녀를 불문하고 암 중 가장 높은 사망률을 보이며, 다른 암에 비해서도 눈에 띄게 증가 추세에 있었다. 모든 암이 그렇듯, 폐암 역시 그 원인이 다양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주된 원인으로 흡연을 꼽는다. 특히 일찍부터 흡연을 시작할수록, 한 번 흡연했을 시 그 흡연 시간이 길수록, 흡연량이 많을수록 폐 암이 발생할 확률은 높아진다. 국가 암정보센터에 따르면, 흡연은 폐암뿐 아니라 암 대부분과도 관련이 있다. 위암, 식도암, 구강암, 후두암, 췌장암, 신장암, 방광암, 자궁경부암의 확실하고 중요한 원인이며, 그 밖에 간암, 유방암, 대장암 등의 암 발생 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전한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은 흡연이 주요 원인으로 손꼽히는 대표 질환이다. 대개 오랜 기간 흡연해 온 40대 이상 에게서 나타나며, 초기에는 별 증상이 나타나지 않다가도 담배의 독성물질들이 호흡기 점막을 손상하고 만성 염증을 유발해 서서히 폐 기능을 떨어뜨린다. 증상이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데 비해, 폐 기능은 완전히 망가져 어느 정도 병이 진행됐을 경우에는 기침, 가래, 호흡곤란 등의 증상으로 나타나, 심할 경우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한 고통을 불러일으키는 무 서운 병이다.
심혈관질환이란 심장과 심장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 심장과 연결된 모든 혈관에 이상이 생기는 것을 말하며, 암과 더불어 한국인의 사망 원인 2, 3위를 다툰다. 흡연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액 응고를 촉진 하여 혈전증을 일으키기 쉽다. 혈전은 관상동맥이나 뇌혈관을 막아 급성 심근경색이나 뇌경색을 잘 일으키고 돌연사의 확률을 높인다. 2013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심혈관질환은 3대 사망 원인 중 하 나로, 50대의 심혈관 질환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 당 55.4명, 60대는 139.8명에 이를 정도로 중·노년층 유병률이 높다. 심혈관질환은 대표 적인 노인성 질환이지만, 최근 스트레스로 술·담배를 가까이하고 잘못 된 식습관 등으로 20~30대 젊은 남녀에서도 병이 나타나는 추세다.
담배는 흡연자에게도 해롭지만, 흡연자와 함께하는 비흡연자에게도 악영향을 미친다. 담배 연기 때문이다. 담 배 연기에는 타르와 니코틴, 일산화탄소가 함유돼 있어, 담배 연기에 노출된 비흡연자에게도 각종 질환을 유 발한다. 담배 연기가 눈에 노출되면 담배의 유해물질 때문에 안구가 따끔거리며 충혈될 뿐만 아니라 건조해진다. 담 배 연기에 자주 노출될수록 노안이나 시력 저하 현상이 빨라지며, 따라서 눈의 기능이 저하되어 시야가 뿌옇 게 보이는 백내장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시신경이 손상돼 시신경염에 걸릴 수도 있으며 실명의 3대 질환으로 지목되고 있는 황반변성에도 노출될 수 있다. 미국 위스콘신 대학 의과대학 안과전문의 첼시 마이어스 박사 는 ‘비버댐 안질환 연구’에 참가한 성인 4,439명의 20년간 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흡연자의 황반변성 초기 의 증세가 중증으로 진행될 위험이 비흡연자에 비해 36% 높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