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azine 20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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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와 치매는 같나요?

과거 ‘노망’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치매는 뇌의 퇴행성 질환이다. 요즘은 알츠하이머병, 파킨슨병, 혈관성 치매 등 치매를 부르는 이름도 다양하다. 그만큼 현대인을 위협하는 질환 중 하나로 손꼽히며 많은 이들의 관심의 대상이 된 치매. 이름에 따른 치매의 종류를 이해하자.

글 박지영 기자 감수 오범조(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참고 도서 <우리 가족 주치의 굿닥터스>맥스


내 머리 속의 지우개, 치매

손예진과 정우성이 주연한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조기 치매를 앓는 여주인공과 곁에서 그녀를 돌봐주는 남자의 절절한 사랑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20대 후반인 여주인공은 “내 머리 속에 지우개가 있다”고 남자 주인공에게 말한다.
치매 환자는 스크린에서만 볼 수 있는 수준을 넘어 이제 주변에서도 쉽게 만날 수 있다. ‘당신의 병’이 아닌 ‘나의 병’이 될 수도 있을 정도로 흔한 질병이 된 것이다. 치매는 오랜 세월 우리에게 가장 두렵고 무서운 병이었던 ‘암’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현대인에게 공포를 안겨주고 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우리나라 치매 환자수는 2017년 기준 39만 3774명으로 해가 갈수록 급속도로 늘고 있다. ‘내 머리 속에 지우개’로 불리는 치매는 기억력을 포함한 여러 가지 인지능력을 상실하는 만성 퇴행성 뇌질환이다. 치매에 걸린 당사자는 병에 걸렸다는 사실 조차 인지하지 못하지만 그로 인해 주변 사람들은 불편과 아픔을 겪는다.

퇴행성 치매와 뇌혈관 치매

누구나 경험하는 ‘건망증’ 증상이 자주 나타나면 치매 전조 증상이 아닐까 걱정하지만, 단순한 건망증과 치매에 의한 병적인 기억장애는 다르다. 건망증은 사소한 내용을 잊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비교적 잘 기억한다. 반면 초기 치매의 기억장애는 중요한 사건과 함께 최근 사건을 주로 잊는다. 건망증은 기억 속에 있는 것을 다시 꺼내는 데 문제가 발생하며, 치매는 받아들인 정보를 뇌 속에 입력하는 과정 자체가 불가능하다. 물론 단순한 건망증과 치매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 것이 확실한 방법이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 질환은 백여 가지다. 이중 가장 흔한 원인은 퇴행성 뇌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이다. 전체 치매 환자의 50~70%를 차지할 만큼 흔하고, 점진적이며 퇴행적으로 진행한다. 1907년 독일 의사인 알로이스 알츠하이머 박사가 최초로 발견해 ‘알츠하이머병’이라고 이름 붙었다. 기억력 뿐 아니라 언어능력, 판단력 등 모든 일상의 기능이 떨어진다. 과거 미국의 대통령 레이건도 알츠하이머 치매로 10년간 투병했다.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를 검사하면 신경세포가 손상되었거나 사라졌으며 전반적으로 뇌가 위축해 있다.
알츠하이머 치매 외에도 퇴행성 뇌질환으로 인한 치매에는 루이치매, 전두측두치매, 파킨슨병 치매 등이 있다. 이들 질환은 주로 노인에게서 나타난다. 이 중 파킨슨병은 떨림이나 손, 발, 관절의 마비, 언어장애 등 신체를 움직이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이 특징이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던 세계적인 권투선수 알리는 파킨슨병을 앓았다. 파킨슨병 환자 중 30~40%가 말기에 치매 증상을 보인다. 또 반대로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일부는 병이 진행하면서 파킨슨병의 증상을 보일 수도 있다.
치매를 일으키는 또 다른 원인질환으로는 뇌혈관치매가 있다. 뇌혈관치매는 뇌졸중, 뇌경색, 뇌출혈 등 소위 ‘중풍’이라고 부르는 뇌혈관질환이 선행되어 뇌조직의 일부가 손상되면서 뇌기능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치매다. 혈관성치매는 알츠하이머에 이어 두 번째로 많고, 알츠하이머 치매가 점차적으로 진행한다면, 뇌혈관치매는 갑자기 시작해 계단식으로 악화하는 사례가 많다.



치매는 불치병이다?

대부분 치매 증상이 나타나 치매로 진단 받으면 불치병이라고 생각해 자포자기한다. 하지만 치매는 불치병이 아니다.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병이며, 치료를 통해 조절이 가능한 병이다. 치매로 진단 받으면 보통 약물치료로 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동시에, 행동치료나 인지치료 등을 병행한다. 따라서 치매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적절한 치료를 통해 증상이 심해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으므로 초기에 적절한 평가와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 혈관성 치매는 많은 경우 완치가 가능하지만, 초기에 진단을 받은 후 적절한 치료가 필요하다. 특히 뇌졸중이 발생하면 의심되는 증상이 나타난 후 가능한 빨리(3시간 이내) 치료를 받아야 후유증을 예방하고, 치매로 발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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