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잘 먹으면 약, 잘못 먹으면 독
우리는 더 건강해지기 위해 약(藥)을 챙겨 먹는다.
영양제부터 만성 질환 약까지 현대인의 필수품이 된 약.
하지만 건강을 위해 먹는 약이 오히려 당신의 건강을 위협한다면?
약도 지나치게 많이 먹거나 잘못 먹으면 독이 될 수 있다.
똑똑하게 챙겨 먹는 약 사용 설명서.
글 박지영 기자 감수 박민수(서울ND의원 원장)
참고 도서 <우리 가족 주치의 굿닥터스>(맥스)

위대하고 위험한 약
현대의학에서 사용하는 화학 합성 의약품이 등장한 건 1800년대부터다.
이전에는 가공하지 않은 생약을 약으로 썼으며, 과학이 발달하면서
특정한 유효 성분만 추출해 약을 만들게 되었다. 이후 현대의학은 발전을
거듭하며 약의 종류도 무수히 많아졌다. 현재 국내에 유통되는 의약품은
약 3만여 종에 가깝다. WHO(세계보건기구)가 간행한 필수 의약품 목록에
실린 효능 물질의 종류가 수백 종인 것을 고려하면 엄청나게 많은 양의
약이 유통되는 셈이다.
약은 인간의 질병을 치유하고 예방하는 데 유용한 물질이다. 전염병의
공포에서 벗어나게 도와주고, 세균의 침입으로부터 우리 몸을 지켜준다. 누군가는 식사 전이나 식사 후 수
가지의 약을 챙겨 먹는 일을 중요한 일과로 여긴다. 약은 질병을 치료하고 건강해지기 위해서 꼭 필요하다.
하지만 약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유용성과 위험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스위스 의학자인 파라셀수스는 ‘독성이 없는 약물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즉 모든 약은 독이 될
수 있다는 뜻. 약물 홍수시대, 약을 복용할 때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이유다.

약이 병을 만든다
약 을 잘 못 복용하면 심각한 중독은 물 론 약 이 독으로 작용해
약원병(藥原炳)을 얻을 수 있다. 미국의 한 연구 결과에서는 약물
부작용이 심장질환, 암, 뇌졸중에 이어 사망원인 4위에 올랐다. 약이 갖는
부작용이나 독성 때문에 생명이 위험해지는 사례도 여럿이다. 항생제
부작용으로 영구적인 뇌손상을 입었거나, 약을 먹은 후 전신의 피부가
벗겨지는 ‘스티븐존슨증후군’으로 생명이 위독해졌거나, CT촬영검사를
위해 주입된 CT조영제 부작용으로 의식을 잃은 사례 등이다. 살
빼는 효과가 탁월했지만 심장부작용으로 퇴출된 시부트라민이나
‘슈퍼아스피린’으로 불리며 찬사를 받았지만 심각한 부작용이 밝혀지면서 전 세계에 시장에서 회수 된
관절염 치료제 ‘바이옥스’도 비슷한 사례다.
해독 능력이 떨어지는 어린이나 고령자는 약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약 복용 시 더욱 신경 써야
한다. 가장 흔한 약 부작용으로는 소화 장애나 위염, 위궤양, 빈혈, 백혈구 숫자의 감소, 간기능과 신장기능의
손상, 졸림, 입마름, 변비, 기운 없음, 정신이 흐려지는 증상 등이 있다. 이런 부작용은 여러 가지 약을
한꺼번에 많이 복용할수록 더 심해지는데, 약과 약이 섞이면서 원하는 치료 효과보다 부작용 발생위험이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약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인간의 자연치유력은 오히려 약해졌고, 약물 남용 결과 내성균이 등장해
시시각각 우리의 생명을 위협한다. 두통으로 아스피린을 먹었을 때 통증은 줄었지만 위장 장애가 생겼다면,
약의 치료 작용으로 두통은 감소했지만, 부차적 작용으로 위장 장애가 나타난 것이다

약, 올바르게 먹는 법
그렇다면 약을 먹는 올바른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약에 대해 제대로 알고 먹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먹는 약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 내가 먹는 약은 어떤 약인지, 그에 따른 효과와 부작용 등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동안 복용해왔거나 현재 복용하는 약의 종류, 용량, 복용 날짜 등을 자세하게 기록한 ‘복약 수첩’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병원 진료 시 의사에게 ‘복약 수첩’을 보여주는 등 적극적인 활동은 약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 또 의사나 약사가 처방해 준 처방전에 따라 올바르게 복용해야 한다. 술과 함께 약을 먹는 것은 금물. 약의 효과를 없애거나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약은 최후의 수단이지 최선책이 아니다. 약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마음가짐 역시 중요하다. 약은 내 질병에 맞게 처방받고 올바른 방법으로 복용할 때만 ‘약’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