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두 속 발이 위험해요!
키 작은 이들에게 키 높이 깔창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존심을 세워주는 유용한 아이템이지만
자칫 발 질환을 불러올 수 있다. 도대체 구두 속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걸까.
깔창을 타고 온 질병, ‘족저근막염’과 ‘무지외반증’을 알아보자.
글 박지영 기자 감수 오범조(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건강과 맞바꾼 자존심, 구두 속 깔창이 위험해
보행은 발뒤꿈치부터 착지한 다음 발바닥이 지면에 닿은 후 발가락을 통해 추진을 얻어 나아가는 동작의
연속이다. 키 높이 깔창은 발의 바른 착지를 방해해 발바닥 맨 아래 압박을 가할 수 있다. 이때 발가락에 퍼져
있는 ‘족저근막’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발바닥에는 피하지방과 근육층 사이에 두꺼운 섬유성
띠가 존재하는데, 이것이 ‘족저근막’이다. 족저근막은 발뒤꿈치뼈에서 시작해 다섯 개의 가지로 나누어져
발가락 전체에 걸쳐 퍼져 있다. 발의 아치 형태를 유지하며 뛰거나 걸을 때 발바닥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한다. 또 체중이 실린 상태에서 발을 들어 올리는 데 도움을 준다.
족저근막에 반복적으로 잦은 자극과 과도한 충격이 가해지면 미세한
손상을 입어 변성이 나타나고 염증이 발생한다. 이 질환이 ‘족저근막염’이다.
족저근막염은 발을 무리해서 사용하는 것이 원인이다. 오래 서 있거나 오래
걷는 직업군에서도 많이 나타난다. 높은 깔창을 오래 착용하거나 바닥이
딱딱하고 쿠션이 없는 구두나 하이힐을 신을 때 증상이 악화할 수 있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무리한 운동을 하거나, 마라톤처럼 갑자기
많은 양의 운동을 할 때도 발생할 수 있다.
‘무지외반증’도 키높이 깔창이나 구두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질환이다. ‘하이힐 병’으로도
불리는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새끼발가락 쪽으로 휘어 뼈가 돌출되고 발바닥에
굳은살이 생기는 질환이다. 족저근막염과 마찬가지로 키 높이 깔창을 오래 착용하거나
하이힐을 자주 신는 여성, 프로 운동선수들에게서 주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침에 일어나 처음 발 디딜 때 아프다면
족저근막염의 증상은 보통 서서히 나타난다. 체중 부하 시 발뒤꿈치 바닥 쪽에 생기는 통증이 아침에 일어날
때와 오래 앉았다 일어날 때 나타나며 처음 발을 디딜 때 특히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증상이 지속될
때는 좀 더 넓은 부위에 통증이 나타나며, 서 있을 때 뻣뻣한 느낌이 계속되고, 하루 일과가 끝나는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통증의 정도가 심해지기도 한다.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점점 휘면서 두 번째, 세 번째 발가락에 큰 힘을 가하게 되고 발가락과 발허리를
잇는 관절이 붓고 통증이 생긴다. 바닥에 굳은살이 생기거나, 심하면 두 번 째 발가락 밑으로 엄지발가락이
들어가기도 한다.
족저근막염이나 무지외반증으로 합병증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시적 증상이라고 생각해 질환을
방치하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걷는 활동에 영향을 줘 무릎, 고관절, 허리 등에 통증이 전이될
수 있다. 증상이 지속될수록 치료 기간이 오래 걸리므로 증상이 느껴지면 빠른 시일 내 정형외과를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고 조기에 치료하자.
꾸준한 스트레칭이 치료의 열쇠
족저근막염과 무지외반증의 치료는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먼저다. 깔창을 내려놓고, 쿠션이 좋은 신발을
신는다. 대신 신발 뒤꿈치에 부드러운 깔창을 깔면 통증을 완화할 수 있다. 병원에서 소염진통제를 처방 받아
단기간 복용하는 것도 통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것은 발뒤꿈치 스트레칭으로
아킬레스건과 족저근막을 늘려주는 것이다. 6개월 정도 꾸준히 스트레칭을 해야 하는데, 특히 종아리
뒤쪽의 아킬레스건과 하퇴 삼두근을 지속적으로 스트레칭 해주면 족저근막에 가해지는 무리한 힘을 줄여
족저근막염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다. 일과를 마친 밤 시간에 족저근막을 스트레칭 된 상태로 유지시키는
부목을 착용하는 것도 도움 된다.
스트레칭을 꾸준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지속된다면 체외충격파 시술을 고려할 수 있다. 체외충격파
시술이란 인체 조직에 충격파를 가해서 치유를 촉진하는 것으로, 70% 정도에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체외충격파 시술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6개월이나 1년 이상 지속되면 수술이 필요하지만, 이는
족저근막염 질환자의 5% 미만에 불과하다.
무지외반증 치료도 족저근막염과 같다. 원인을 개선하고 약물 치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휘어진 정도가
심하고 다른 발가락까지 변형이 일어났다면 발의 정렬을 바로잡아 주는 수술을 고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