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에게 물어봐

건강iN 매거진 7월호hi.nhis.or.kr

01. 중증근무력증이란 무엇인가요?

우리 몸의 근육은 뇌에서 발생하는 신경자극이 신경을 통해 근육에 전달되어 움직입니다. 신경과 근육은 직접 연결되지 않고 그 사이에 공간이 있는데, 신경근육이음부라고 부릅니다. 뇌에서 시작된 신경자극이 신경종말에 도달하면 아세틸콜린이라는 화학물질을 분비하고, 아세틸콜린은 신경근육이음부를 가로질러 근육섬유의 아세틸콜린수용체에 결합합니다. 충분한 수의 아세틸콜린수용체가 아세틸콜린에 의해 활성화되면 근육이 수축하게 됩니다.
항체는 면역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로, 신체를 공격하는 세균, 바이러스, 이물질 등의 이종단백질인 항원에 대항하여 우리 몸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러나 중증근무력증은 신경근육이음부의 아세틸콜린수용체에 대한 비정상적인 자가항체들에 의해 면역세포가 자신의 아세틸콜린수용체를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신경근육이음부에서 아세틸콜린에 의해 충분한 수의 아세틸콜린수용체가 활성화되지 못하여 근력약화가 발생하게 됩니다.

02. 중증근무력증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인가요?

중증근무력증에서 자가항체가 만들어지는 정확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많은 연구자들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가 자가면역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의 단백질이 아세틸콜린수용체와 유사하여 면역체계가 자신도 모르게 자기단백질을 공격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한 면역체계 발달에 필수인 가슴샘이 중증근무력증 발병에 역할을 한다는 증거도 있습니다. 태아부터 소아기까지 가슴샘에서 T세포라고 불리는 면역세포가 발달하고 분화하는데, 가슴샘은 T 세포가 자기와 비자기를 인식하도록 가르칩니다. 중증근무력증과 가슴샘과의 관계는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는데 가슴샘이 아세틸콜린수용체에 대한 잘못된 자가항체를 생산하는 데 있어서 방사쇠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증근무력증은 유전질환이 아니지만 자가면역질환에 쉽게 걸리게 하는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에게서 더 자주 일어납니다.
중증근무력증은 자가항체들에 의해 신경근육이음부에서 아세틸콜린수용체가 감소하여 근력약화가 발생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자가항체가 아세틸콜린수용체 항체이고 전신중증근무력증 환자의 약 85%, 눈중증근무력증 환자의 약 50%에서 이 항체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외에 신경근육이음부에 있는 다른 단백질들인 근육특이티로신키나아제(muscle specific tyrosin kinase, MuSK)에 대한 항체, 저밀도지단백수용체 4(low-density lipoprotein receptor-related protein 4, LRP4)에 대한 항체, agrin에 대한 항체가 있습니다. MuSK 항체는 아세틸콜린수용체 항체가 음성인 전신중증근무력증 환자의 약 40%에서 양성입니다.
중증근무력증 환자에서 태어난 아기의 경우 전신의 근력약화가 생길 수 있는데 이를 신생아중증근무력증이라 합니다. 어머니의 항체가 태아로 유입되어서 나타나기 때문에 항체가 점차 없어지면 증상도 소실되므로, 근력약화는 수주 후에는 자연적으로 없어집니다.
소아에서 아주 드물게 발견되는 선천중증근무력증은 증상은 중증근무력증과 유사하지만 유전자 결함에 의한 신경근육이음부의 선천기능장애로 자가면역질환인 중증근무력증과는 다른 질환입니다.

03. 중증근무력증의 주요 증상은 무엇인가요?

중증근무력증은 몸의 수의근(우리가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근육)의 약화와 피로를 유발하지만, 심장이나 위장관의 근육과 같은 불수의근은 정상입니다. 중증근무력증에서 근력약화는 몸의 어느 부위에서나 나타날 수 있지만 가장 흔히 침범되는 근육은 눈을 움직이는 근육, 눈꺼풀을 들어올리는 근육, 얼굴근육 및 삼키는 근육이고 가장 흔히 나타나는 초기 증상은 물체가 둘로 보이는 복시와 눈꺼풀이 처지는 증상이지만 그 외 음식을 씹는 힘이 씹는 도중 점차 약해져서 딱딱한 음식을 잘 못 먹거나 이야기를 오래하면 발음이 점차 콧소리로 변하기도 합니다. 중증근무력증에서의 근력약화와 피로는 근육을 사용하면 심해지고 쉬면 호전되는 특징을 보여서, 보통 잘 자고 난 아침에 힘이 가장 좋고 저녁에 힘이 가장 약합니다. 질병의 초기에 증상은 일시적이며 수시간, 수일 또는 수주 후 증상이 없어질 수 있지만, 대부분은 증상이 악화되고 지속되며 새로운 증상이 수주 또는 수개월 후에 나타나기도 합니다.
중증근무력증의 진행은 대개 발병 후 2~3년 이내에 최고조에 이릅니다. 50% 이상의 환자가 눈꺼풀처짐이나 복시와 같은 눈의 증상으로 시작하고 약 절반이 2년 이내에 전신중증근무력증으로 진행합니다. 3년 동안 증상이 눈에만 국한된다면 대부분 전신중증근무력증으로 진행하지 않고 눈중증근무력증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전체 중증근무력증의 15~20%를 차지합니다. 눈증상으로 시작하지 않은 많은 환자들도 병의 진행 과정에서 어느 시점에는 눈꺼풀처짐이나 복시 증상을 경험합니다. 환자의 약 15%가 조음장애, 삼킴곤란, 씹기장애로 시작하고 5% 미만이 팔다리의 근위부 근력약화로 시작합니다.
심한 경우 호흡부전으로 기계환기가 필요한 중증근무력증위기에 도달할 수도 있지만, 중증근무력증 환자가 적절히 치료받으면 중증근무력증위기는 매우 드물고 다양한 중증근무력증 치료제와 호흡치료의 발전으로 회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갑자기 중증근무력증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발열, 호흡기감염, 외상, 스트레스, 중증근무력증을 악화시킬 수 있는 약물복용 등 유발인자가 있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감각장애, 통증, 자율신경기능의 이상이 있다면 중증근무력증이 아닌 다른 진단을 의심해야 합니다.

04. 중증근무력증과 함께 발병하는 질환들이 있나요?

중증근무력증 환자의 약 15%는 가슴샘종을 가지고 있고 65%는 가슴샘과형성을 동반합니다. 그리고 중증근무력증 환자의 5~10%가 중증근무력증 발병 전후에 자가면역 갑상선질환(하시모토 갑상선염 또는 그레이브스병), 류마티스관절염, 전신홍반루푸스 등 다른 자가면역질환을 동반할 수 있습니다.

05. 중증근무력증을 진단하려면 어떤 검사를 시행해야 하나요?

혈액검사를 통해 중증근무력증에서 발견되는 자가항체를 검사합니다. 아세틸콜린수용체 항체를 먼저 검사하고 음성인 경우 MuSK 항체를 검사합니다.
근력약화가 있는 근육에서 반복신경자극검사와 단일섬유 근전도검사를 통해 전기생리학적으로 신경근육이음부의 이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콜린에스테라아제억제제 투여검사로 중증근무력증에 의한 근력약화의 증상이 호전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경종말에서 배출된 아세틸콜린과 수용체의 결합은 무작위적이기 때문에 신경근육이음부의 아세틸콜린 양이 증가하면 활성화 되는 수용체의 숫자가 많아져서 근력이 일시적으로 호전됩니다. 아세틸콜린은 콜린에스테라아제라고 하는 효소에 의해 분해되는데, 이 효소의 기능을 일시적으로 억제하는 텐실론이나 네오스티그민이라는 약물을 투여하면 환자의 증상이 일시적으로 좋아지는 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중증근무력증의 증상이 추운 환경에서 호전되는 특징을 이용한 얼음검사는 환자의 눈꺼풀 위에 얼음을 2~5분 동안 올려 놓은 후 눈꺼풀처짐이 호전되는 것을 확인하는 선별검사입니다.
중증근무력증이 진단되면 흉부컴퓨터단층촬영을 시행하여 가슴샘종이나 가슴샘과형성과 같은 가슴샘이상 유무를 확인하고, 다른 자가면역질환이 동반되었는지를 알기 위해 혈액검사를 시행합니다.

06. 중증근무력증의 치료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중증근무력증은 특별한 치료 없이 자발적으로 호전되거나 드물게 완치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증상이 악화되고 지속되며 새로운 증상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항아세틸콜린에스테라아제(메스티논, 도스민)는 아세틸콜린이 더 오래 신경근육이음부에 남아있도록 하여 더 많은 수용체 부위가 활성화 될 수 있게 합니다. 항아세틸콜린에스테라아제는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자가면역 문제를 해결하지 않기 때문에 증상 치료로 간주될 수 있습니다.
중증근무력증의 주된 치료는 면역체계의 비정상적인 작용을 억제하는 코르티코스테로이드(프레드니손, 프레드니솔론)와 면역억제제입니다. 중증근무력증의 치료에 효과가 있는 면역억제제로는 아자티오프린(이뮤란), 마이코페놀레이트(셀셉트), 사이클로스포린(산디문), 타크로리무스(프로그랍), 리툭시맙(맙테라) 등이 있습니다.
혈장교환술은 혈액의 혈장에서 비정상적인 항체를 제거하고, 면역글로불린 정맥주사는 비특이적인 항체를 주입함으로써 면역체계의 자가항체의 생산을 줄이는 효과를 나타냅니다. 혈장교환술과 면역글로불린 정맥주사는 모두 빠르지만 단기간의 효과만 가지므로 면역억제제가 효과를 나타내기 전이나 수술 전 처치 혹은 중증근무력증위기에 사용됩니다. 일부 환자들은 면역억제제 대신 정기적인 혈장교환술이나 면역글로불린 정맥주사를 시행 받기도 합니다.
가슴샘절제는 가슴샘종이 있거나 전신중증근무력증에서 시행됩니다. 가슴샘절제는 약 30%의 환자에서 중증근무력증의 관해를 유도하고 약 50%에서 증상을 호전시키거나 투약의 필요성을 줄입니다. 가슴샘절제의 효과는 수술 후 수년에 걸쳐 발생합니다. 가슴샘절제는 대개 60세 미만이며 질병의 초기에 시행할 경우 효과가 좋습니다.

07. 중증근무력증의 위험인자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중증근무력증의 위험인자는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중증근무력증의 가족력이 있는 사람이 질병에 걸릴 위험이 더 큽니다. 특정 유전자의 변이가 중증근무력증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믿지만 이들 유전자들이 밝혀지지 않았고, 많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기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증근무력증은 어느 연령에서나 발생할 수 있지만 여성은 20~40세, 남성은 60세 이후에 발병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08. 중증근무력증을 예방하는 방법은 무엇인가요?

자가항체가 만들어지는 원인을 알게 된다면 중증근무력증의 예방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아직 원인을 알지 못하므로 중증근무력증을 예방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중증근무력증 환자는 감정적인 스트레스, 극단적인 온도에 노출, 발열, 질병(호흡기 감염, 폐렴, 치아 농양), 낮은 혈중 칼륨 농도(저칼륨혈증, 이뇨제, 잦은 구토), 과도한 운동이나 육체적인 업무 등의 유발요인을 피하면 중증근무력증의 악화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증근무력증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약으로 수술 중에 사용되는 근육이완제, 아미노글리코사이드 및 퀴놀론 계열의 항생제, 심장 부정맥약, 국소마취제, 마그네슘염 등이 있으므로 중증근무력증 환자는 약 복용 전에 의사와 상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