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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IS STORY

문재인 케어 1주년 기념 체험수기

2017년 11월,
그때는 알지 못했다

문재인 케어 1주년 기념 체험수기
조성준
(광주 서구)
우수상

2017년 11월 초, 내 인생에 큰 변화가 왔다. 아버지의 간암 선고.
평상시 술을 즐기지 않는 아버지였기에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었다.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아버지의 암만 극복할 수 있으면 무엇이든 하겠노라고 결심했다.
우리나라에서 간암 치료를 잘한다는 여러 병원을 수소문해서 서울의 한 병원에 연락했다. 하지만 명의들은 이미 예약이 두 달 가까이 차 있었고, 그나마 가장 빠른 진료에도 일주일이 걸렸다. 진료결과 천만다행으로 간 이식 수술을 받으면 좋아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처음 마주한 상황에서 해결책이 있다는 게 참 다행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희망도 잠시, 우리 가족은 경제적인 문제에 직면했다.
수술에 들어가는 검사비, 수술비, 입원비의 본인부담금이 최소 4,000만 원 이상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은 생겼지만, 아버지의 실비보험까지 없는 상황에서 크나큰 고민으로 다가왔다. 암만 고칠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마음이 금전적인 문제 앞에서 흔들린다는 것이 참 간사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고 아버지의 간암 극복이라는 목표 아래 형제들끼리 병원비를 십시일반 모아 일단 4,000만 원의 돈을 마련했다.
간 이식 공여는 4남매의 형제 중 신체적 조건, 혈액형 등 여러 요소가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된 내가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다행히 식구들의 의견이 잘 모여, 보다 빠른 수술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
이식 수술을 위해 간 이식 수혜자, 공여자 검사를 받으며 수술일을 기다리던 중 또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아무리 빨라도 내년 2월 초에나 수술 일정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가족들은 수술을 기다리는 3개월이란 시간 동안 암세포가 몸 안에 더 퍼져 상태가 악화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했다. 금전적인 문제만 해결하면 바로 수술을 받을 줄 알았지만 이렇게 또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에 허망함이 들었다. 수술을 빨리 받기 위해 급하게 돈을 마련하고, 주치의 선택도 가장 빠르게 일정이 되는 의사 선생님으로 지정했지만, 일정을 당기기 위해 가족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더는 없었다. 11월 초부터 시작한 아버지의 간암과의 싸움이 생각처럼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아버지와 나는 수술 전 최상의 몸 상태를 만들기 위해 운동을 하고 이식 수술에 필요한 절차를 준비하며 분주하게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운이 좋으면 수술 일자를 다음 해 1월 중반까지 당겨볼 수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렇게 수술 일자가 1월 23일로 결정되면서, 입원을 위해 서울로 향하는 수서행 기차에 올랐다. 뿌옇게 서린 창밖을 한참 바라보다 수능시험, 대학 면접, 입대 등 내 인생의 굵직한 순간을 함께 해주던 아버지와의 지난 시간이 생각나 하염없이 눈물이 났다. 꽁꽁 얼어있던 1월의 한강 물이 마치 슬픔에 차가워진 나의 마음 같았다.
수술 당일 아침 9시, 아버지와 나는 그렇게 수술실로 들어갔다. 수술 후 나는 일반병실로, 아버지는 중환자실로 각각 옮겨졌고, 이틀후에야 나는 회복된 몸을 겨우 이끌고 중환자실에서 아버지와 마주했다. 아버지와 나는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한동안 뜨거운 눈물만 펑펑 쏟았다. 본인의 아픔보다 서로에 대한 미안함과 걱정에 대한 눈물이었다. 2주 후 나는 퇴원했고, 아버지는 5일간의 중환자실 입원, 10일간의 무균실 생활, 감염의 위험 때문에 1인실에서 한 달간의 회복 시간을 거친 후 퇴원할 수 있었다. 영수증 정산을 하면서 우리 가족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수술 전 코디네이터로부터 분명 “수술, 입원, 처치에 드는 비용이 공여자와 수혜자 합쳐 총 4,000만 원, 추가로 응급상황 발생 시+알파로 더 들 수 있어요”라는 안내를 받았고, 주위에 이미 이식 수술을 한 분들도 기본적으로 4,000만 원이 들었다고 했는데, 아버지와 나의 병원비 합산이 총 3,000만 원가량밖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놀라웠던 것은 공단 부담금이 1억 원을 훌쩍 넘었다는 것이었다. ‘건강보험이 없었다면 수술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점점 쇠약해지는 아버지를 그저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기만 했겠구나’라는 무서움이 들었다. 총 진료비가 예상보다 1,000만 원 가량 적게 나오자 그 이유가 무척 궁금해졌다. 병원 원무과에서도 뚜렷한 답변을 듣지 못하던 중, 인터넷 검색을 통해 2018년 1월부터 선택 진료비가 폐지됐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2017년 12월 기준으로 병원비를 계산한 것과 불과 며칠 뒤 해를 바꿔 1월에 수술을 했을 뿐인데 병원비가 크게 차이 나는 이유에는 선택진료비 폐지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처음 병원 예약을 할 때 무조건 선택해야 했던 주치의 선택 제도가 이렇게나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지도 몰랐고, 며칠 늦춰 해를 바꿔 수술을 한 것이 비용 감소에 크게 작용한 것이다. 이렇게 직접적인 병원비 혜택을 받으니 정말 놀라웠고 문재인 케어에 감사한 마음뿐이었다.
이를 계기로 또 다른 추가 혜택은 없는지 알아보던 중 건강보험 ‘재난적 의료비 지원제도’를 알게 됐고,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의료비 지원을 신청했다. 신청 후 약 한 달 뒤, 1,000만 원가량의 큰 금액이 아버지 통장에 입금됐다. 우리 가족이 재난적 의료비 지원 혜택을 받게 된 것도 ‘보장성 강화대책’으로 지원범위가 확대되어 가능한 것임을 알게 됐다. 이후 나는 이렇게 좋은 제도를 주위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분들께도 전하고 싶어, 외래 진료를 받으러 갈 때마다 병원에서 만나는 분들께 적극적으로 알려드리곤 한다.
지금도 ‘만약 건강보험의 이런 뜻밖의 선물이 없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건강보험의 가치가 얼마나 큰지 건강할 때는 절대 알지 못한다. 나도 가족이 아프기 전까지 건강보험의 가치를 몰랐으나, 이번 일을 겪은 후 우리나라 건강보험제도와 문재인 케어에 크게 감탄했다. 나는 이제 항상 병원 진료 후 영수증 세부내역을 받아 공단부담금과 본인부담금을 꼭 확인한다.
첫째는 그만큼 내가 우리나라 국민으로서 받는 혜택이 무엇인지 알기 위함이고, 둘째는 보장성 강화대책으로 받은 감사함을 조금이나마 갚을 방법이 없나 생각하기 위해서다. ‘2,000만 원’의 병원비 절감 혜택을 안겨준 문재인 케어에 감사의 마음을 다시 한번 전하고 싶고, 이러한 제도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재난적의료비 지원

*과도한 의료비 지출로 경제적 부담을 안고 있는 가구(소득 하위 50% 이하)에 의료비를 지원하여 가계 파탄을 방지

대상
모든 입원치료, 중증질환 외래 진료
(암질환, 뇌혈관질환, 희귀질환, 중증난치질환, 중증화상질환)
혜택
입원 및 외래진료 포함 연간 180일, 최대 2,000만 원까지 의료비 지원
문의
1577-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