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까지 시렸던 지난 겨울,
살면서 절대로 만나고 싶지 않았던 ‘암’이 내게 손짓했다.
당장 마주한 건
수술과 입원으로 불어난 병원비와
그것을 감당할 수 없는 아내의 그늘진 얼굴이었다.
간병에 지친 아내와 이제 막 옹알이를 시작한 아들을 볼 때는
삶을 연명하고 있는 내 자신이 미웠다.
아내는 아내대로 나만 걱정해도 모자란데
돈 걱정을 해 미안하다며 우는 날이 잦았다.
다행히 단비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재난적의료비 지원’으로 경제적 부담을 크게 덜게 된 것이다.
아내와 나는 실로 오랜만에 시름을 놓고 서로를 도닥였다.
바람에도 꽃내음이 실려오는 이 계절,
우리 가족의 마음에도 진정한 봄이 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