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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IS STORY

출동 건이강이

몸과 마음을 치료하는 따뜻한 나눔

대전지역본부 물리치료 봉사

지난 8월 21일. ‘대전지역본부 물리치료 봉사협의체’가 대전의 한 요양시설을 찾았다.
어르신들도 봉사자들도 행복했던 따뜻한 나눔의 현장을 소개한다.

글. 박향아 기자 사진. 지중근(라운드테이블)

물리치료 사각지대, 소규모 시설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

전국의 5,200여 개의 노인요양시설 중 30인 이하 소규모 시설에는 물리치료사가 배치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거동이 불편하니 물리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방문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 대전지역본부 장기요양1부가 ‘물리치료 봉사협의체’를 결성하고, 대전광역시의 소규모 장기요양기관을 대상으로 물리치료 봉사를 시작한 이유다.
‘대전지역본부 물리치료 봉사협의체’는 장기요양1부 조경남 부장을 단장으로 8명의 지역본부 직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대전보건대 물리치료학과 학생들과 협회 소속 물리치료사, 그리고 미술치료 자원봉사자들이 마음을 모아주었고, 충남대학교병원 정진규 가정의학과장의 동참으로 의료법상의 문제도 해결됐다.
지난 7월 30일 첫 봉사를 시작으로 10월까지 총 4번의 물리치료 봉사를 계획 중인 ‘대전지역본부 물리치료 봉사단’. 물리치료의 사각지대에 놓인 30인 이하 소규모 시설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은 후, 세밀하게 검토하여 꼭 도움이 필요한 시설 4곳을 선정했다.
8월 21일, 2번째 봉사가 진행된 곳은 대전시 유성구에 자리한 에덴실버타운이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치매를 앓고 계신 어르신 24분이 생활하는 노인노양시설이다. “의사 선생님들이 온다고 해서 아침부터 기다렸다니까. 밥은 먹고 온겨?” 제일 예쁜 옷을 골라 입으시고는 아침부터 봉사단원들을 기다리셨다는 어르신들. “봉사 오길 참 잘했다”고 느껴지는 순간이다.

따뜻한 체온을 전하는 물리치료

본격적인 물리치료 봉사가 시작되고, “어디가 불편하시냐”는 이재홍 주임(보은센터)의 질문에 한 어르신은 “여기도, 저기도 아프다”면서 아픈 곳을 하나씩 보여주신다. 요양병원에서 물리치료사로 근무하다가 작년 하반기에 공단에 입사한 이재홍 주임은, 저주파 치료를 하는 동안 쉬지 않고 어르신들의 말벗이 되어드리는 중이다.
“원래 물리치료는 통증을 감소시키는 치료지만, 피부와 피부가 맞닿으면서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역할도 하거든요. 그렇게 서로의 체온을 느끼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어르신들의 얼굴이 편안해지는 것이 보여요. 그게 참 좋더라고요.”
단국대 물리치료학과 주미라 교수는 휴식 시간도 반납한 채 치료에 열중하고 있다. 어르신 한 분이라도 더 치료해드리기 위해서다. “물리치료사가 상주하지 않다보니 치료를 받으실 기회가 많지 않으시거든요. 연신 ‘너무 고맙다’며 손을 잡아주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잠깐도 쉴 수가 없더라고요.”

‘마음을 그리는 따뜻한 시간, 미술치료

물리치료가 진행되는 시간, 옆방에서는 어르신들의 노랫소리와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천안지사의 주선옥 과장과 아산지사의 이승열 과장,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이 함께 하는 미술치료 시간. 오늘은 어르신들도 잘 아는 전래동화인 ‘심청전’을 주제로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오늘의 그리기 도구는 자연에서 그대로 가져온 꽃과 나무. 손으로 만져보고 향기도 맡아보는 사이,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아이처럼 환한 미소가 번진다.
“아이고, 여기 쑥도 있네. 예전에 쑥 뜯어다가 쑥개떡도 해먹고 그랬는데... 이거는 백일홍이고, 이거는 칡 잎사귀고, 여기 연꽃잎도 있구먼.” 익숙한 꽃들을 보자 신이 나신 모양이다. 옆에 계신 할머님은 불편한 손으로도 열심히 꽃을 오려 붙이시고, 또 다른 어르신은 장미꽃 구름을 만드셨다. 그렇게 어르신들이 함께 그린 ‘심청전’의 한 장면이 완성됐다. “아이고 참 예쁘다”, “이거 참말로 재미나다”며 기뻐하시는 어르신들을 바라보는 봉사자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하다.
올해 101세가 되신 최고령 할머님은 “이제 그만 가야한다”는 장동주 과장(대전지역본부)의 손을 꼭 잡고는 놓을 줄을 모르신다. “제가 다음 주에 할머님 양말 사가지고 꼭 다시 올게요. 제 이름이랑 얼굴 꼭 기억하고 계셔야 돼요.” 장동주 과장의 약속을 받아낸 후에야 아쉬운 표정으로 손을 놓아주신다. ‘대전지역본부 물리치료 봉사협의체’가 물리치료 사각지대에 계신 어르신들의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어루만져주는 역할을 해나가기를 기대해 본다.

MINI INTERVIEW
어르신들의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해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  대전지역본부 장기요양1부 조경남 부장

  • ‘대전지역본부 물리치료 봉사협의체’를 구성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장기요양’ 부문에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던 중, 물리치료 사각지대인 30인 이하 시설의 어르신들을 위한 물리치료 봉사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의료 봉사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요건들을 충족해야 했는데, 충남대학교병원 정진규 교수님을 비롯해 대한물리치료사협회 소속 물리치료사, 대전보건대 물리치료학과 학생 등 지역 사회의 많은 분들이 동참해주었기에 취지대로 봉사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 물리치료 봉사협의체의 앞으로의 활동 계획에 대해 공유해주세요.
    이번 봉사가 소규모 시설에 계신 어르신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하고 모색하는 계기가 되어, 지속적인 봉사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시설의 요양보호사 분들 역시 근골격계 질환을 앓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어르신들을 위한 물리치료를 마친 후 요양보호사 분들께도 물리치료를 해드렸는데 만족도가 상당히 높았습니다. 앞으로 봉사를 계획할 때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봉사가 서비스 사각지대에 계신 어르신들을 위한 의료 서비스를 개선하는 데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  충남대학교병원 정진규 가정의학과장

  • ‘물리치료 서비스 사각지대에 있는 소규모 시설의 어르신들을 위한 봉사’라는 취지에 망설임 없이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내 부모님처럼 어르신들을 살뜰하게 대하는 봉사자들과 치료를 받으며 행복해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니, ‘함께 하길 잘했구나’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꼭 필요한 봉사를 계획하고 함께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공단 관계자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  에덴 실버타운 정해철 대표

  • 대부분의 어르신들이 요통이나 관절염을 앓고 계시다보니, 물리치료를 받고 싶어 하시는 분들이 많으세요. 하지만 상주하는 물리치료사가 없는 소규모 시설은 그런 바람을 충족시켜드리기가 쉽지 않죠. 그렇기에 오늘 물리치료 봉사단원들은 무척이나 반가운 손님이었습니다. 이번 봉사가 소규모 시설들을 위한 주기적인 물리치료 봉사로 이어졌으면 정말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