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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신지기 건강백세

지신지기 클리닉 1
BLANCING hypothalamus-pituitary gland-hormone

호르몬이란 ‘자극하다, 박차를 가하다’는 의미의 그리스어에서 나온 용어이다.
호르몬은 세포 반응을 유발하고 생리적 기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여, 개체의 생식, 성장과 발달을 조절하고, 항상성의 유지와 에너지의 생성, 이용 저장에 관여한다.

분비샘 이야기, 호르몬

호르몬은 사람이 태어나 성장하고(성장호르몬) 후손을 낳아(성호르몬) 양육하며(옥시토신), 늙고 노화되는(성장호르몬 결핍, 성호르몬 결핍, 인슐린 결핍 등) 등 인생의 전 과정에 관여한다. 또한, 배가 고파 식사를 하고(렙틴, 그렐린) 이를 소화하여 세포에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고(인슐린), 감염으로 인해 몸이 아프면 열이 나고(시상하부, 교감신경계의 항진) 이를 이겨내기 위한 여러 면역계의 작용(싸이토카인 분비, 스트레스 호르몬 상승)이 생기고 회복이 되고 다시 건강한 상태가 된다.

호르몬에 관한 시스템을 내분비계라고 하는데, 이 내분비계는 호르몬을 합성하고 분비하는 기능을 단순하게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자율신경계가 직접 내분비기관에 작용하여 기능을 조절하기도하고, 내분비계와 신경계의 조절을 받은 면역계가 내분비질환을 유발하기도 하는 등 내분비계, 신경계, 면역계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호르몬, 서로 유기적으로 조절된다

내분비계의 큰 특징은 호르몬의 생산이 ‘되먹임 기전’에 의하여 조절되는 것인데, 시상하부에서 분비되는 방출 호르몬들은 뇌하수체의 분비자극 호르몬들을 자극하며, 이들은 각각 갑상선, 부신, 성선을 자극하여 갑상선 호르몬, 부신 호르몬, 성호르몬이 생성·분비되며, 분비된 호르몬들은 또한 각각의 분비자극호르몬에 대하여 음성 되먹임 조절인자로 작용하고, 또한 각각의 시상하부의 방출호르몬의 분비도 억제한다. 쉽게 말하면, 혈중의 호르몬이 충분히 많으면, 뇌하수체와 시상하부에 호르몬을 분비하도록 자극하는 자극 호르몬이나 방출 호르몬을 덜 분비하도록 신호를 준다.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중 성장호르몬은 한창의 성장기에 충분히 분비되어 골격근의 성장에 관여하는데, 과잉 분비되는 경우 거인증이나 성장이 끝난 후에는 말단비대증으로 발병한다. 유즙분비 호르몬(프롤락틴)은 특히, 여성의 임신기간과 수유기간에 풍부하게 분비되어 생리를 없애고, 모유 수유가 가능하며, 성욕이 떨어지고, 아이를 양육하는데 적합한 환경을 만든다. 그러나 과잉분비 선종이 생길 경우 수유기가 아닌데도 유즙이 분비되고 무월경이 되어 불임을 일으킨다. 사춘기 및 성장기에 적절한 성호르몬의 분비는 2차 성징과 성인으로의 생리활동이 가능하도록 성숙시킨다. 이를 위해서는 뇌하수체에서 적절한 성호르몬 자극분비 호르몬이 방출되어 성선을 자극하여 성호르몬이 분비되어야 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알려진 부신에서 분비되는 콜티솔은 위기상황의 혈압을 유지하고, 전해질의 균형을 맞추고, 혈당을 올리는 등의 역할을 하는데, 이 또한 뇌하수체에서 자극을 하여 분비된다. 정신적 스트레스 외에도 질병과 같은 육체적 스트레스는 뇌하수체를 자극하여 위와 같은 자극호르몬을 적절하게 분비하여 인체의 항상성을 유지한다.
뇌하수체 후엽에서는 소변을 농축시키는 항이뇨호르몬이 분비되며, 이의 장애가 생기면 맹물같은 소변이 다량 나오고 전해질의 불균형이 생기는 요붕증이 발생한다.

내분비기관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갑상선에 붙어있는 작은 부갑상선도 호르몬을 분비하여 칼슘과 골 대사에 관여하는데, 과잉 생산되면 고칼슘혈증과 이로 인한 부작용으로 생명에 위협을 줄 수 있어 가능하면 수술을 하는 것이 최선이고, 유전적인 결함으로 인해 혹은 이유 불명의 부갑상선기능 저하증의 경우는 저칼슘 혈증이 생긴다. 이 역시 의식 소실로 인한 위험이 크지만 칼슘과 비타민 D의 보충으로 정상 칼슘대사를 유지할 수 있다.
부신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은 더욱 다양한데, 주로 혈압의 유지, 전해질의 유지, 교감신경계의 조화, 성선의 발달 등 생명에 직결되는 여러 호르몬을 분비한다. 잘 알려져 있는 콜티솔은 과잉 생성되면 쿠싱증후군으로 알려져 있다. 달 모양의 동글한 얼굴, 팔다리가 가늘고 배만 볼똑 나오게 되고, 환자들은 혈당 조절이 불량하고 혈압이 생겨서 내원하게 된다. 그 외에도 전해질과 혈압을 조절하는 알도스테론, 매우 드물게 볼 수 있는 갈색세포종양은 온갖 교감신경계전달물질을 방출하여 급격한 심계항진, 혈압의 상승과 두통, 심지어는 쇼크까지 생긴다.

내분비기관 외의 기관에서도 호르몬 합성

내분비기관 외의 기관에서도 호르몬을 합성하는데, 예를 들어 글루카곤은 인슐린과 반대 작용을 하여 공복이 길어지면 간에 저장되어 있는 당을 혈중으로 내놓아 저혈당이 생기지 않도록 한다.
췌장 외에도 위장 벽에서도 합성된다. 지방세포에서 생성되는 렙틴은 시상하부에 존재하는 수용체에 작용하여 지방 조직에 저장된 에너지량에 대한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식사 중에 위장관에서 분비되는 여러 호르몬들이 뇌에 포만신호를 전달한다는 가설도 있다. 도파민, 세로토닌과 같은 신경전달물질도 섭식조절에 관여한다고 한다.
철학자 데카르트는 인간의 정신이 뇌에 존재한다고 믿었는데, 그 위치는 뇌실 주위의 기관인 송과선으로 여기에서 멜라토닌이 생성된다. 멜라토닌은 외부 환경의 밤낮의 주기에 맞추어 신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유지하는 신체 시계로서의 기능을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데, 사람에서의 기능은 아직 확실히 알려져 있지 않으나, 일주기수면장애의 치료에 흔히 처방되고 있다.

내분비기관의 악성 종양, 성장·전이 느리다

질환으로의 호르몬은 뇌하수체, 갑상선, 부갑상선, 부신, 성선, 췌장 등에서 생성·분비되는 호르몬들로 이의 치료는 과잉 분비시 수술적 제거나 약물의 사용, 결핍 시 합성호르몬의 보충으로 가능하다.
호르몬을 생성하는 조직들은 사람이 살아가면서 이 호르몬을 필요로 하는 동안 쉴새없이 세포 주기를 거치면서 호르몬을 만들어내는데, 이 과정에서의 신호체계의 이상으로 인해 세포 과다 내지는 선종의 생성이 비교적 다른 장기에 비하여 흔하다. 소위 내분비기관은 양성 종양이 흔하며, 악성 종양이라고 하더라도 비교적 성장기간이 느리고 전이가 느리다고 알려져 있어 착한 암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특별한 유전자적 이상에 의한 악성종양은 매우 드물지만 성장속도가 무척 빠르고 전이도 잘 일어나 잘 알려져 있는 다른 장기의 암보다 예후는 더 안 좋다. 최근에는 수명이 길어지면서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양성 종양에서 퇴행성 변화로 인한 악성종양으로의 변화도 볼 수 있다.

호르몬, “신이 만든 가장 복잡하고 훌륭한 작품”

의학의 발달은 과거에 몰랐던 많은 호르몬들을 발견하였으며 생체 항상성의 유지란 기존에 알고 있던 것보다 더욱 복잡 다단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식사를 하고 이에 따라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 세포에 당을 공급하여 정상적인 에너지의 저장, 이용이 이루어진다.
그러나 배가 고파서 식사를 할 때 누구는 과식을 하게 되고, 누구는 천천히 소화를 시키며, 누군가는 먹는 대로 살이 찌고, 누군가는 항상 몸매를 잘 유지한다. 이 과정의 여러 호르몬들이 작용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실제로 이를 약물로 개발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를 이용한 당뇨병 약제는 계속해서 개발 중이다. 몰아 먹으면 교감신경계의 활성화와 여러 호르몬들의 작용으로 에너지의 이용보다는 저장 쪽으로 진행되어 더욱 비만하게 되고, 그럴수록 더욱 포만감을 못 느끼고 더 과식하게 되는 악순환이 된다. 호르몬의 작용으로 인간의 항상성 유지를 보면, 얼마나 복잡하고 세밀한 존재인지! 거의 신이 만든 가장 복잡하고 훌륭한 예술작품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내분비계의 치료 가능한 질병들은 드물기도 하고 그 기술은 이미 정점에 이르렀다고 여겨진다. 치료가 불가능한 당뇨병과 같은 소위 만성 대사성 성인 질환이야말로 인간의 노화 과정이 조금 빨리 일어난 것이 아닌가 싶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연구에서 더욱 복잡한 호르몬의 세계가 알려지게 되었으며, 앞으로도 얼마나 새로운 것이 밝혀지게 될지 인체 호르몬의 세계는 참으로 신비하기만 하다.

글 :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내분비내과 남주영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