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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중
에피소드

이달의 [문학콩쿠르]는 특히 많은 독자들이 앞다퉈 사연을 보내왔다. 수십 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서운한 마음이 가시질 않는 임신 중 있었던 일, 임신 중인 아내에게 말 한번 잘못했다가 평생 잔소리 듣고 있는 남편의 사연 등 임신 에피소드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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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전병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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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있는 나를 흔들어 깨워 메밀전병이 먹고 싶다던 임신 8개월 때의 아내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강원도에 여행가서 먹었던 메밀전병 맛을 잊을 수가 없었던지 자고 있던 내게 메밀전병을 사오라며 투정을 부리기 시작하더라고요. 전라도에서 강원도까지 사러 갈 수는 없고 한밤중에 메밀전병을 어디서 사온단 말입니까? 그때 생각난 게 메밀가루였습니다. 24시간 열려 있는 마트에 달려가서 메밀가루와 부추, 청양고추를 사와서 메밀가루를 이용해 메밀전병 대신 김치부추전을 부쳐서 아내에게 줬더니 정말 잘 먹더라고요. 배는 남산만해서 메밀 부침개를 연달아 4장 정도 먹고 나더니 하는 말이 “내가 강원도에서 먹었던 메밀전병 먹고 싶다고 했지, 언제 김치전 먹고 싶다고 했어?”하면서 “그래도 수고했어! 맛있게 잘 먹었어” 하고 다시 자는데 약간 얄미우면서 서러움이 밀려오더라고요. 임신한 아내가 먹고 싶다고 해서 자다 일어나서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만들어본 메밀김치전인데 말이죠. 화가 나서 등 돌리며 자려고 하는데 뒤에서 꼬옥 안아주면서 아내가 제 귀에 대고 “여보 고맙고, 사랑합니다. 아까는 배가 너무 불러서 짜증 아닌 짜증을 냈어요. 이해해주세요” 하면서 안아주는데 화난 마음은 눈 녹듯 사라지고 눈에는 눈물이 주루륵 주루륵 났어요. 이후 아내는 건강한 딸을 낳았습니다. 이름은 메밀이고, 올해 유치원에 들어갔지요. 올 여름에도 아내와 메밀이 데리고 강원도에 다녀올 생각입니다.
여름만 되면 이제는 메밀이가 그렇게 메밀전병이 먹고 싶다고 제게 강원도에 놀러가자고 재촉을 하니 말이죠. 올 여름엔 많이 덥다는데 사랑하는 아내, 메밀이와 함께 피서겸 강원도 봉평에 가서 메밀꽃도 보고, 메밀전병도 먹으면서 아내가 임신했던 3년 전 그날의 추억을 되새기고 돌아올 예정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 아내와 메밀이를 정말 사랑합니다.

최동진(광주 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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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밥은 먹이고 자던가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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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애를 가졌을 때는 임신인줄도 모를 정도로 입덧도 없었고 졸음이 쏟아진 적도 없어서 출산 휴가 전까지 일을 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일부러라도 남편을 좀 괴롭힐걸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작은 아이를 임신했을 땐 심한 입덧으로 물 한 모금도 못 마실 정도라 누워만 있었어요. 그때 큰 아이가 두 돌이 갓 지나서 제 몸은 더 힘들었습니다. 어느 주말, 남편은 조기축구에 간다고 준비 중이고 큰 아이는 이른 아침부터 배고프다고 우는데, 저는 당연히 남편이 아이 밥을 챙겨주고 나갈 거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남편이 나가면서 저보고 큰소리로 "여보! 아이 밥은 주고 자던가 해. 옛날 우리 엄마는 임신했을 때 밭메도고 논에서 피도 뽑고 그랬대. 엄마가 그렇게 누워만 있어도 안 좋대" 하면서 나가더라고요. 옆에 있으면 때려주고 싶 정을도로 미웠습니다. 입덧으로 누워있는 제 모습이 참 비참하게 느껴지고 멀리 지방에 있는 친정은 또 왜 그리 그립던지요. 그날 아침, 눈물 반 물 반으로 밥을 지어서 아이 밥을 먹이고, 한밤 중이 되어 들어온 남편에게 서운했던 이야 기했를습니다. "만약 아가씨나 형님이 이렇게 입덧이 심해도 그렇게 말 할거야? 그리고 어머님은 만약 딸들이 입덧으로 고생하는데, 옛날 어른들 얘기하면서 누워만 있는 게 안 좋다고 말씀하셨을 것 같아?" 라고 말하며 펑펑 눈물을 쏟았습니다. 남편도 미안했던지 "미안해. 앞으로 잘할게" 하더라고요. 저는 예쁜 둘째 딸을 출산했고, 지금은 딸바보 아빠가 된 남편이지만 나중에 딸에게 그날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10년이 훨씬 지난 지금도 그날 아침 눈물로 지은 밥을 잊을 수가 없는 것을 보면 대부분의 엄마들에게 임신과 출산은 평생 가장 큰 사건이지 않을까 합니다. 남편! 나중에 밥이라도 얻어 먹으려면 지금부터라도 잘해!
그리고 힘들게 농사일 하시면서 저희 4남매를 가르치고 지금도 자식들에게 짐이 될까 일손을 놓지 않으시는 친정 엄마! 제가 엄마가 되어서야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사랑해요, 엄마! •

최은숙(경기 광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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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의 따뜻한 글을 기다립니다
<h-well 문학 콩쿠르>에서는 독자 여러분의 가슴 따뜻한 글을 기다립니다. 2017년 8월 주제는 '군대 이야기’입니다. 고무신 거꾸로 신은 여자친구 때문에 탈영할 뻔한 이야기, 북한까지 갔다왔다고 허풍떠는 남자친구 이야기, 군대 이야기만 나오면 2시간 혼자 말하기 신공을 보여주시는 부장님 사연 등 재미있는 군대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채택되신 분께는 소정의 상품권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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