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B

본문영역

컨텐츠 영역

내 마음 속 보물,
학창시절의 친구

살면서 누구나 한두 번쯤은 거짓말을 한다. 오죽하면 마음에 없는 말이지만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해주는 ‘하얀 거짓말’이나 가벼운 장난으로 서로 속고 속아주는 ‘만우절’이란 날까지 있을까. 이번 호에서는 <건강보험> 독자들이 보내온 내 인생 최대의 거짓말과 만우절 에피소드를 들어보자.

컨텐츠 이미지

진짜 아빠가 된 친구

-

갑자기 서울로 직장이 발령이 나면서 숙식을 어떻게 하나 하는 고민하게 됐다.
이때, 먼저 서울에서 자리잡고 있던 고등학교 동창에게서 연락이 왔다. ‘축하한다’며 자신과 함께 있자고 했다. 덕분에 걱정 없이 직장생활을 했고, 몇 년을 함께하고 부산으로 다시 내려온 직후 친구는 결혼소식을 전해왔다. 혹시 결혼이 늦은 이유가 나랑 같이 지내다 보니 그런 게 아닌가 하고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몇 년 후 간간히 만난 녀석은 “아기를 많이 기다린다”고 하며 “병원에 갈까, 체질을 바꿀까 한다”며 술 한 잔을 기울였다. 그러던 어느 만우절이었다. 문득 ‘아빠가 된다는 축하인사라도 먼저 받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발신자 번호를 친구의 번호로 입력하고 함께 모임을 하는 나머지 친구들에게 ‘친구들아! 오랜 기다림 끝에 내가 곧 아빠가 된다. 모두들 감사하다’ 라는 문자를 보냈다. 문자를 받은 친구는 즉시 그 친구에게 축하전화를 하고 그 친구는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며 일일이 답변했다. 그리고는 오늘 만우절이라서 누군가가 장난을 한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고 했다. 저녁 늦게 그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너지? 너 밖에 없다. 이런 장난을 하는 사람은. 또, 다른 녀석은 다 전화 왔는데 너만 전화가 없으니 더 수상하고.” “일부러 내가 장난한 줄 알라고 전화 안 했지. 그리고 언젠가 곧 아빠가 될 텐데 미리 축하 좀 받으라고.” 함께 웃으며 오늘 수십 통의 전화를 받았고 덕분에 기분은 좀 좋더라며 전화를 끊었다. 그 일이 있은 얼마 뒤 다시 그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나 진짜 아빠된다. 혹시나 싶어 와이프가 병원에 갔다 왔는데 임신이라더라. 너 덕분이다.” 감격 어린 친구의 전화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고 기분은 구름 위에 얹혀 있는 듯 했다.
그날 난 다시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이번에 진짜 아빠가 된다고 한다.
미리 축하해준 모두들 감사하다!’

김준호(부산 동래구)

컨텐츠 이미지

가슴 아픈 거짓말

-

나는 야쿠르트를 배달하는 ‘야쿠르트 아줌마’다. 어느 날 막내아들이 다니는 초등학교 교무실에서 주문이 들어왔다. 선생님들이 많아 꽤 쏠쏠한 수입이 될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배달을 마치고 교무실에서 나오다 아들과 마주치게 되었다. 반 친구들과 함께였다. 반가운 마음에 이름을 부르려는 순간, 잠시 멈칫하던 아들은 모른 척 내 곁을 지나쳤다. 분명히 눈이 마주쳤는데, 그날 저녁, 아들에게 물었다.
“혹시 오늘 엄마를 보지 않았느냐”고. 그러자 아들은 “절대 보지 못했다"는 게 아닌가! 아마 야쿠르트를 배달하는 엄마가 창피했던 모양이다.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너무 속상한 나머지 밤잠조차 이루지 못했다. 문득 오래 전의 일이 떠올랐다. 아들만할 때였다. 학교에서 돌아오니 막 들일을 마치고 들어온 엄마가 “논에서 오다 담임선생님과 우연찮게 마주쳤다”고 하시는 게 아닌가? 난 대뜸 “선생님께 아는 체를 했냐, 안 했냐?” 따지듯 여쭸다. 파마한 지 오래되어 부스스한 머리칼, 허름한 옷, 게다 지게까지 진 엄마의 모습은 너무도 초라했다. “당연히 선생님인데 인사를 드렸지” 하시는 말씀에 버럭 화를 냈다. 창피하게 왜 인사를 했느냐고, 내일부터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밥도 안 먹고 투정을 부린 것 같다. 그러자 엄마는 “사실은 인사를 드리려다 행색이 너무 초라해서 모른 척 지나쳤다”고 하셨다.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나를 쳐다보는 엄마의 슬픈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아들에게 그때의 일을 고백하자 맘 약한 녀석은 이내 울음을 터뜨리며 용서를 빌었다.
그런 아들을 가만히 안아 주었다. 오래 전 어머니께 저지른 불효를 후회하며나 또한 속으로 울고 있었다는 것을 아들은 아마 모를 것이다. •

김연숙(경기도 의정부)

tip
독자 여러분의 따뜻한 글을 기다립니다
<h-well 문학 콩쿠르>에서는 독자 여러분의 가슴 따뜻한 글을 기다립니다. 2017년 5월 주제는 ‘억울한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웃어 넘길 수 있지만 당시에는 답답하기만 했던, 살면서 가장 억울했던 에피소드를 나눠주세요. 채택되신 분께는 소정의 상품권을 드립니다.
원고분량 200자 원고지 4매 이내(A4 반 장 이내, 10point 기준)
원고마감 2017년 4월 15일
원고 보내실 곳 (26464) 강원도 원주시 건강로 32 국민건강보험공단 홍보실 정기간행물 담당자 앞 (성함, 주소, 우편번호, 전화번호 꼭! 적어 보내주세요)
E-mail 접수처 webzine@nhis.or.kr
정리 :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