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들은 가족들이 언제나 기댈 수 있는 든든한 울타리였다. 그토록 당당했던 아버지가 작고 약해지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가족들의 마음은 그래서 더 안타깝고 아프기만 하다. 올해 2월 말부터 이 가정에서 요양보호 서비스를 펼치는 양미정 씨는 재가 서비스를 하는 동안 전문인으로서 정성을 다해 돌봐드리고, 어떨땐 다정한 딸이 되어드리기도 한단다.
"오늘 날씨가 참 좋아요, 햇살도 환하고. 어르신, 기분도 좋은데 살짝 걸어볼까요?"
양미정 씨의 제의가 싫지는 않았던지 하하 웃어 보이는 할아버지. 마치 부녀지간 같은 두 사람을 지켜보던 할머니가 웃으며 한마디 건넨다, "아주 둘이 좋아 죽어."
양미정 씨가 오기 전까지만 해도 '재가 서비스'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다는 할머니는 솔직히 처음부터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양 선생이 오기 전에 다른 분이 오셨는데, 이틀 지나고 연락도 없더군요. 남의 치매 노인을 돌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 이해하려 해도 섭섭하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복덩이가 들어올 줄은 몰랐지."
'복덩이' 같은 양미정 요양보호사 덕분에 가족들의 부담도 한결 덜고 집안 분위기도 좋아져서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며 이런 제도가 있어 참 든든하고 다행이라고 말한다. 양미정 씨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3년 전 KTCS 방문요양 마포센터에서 요양보호사 교육을 받고 자격증을 따면서부터. 노인 토털 케어 서비스를 담당하는 이 센터는 지금까지 1,200명의 요양보호사를 배출했으며, 현재 80여 명의 요양보호사가 재가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다.
"저희 어머니께서 49세 젊은 나이에 중풍으로 쓰러져 옆에서 돌봐드리지 않으면 혼자 힘으로는 아무것도 못하세요. 밤에 잠도 안 주무시고 '이거 해, 저거 해줘!' 큰 소리로 명령만 하고. 이를 감당해야 할 가족들의 고통이 얼마나 큰지 누구보다 잘 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