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식, 아토피와 더불어 ‘3대 알레르기 질환’ 중 하나인 알레르기성 비염. 알레르기 질환은 흔히 ‘선진국병’이라고도 부르는데, 그 이유는 도시화에 따른 주거 환경과 자연의 변화로 환경오염이 극심해지면서 생긴 병이기 때문이다. 그 증거로 매년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는 점차 증가 추세에 있으며, 현재 20세 미만의 아동·청소년 중에서는 30%, 성인 중에서는 10% 정도가 알레르기성 비염에 시달리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유전적인 요인과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해 코점막이 특정 물질에 대해 과민 반응을 나타내는 것으로,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원인물질인 ‘알레르겐’이 코점막을 자극해 염증 반응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증상은 발작적인 재채기, 맑은 콧물, 코막힘 등이 있는데, 이러한 증세가 코감기에 걸렸을 때 나타나는 반응과 유사해 자칫 감기와 혼동하기 쉽다. 두 질환의 증상은 비슷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큰 차이가 있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찬 공기, 큰 기온 차와 같은 자극으로 유발된다. 몸에 열이 나는 듯한 기분이 들지만 실제로 열은 나지 않고 물 형태에 가까운 콧물이 많이 나는데, 이러한 증상은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코감기는 서서히 발생하며 시간이 지날수록 콧물이 노란 점액성을 띠고, 오한 발열이나 근육통 등 전신 증상이 동반되며 바이러스성이기 때문에 주위에 전염되기 쉽다.
대부분의 알레르기 질환이 그렇지만, 알레르기성 비염은 한 번 걸리면 어지간해서는 완치가 어렵고 평생 관리하지 않으면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어려울 만큼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그러므로 비염은 특히 예방이 필요한 질환이다.
알레르기성 비염을 예방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시기는 바로 ‘유아기부터 청소년기ʼ까지이다. 알레르기 질환은 유전적인 요인이 큰데, 알레르기 환자가 있는 집안에서 태어난 아이가 알레르기 질환에 걸릴 확률은 50%이고, 부모가 모두 알레르기 질환을 가지고 있다면 그 확률은 75%로 높아진다. 또한, 환경적인 악화 요인으로 기온 변화, 감기, 공기 오염, 스트레스, 집먼지진드기, 바퀴벌레, 꽃가루 등이 있어 이와 맞물려 알레르기성 비염에 걸릴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알레르기성 비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상시 실내가 건조하거나 습해지지 않도록 실내 습도를 50% 전후로 유지하고 온도도 20도 전후로 맞추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알레르기성 비염의 주된 원인인 집먼지진드기와 곰팡이는 습한 환경에서 잘 발생하고, 습도가 너무 낮으면 점막이 건조해져 감기에 걸리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알레르기성 비염을 유발하는 꽃가루, 화장품, 매연, 담배 연기, 특정 음식 등의 알레르겐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환기를 수시로 하고 주위 환경을 항상 청결하게 유지해야 한다. 이렇듯 알레르기성 비염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이뤄진다면, 설령 질환에 걸리더라도 유병자의 20%는 성인이 된 이후 증상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기도 한다.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는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평생 치료를 받으며 꾸준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그 방법으로는 알레르겐을 피하는 환경적인 요법과 약물치료 요법이 있다. 이중 하나만 선택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방법의 치료법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효과가 더 좋다.
알레르겐을 피하는 ‘환경요법’은 말 그대로 알레르기의 원인이 되는 요인과 접촉하지 않는 것이다. 한편, 약물치료는 환자의 증상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치료에 사용되는 약제로는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 비만세포안정제, 점막 수축제, 항콜린제, 류코트리엔 조절제 등이 있다. 약제에 따라 경구용, 국소용 제제를 선택해 사용하는데, 국소용 제제는 경구용 제제보다 전신적으로 퍼지는 부작용은 줄이면서 비강 내로 고농도의 약물을 전달해 효과가 빠르다. 이중 스테로이드 약제가 알레르기성 비염의 증상을 완화하는 데 가장 효과가 좋아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특히 흡입용 스테로이드는 전신 부작용이 거의 없으며 비폐색을 동반한 비염에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알레르기 질환은 초기 진단이 가장 중요하다. 따라서 부모가 이미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다면 그와 비슷한 증상이 조금이라도 나타날 시에는 하루빨리 병원에 내원해 전문의의 정밀 진단을 받아야 한다. 자녀가 입으로 숨을 쉬거나 콧소리를 내고, 잠을 잘 때 코를 골거나 감기가 2주 이상 지속된다면 비염을 의심해야 한다.
치료할 시기를 놓쳐 비염이 만성화되면 후각 장애나 두통 등의 증상을 동반할 수 있으며, 축농증, 부비동염, 인후염, 천식 등의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몸 상태를 수시로 확인하고 알레르기성 비염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조기 치료를 실시해야 한다.
알레르기성 비염 환자에게 제안하는 생활 속 tip
1 첫째도 위생, 둘째도 위생!
평소 손을 자주 씻고, 주위 환경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음식물을 지저분하게 내버려두거나 설거지거리를 쌓아 놓는 습관들은 버려야 한다. 동물에게서 떨어지는 비듬이나 털, 소변과 타액 등이 알레르기의 주원인 중 하나이므로 애완동물의 소변 등은 발생 즉시 청소하고 애완동물의 청결에도 특히 주의를 기울인다.
2 적당한 온도·습도 조절은 필수
알레르기성 비염은 특히 차가운 공기, 높은 일교차 등 온도, 집먼지진드기로 인해 유발된다. 추운 날은 되도록이면 외출을 삼가고, 부득이하게 외출할 경우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한다.
집먼지진드기는 습하고 따뜻하며 먼지가 많은 곳에서 잘 번식하기 때문에 침구류는 최소 주 1회 이상 뜨거운 물로 세탁하고 가급적 카펫, 매트리스, 인형 등과 접촉하지 않도록 한다. 또 실내에서 곰팡이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살펴서 청결히 하고 겨울철 가습기를 사용할 경우에는 매일 깨끗이 씻는 것이 중요하다.
3 스트레스는 줄이고 면역력 높여주는 음식을 골고루 섭취할 것
음식, 기름진 음식 등은 알레르기 질환을 더욱 악화시키므로 섭취를 자제하는 것이 좋다. 그 대신 면역력을 높이는 음식을 섭취해야 한다. 버섯, 호박, 시금치, 쑥갓, 케일, 파슬리, 깻잎, 무, 당근, 감자 등의 제철 음식, 제철 과일류, 면역력을 높여주는 마늘, 양파, 생강 등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좋다.
알레르기 질환이 현대인의 질병인 만큼, 스트레스도 중요한 원인이다. 따라서 가급적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며, 휴식 시간에는 충분히 쉬거나 취미활동 등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중요한 덕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