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가 주식인 유목민은 젖산분해효소 풍부해
"콜라 싫어~싫어 홍차 싫어~싫어, 새까만 커피 Oh No, 핫초코 싫어~싫어 사이다 싫어~싫어, 새하얀 우유 Oh yes, 맛좋고 색깔 좋고 영양도 최고, 깔끔한 내 입맛에 우유가 딱이야, 단백질 칼슘도 왕 비타민 가득, 건강한 내 입맛엔 우유가 딱이야, 우유 좋아 우유 좋아 우유 주세요(다 주세요)."
항간에 유행했던 노래 '우유송'은 이렇게 시작한다. 우유가 영양가가 높으니 우유를 마시자는 내용이 주다.
단백질, 칼슘, 비타민이 풍부한 우유가 어린이의 영양식으로 좋은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우유를 마셨다 하면 설사를 하는 이에게 우유는 기피 음식일 뿐이다. 실제로 우유는 아시아계 사람에게는 소화하기 어려운 식품이다. 우유에 포함된 젖산이라는 물질이 장에서 설사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유목생활을 하던 유럽계 민족은 일찍이 목축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유제품을 주식으로 했다. 이들의 게놈에는 젖산분해효소를 만드는 유전자가 어른이 돼도 활성화 상태로 남아있다. 그러나 동양인같이 일찌감치 정착생활을 한 민족의 후손이나 인도인같이 유럽인의 후손이지만 유제품을 먹지 않는 민족은 어른이 되면서 젖산분해효소를 만드는 유전자가 기능을 잃는다. 핀란드 헬싱키대 나빌 데나타 교수팀은 젖산분해효소 유전자의 활성도를 세계지도에 표시했다. 그리고 중앙아시아지역과 몽골지역민이 우유를 잘 소화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몽골이 좋은 예다. 몽골인은 아침에 일어나면 '수태차'라는 차를 만드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 수태차는 우유와 약초, 따뜻한 물을 섞어 만드는 차다. 우유를 차로 마실 정도니 몽골인의 생활에 우유가 얼마나 깊숙이 관련됐는지 알 만하다.
러시아인 보드카 마시는 이유는 ALDH(Acetaldehyde Dehydrogenase)에 있어
세상에서 알코올 도수가 가장 높은 술은 '스피리터스'란 이름의 폴란드산 보드카로 알코올 도수가 무려 96도다. 러시아인들도 도수가 50~70도에 이르는 보드카를 즐겨 마신다. 포도주가 보통 13도 정도고 맥주가 5도 정도라는 사실에 비춰보면 폴란드나 러시아 같은 북쪽 지방에 사는 사람은 아주 독한 술을 마시는 셈이다.
폴란드와 러시아 같이 북방민족들이 독한 술을 마시는 이유는 무엇일까. 북부지방은 겨울에 영하 40℃까지 내려갈 정도로 춥다. 여름도 서늘하다. 인간은 한랭한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 독한 술
을 마셔 몸에 열을 냈다. 술을 마시면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아져 감각이 무뎌지고 두통이 심해진다. 술이 체내에서 완전히 분해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단 술을 마시면 알코올 탈수소효소(ADH)가 알코올을 분해해 아세트알데히드를 만든다. 그리고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ALDH)가 아세트알데히드를 물로 분해한다. 그런데 ALDH가 제대로 기능을 못 하면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독성물질이 혈액 속에 고스란히 남아 숙취를 일으킨다.
술에 강한 사람이 있는 반면 약한 사람도 있는 것은 ALDH 활성 유전자 유형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세트알데하이드 탈수소효소1(ALDH1)은 아세드알데히드가 고농도일 경우 활성화된다. 반면 아세트알데히드2 (ALDH2)는 알코올이 조금이라도 흡수되면 활성화돼 물로 분해한다.
단국대 생물학과 김욱 교수는 "일본인의 30%는 게놈의 ALDH2가 잘 활성화되지 않는다"며 "그 결과 아세트알데히드를 빨리 분해하지 못해 술을 조금만 먹어도 금방 취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서양인의 40% 이상은 ALDH1이 잘 활성화된다.
러시아인들은 추운 기후에 적응하기 위해 보드카 같은 독한 술을 마시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 교수는 "러시아인이 독한 술을 마시는 식습관으로 보아 러시아인의 ALDH1 유전자가 잘 활성될 것"으로 추측했다. 선조의 술 습관이 후대의 게놈에 흔적을 남긴 셈이다.